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말기로 해
[30日] Oct 05, 2021

사장님은 무작정 바다로 떠났다. 텐트를 치고 해변가에서 6개월을 살았다. 해가 뜨면 텐트 안이 누워 있기 힘들 정도로 뜨거워져 나무 그늘을 찾아 해먹을 걸고 내내 멍을 때렸다고 한다. 나중에는 삼시세끼 밥해 먹는 것도 일이라 버너도 내팽개치고 나뭇가지를 그러모아 불을 때 끼니를 해결하곤 했단다. 그리고 한 일은 일출을 기다리는 일.
동해라고 언제나 일출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자주 구름이 끼고 청명한 일출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것보다 더 근사한 건 월출이라고 했다. 그건 정말 일 년에 몇 번을 볼 수가 없단다. 달이 떠오른다. 가자. 그 광경은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장관이라고. 다른 세계에 머물기 위하여 사장님은 매일같이 그것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그러다 깨닫게 되었단다. 아, 나는 번아웃되었구나. 번아웃이 되어 바다를 찾은 게 아니라 바다를 찾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자신이 번아웃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도시 생활을 버리고 여기 정착하기로 한다. 물론 벌어 놓은 돈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고.
다른 세계에 정착해 볼 요량으로 월세방을 얻어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기왕이면 남은 돈이 다 떨어지기 전에 뭔가 터전 하나를 마련해야겠다 싶어 다 쓰러져 가는 민박 하나를 할머니에게서 샀다. 방음도 단열도 잘 안 되는 얇은 벽 하나로 버티고 있는 오래된 민박집을 하나하나 고치기 시작했다. 인부와 기술자를 부르면 쉽게 끝날 일이지만, 예산을 따져보니 혼자 하는 게 낫겠다 싶어 그 집을 7년에 걸쳐 고쳐 짓기 시작했다. 아니 고치다 보니 7년이 흘렀단다. 손수. 그리고 지금도.
하루 작업의 70%는 처음부터 다 뜯고 다시 하는 일이다. 도시 남자의 손이 거칠고 정교한 작업을 하루아침에 마스터 할쏘냐. 그러나 내 땅에 내 손길을 박아 넣는 일은 귀한 일이고 복된 일이다. 흘러내리는 땀방울 속에 자신을 태워버린 스트레스 찌꺼기들이 모두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어려운 일은, 손에 익지 않은 작업보다 자꾸 도시에서처럼 본질을 잃고 다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눈앞의 일에 끝장을 보려 드는 삶의 방식이다. 나는 삶을 누리려 온 것이지 건축 기술자가 되려고 온 것이 아니다. 손을 잡아끌어 쉬게 하는 일. 그게 쉽지 않았단다.
그렇게 지어진 집에 손님들이 오고 우연찮게 내어놓은 에어비앤비에 사람들이 몰려 인기 숙소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양양 일대에 불어닥친 개발의 붐은 집값을 열 배로 올려놓고 말았다. 이곳이 이렇게 뜨게 된 건 사장님 같은 사람들이 자꾸 모여들어서인데 그들은 모두 부자가 되고 말았다. 알고 한 일이 아닌데. 하기 싫은 일을 자꾸 멈췄더니 부자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 줄 알고 시작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닌가. 그것은 오로지 결심만을 필요로 할 뿐이다.
하기 싫은 일로 삶을 때려 박으면 기회가 오고 복이 쏟아질 때 그것을 받아낼 공간을 확보할 수가 없다. 어이 씨~ 하며 머리를 때리며 쏟아지는 복을 그냥 맞고만 있어야 한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
광주리는, 너의 광주리에는 무엇이 들었느냐. 하기 싫지만 먹고 살려고 한 일들, 하기 싫지만 눈치 보느라 하고 있는 일들이 산더미니. 게다가 그것들은 온갖 짜증과 신경질로 끈적끈적 눌러붙어 잘 떼어지지도 않는데 하늘에서 기회의 비가, 복된 소나기가 마구 쏟아지는데,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는데, 내 광주리는, 내 바구니는, 하기 싫은 일들이 꽉꽉 들어차서 그것들을 받아 낼 수가 없다. 이것이 지옥이다.
비워내는 일. 그리고 채우지 않고 기다리는 일. 그것을 해야 한다. 하기 싫은 일로 채우지 말아야 한다. 그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복이 언제 쏟아질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기우제를 드린들 쏟아지겠느냐. 시절과 때를 알 수가 없으니 우리는 언제나 비워두고 기다리는 수밖에.
하지만 그대는 그럴 리가 없다. 하기 싫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그대는 온갖 명분으로 자신을 방어하기에 급급하니. 스트레스가 그대를 번아웃시키기 전까지 그대는 벗어날 방법이 없다. 하기 싫은 일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지 않는 것밖에 없다.
그러고 있는가? 그러고 있을까? 몸이 말해주고 기분이 말해주리라. 몸이 피곤한 건 간 때문이 아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날씨 탓이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질 것들이다. 그것에는 [스팀시티]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 굶어 죽으면 어떡하냐고? 스트레스받아 암 걸려 죽으나 굶어 죽으나. 21세기에 굶어 죽기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보다 억울한 건, 눈앞에 지나가는 기회를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장님이 그러다 말고 다시 도시로 돌아갔으면. 그러다 어느 날 자기가 살던 민박집이 10배가 오른 사실을 알게 되면. 비우다 만 광주리에 다시 도시의 스트레스를 박아넣은 자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런 순간을 자주 지나 보낸다. 껄무새와 함께.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느냐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지. 따지고 싶을 테지?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하기 싫은 일만 하고 사는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반문할 테다.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면서 따지기는.
다시 한 번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말기로 한다.
다시 한 번 하기 싫은 마법은 부리지 않기로 한다.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일을 생각 한다.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일만 생각 한다.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일만 한다.
그러다 죽는다.
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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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