슬픈 그네질을 멈출 수 없겠니?

2011.03.30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면 네가 처음 잘못 들어섰다고 느낀 그 순간으로 돌아가렴.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너무 옛날 일이라고, 나이도 이렇게 들었고, 상황도 바뀌었는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도리어 묻고 싶구나. 그럼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이냐고 말이다.

어리석은 일 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네가 망설이며 선택을 주저했던 그곳, 그래서 네 마음과 반하는 결정을 내린 그곳으로 돌아가야 해. 갈 수만 있다면 말이지. 어쩌면 시간이 흘러, 그때의 그 길이 이미 사라져 버렸을지도 몰라. 그렇더라도 너는 다시 그때의 그 곳, 근처에까지라도 돌아가 거기서부터 다시 길을 더듬어 가야 한단다. 길이 없다면 다시 만들어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야. 헤매고 있는 지금 너의 길에서는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할 거야. 벌써 오랜 시간을 헤매느라 허비하지 않았니?

그때 그 시절 그 장소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수 있다. 잊고 있었던 모든 것을 다시 떠올려야 하고, 스스로 실패와 실수를 인정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그대의 그 지점으로 돌아가고 나면 너는 다시 목격하게 될 거야. 그때에는 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미 잘못된 길을 충분히 헤매었기에 너는 미련 없이 남은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거야. 뭐가 어려운 일이니? 도리어 헤매던 너의 삶이 후회스럽지. 어쨌든 새 출발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니?

이렇게 말해도 다시 길을 잃었던 그때로 되돌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전히 어딘가 길이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헛된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며 빙빙 돌기 마련이지. 미련의 원심력이 그를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야. 네가 돌면 돌수록 원심력은 더욱 강해지고 너는 모든 게 혼란스러워 더더욱 미련을 꽉 붙들게 되는 거야. 놓치면 멀리 떨어져 나가서 다칠 것 같거든.

쌩쌩 돌아가는 원형 그네에서 안전하게 떨어져 나오는 방법은 움직임을 멈추는 거란다. 속도를 줄이고 원형 그네가 서서히 멈추도록 제동을 거는 거지. 그러면 속도가 줄어들면서 원심력도 약해지고, 마침내 원형 그네가 멈추게 되면 너는 이제야 원심력에서 풀려날 수가 있게 되는 거야. 제동을 걸어야지. 빙빙 돌아가는 그네를 멈추려면 무엇으로든 제동을 걸어야 해. 그것이 때로는 격리일 수 있고, 여행일 수도 있고, 퇴사일 수도 있고, 이혼일 수도 있어. 두렵니?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커서 그냥 계속 원형 그네를 타고 있고 싶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계속 돌아가다간 결국 그네에서 튕겨져 나가 버리게 될 거야. 원심력은 처음에는 너를 잡아주는 듯하지만, 결국 그네를 붙들고 있던 팔에서 힘이 빠지면, 너는 튕겨나가 버리게 되는 거야. 그네가 너를 붙잡아주고 있는 듯 보였지만 실상 그네를 붙잡고 있는 것은 너였으니까. 원심력이 붙들어주고 있는 줄 알았겠지만, 네가 팔에서 힘이 빠지는 순간, 바로 너를 놓아버리는 것이 또한 원심력의 속성이란다.

적당히 힘의 균형을 유지한 채 돌아가는 원형 그네를 적당히 견디며 살고 싶으니? 튕겨져 나갈 염려는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네 삶이 유쾌하지는 않을 거야. 빙빙 돌아가는 그네의 멀미는 여전할 테고 돌아가는 풍경에 가슴 설레는 무엇이 나타나도 너는 붙잡지도 못할 테니까. 잡을만하면 그네가 돌아가고, 멈춰 서서 자세히 보고 싶어도 그네에서 떨어질까 두려워, 스치듯 지나갈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야.

딸아, 슬픈 그네질을 멈추고 잃어버렸던 네 삶의 그 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렴. 그네에 서서히 제동을 걸어. 그네가 적당히 멈추면 너는 어서 그 그네에서 뛰어내리렴.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오는 거야. 돌아와 보면 이제 너는 명쾌하게 다른 길로 달려 갈 수 있지. 얼마나 홀가분하니?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따위는 없을 테니 말이야.

원형 그네.. 원심력.. 너무 오래된 너의 친구들이다. 이별을 고하기가 두려운 너의 친구들이다. 하지만, 그래서 너는 늘 메스꺼웠고 잠을 잘 수가 없었어. 빙빙 계속 돌아가는 그네 위에서는 한 번도 상쾌하고, 시원하고, 가뿐한 숨을 쉴 수가 없었지. 멀미 때문에 말이야. 그 오래된 멀미 때문에..

괜찮아 내려올 수 있어. 용기를 내렴. 그네에 남은 힘을 실어 서서히 멈추게 해봐. 빙빙 돌던 하늘이 얼마나 고요한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깨닫게 될 거야. 네 뺨을 세차게 때려대던 바람이 얼마나 부드러운지도 말이야. 그네를 멈추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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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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