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나갈 구멍으로는 못 빠져나간다

2018.06.01 

bionicteaching.jpg

 
욕심의 구멍

못 나갑니다. 빠져나간 줄 알지만 실은 미로에 빠져 버린 겁니다.

사람들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지만, 실은 그 구멍이란 게, 자신만 겨우 빠져나갈 만한 구멍인 겁니다. 모두가 알만한 구멍이라면 금세 들킬 테니, 최대한 작게.. 은밀하게.. 나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겁니다. 그러니 그 구멍이 얼마나 작겠습니까?

그래서 빠져나가면 다행일까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사람은 실은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두려움이 많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듯 보이지만, 욕심이 많아 자신이 어찌 해 볼 수 없는 판에 끼어 든 겁니다. 내가 주도하지 못하는 판에 욕심이 나, 일단 몸을 걸쳐 본 겁니다. 그러나 내가 주도하지 못하니.. 언제든 뒤집힐 수 있고 내게 어떤 피해가 돌아올지 모릅니다. 게다가 빠져나갈 구멍이 필요한 판은 ‘High risk, High return’인 판입니다. 그러니 여차하면 빠져나가야겠습니다. 그래서 구멍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그런 판에 뛰어든 그대의 마음은 판보다 더 커져 있습니다. 마음이 굴뚝 같아져서 뭐라도 좀 먹어야겠기에, 넘들 횡재 소식에 배 아플 것 같으니 일단 뛰어든 겁니다. 그래도 겁은 나니.. 안전장치는 해야겠으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겁니다.

그래서 빠져나가면요? 위험이 몰려와서 판이 깨어지는 판에 구멍으로 빠져나가면요? 몸만 빠져나가면 그 뿐입니까? 커져버린 그 마음은 어쩔 건가요? ‘High risk, High return’의 판에, 이미 맛을 봐 버린 그 마음도 빠져나갔을까요

 
마음이 몸을 불러

마음이 돌려놓습니다. 마음이 여전히 그 판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서 몸을 다시 불러냅니다. 만신창이가 되고 폐허가 된 판에서.. 마음이 몸을 불러냅니다. 기껏 구멍으로 빠져나왔는데 도로 들어갑니다. 못 참고 비슷한 판을 기웃거리다 도로 들어갑니다. 때마다 마음은 더 커집니다. 맛을 봐버린 마음은 이내 폭주해 버리고 마는 겁니다. 두 판, 세 판, 계속되다 보면 결국 구멍이란 구멍이 모두 연결되고 마는 겁니다.

늘 같은 구멍을 들락나락하다 보니 넓어지고 넓어져, 누구나 다 아는 구멍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배수에 진을 친 선수들에게 딱 걸리는 겁니다. 구멍이 훵~하니 들여다 보이는 겁니다. 이제는 그들에게 신나게 이용당하다 구멍 속으로 버려지는 겁니다. 자신은 빠져나간 줄 알겠지만.. 실은 쪽 빨리고 구멍으로 버려지는 겁니다

워!

겁만 좀 줘도 쪼르르 구멍으로 달려갈 테니.. 처분하기가 쉽습니다. 선수들은 보면 압니다.

 

앞문으로 나가라

그래서 빠져나갈 구멍으로는 어차피 못 빠져나갑니다. 나가려거든 당당히 앞문 열고 나가십시오. 거친 판에서 온몸으로 승부를 걸어보고, 졌거든.. 못 이기겠거든.. 그냥 항복하고 제 발로 앞문으로 걸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그대는 성장합니다. 복수의 칼이라도 갈고, 이를 악물고 와신상담이라도 하게 됩니다. 쏟아져 내리는 비난도 경험하게 되고,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는 법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단단해지고 성장해 가는 겁니다

z이건 잘도 견디면서 말이죠..

그런데 빠져나가버리면.. 구멍으로 빠져나가버리면.. 그 위험의 끝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위험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결과를 내고, 어떻게 헤쳐 나오게 되는지.. 아무런 경험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백날 빠져나와봐야 헛수고가 되는 겁니다.

어떻게든 헤치고 나온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게 되면 그냥 쪽팔리게 됩니다. 슬쩍 구멍 빠져나온 그대에게 무용담을, 우주의 물극필반을, 인생의 기적적 순간을 털어놓는 그들 앞에서 쥐구멍을 찾게 되는 겁니다. 구멍은 이럴 때에 필요합니다.

쪽팔린 건 차라리 낫습니다. 그들의 기적에 슬쩍 올라타 보려는 못된 습성이 다시 발동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전후사정도 모르는 그들의 인생에.. 단지 그들의 무용담과 기적담에 혹해 따라나서게 됩니다. 구멍 찾는 이들은 귀도 얼마나 얇은지.. 기껏 빠져나와 놓구서는 또 같은 상황에 쪼르르 따라나서게 되는 겁니다.

모험하는 이들은 이미 해 본 모험이니.. 이미 뚫고 나와 본 위험이니.. 두려움이 없습니다. 도망치지 않고 또 정면승부를 걸어봅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빠져나온 사람은 이것들이 이번 판에도 또 기적을 낼지, 이겨낼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습관처럼 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듭니다. 그리고 뭔가 시작도 되기 전에 잔뜩 겁먹고 또 빠져나갑니다.

그렇게 사십시오. 계속 그렇게 사십시오. 그렇게 맨날 빠져나갈거면 기웃도 하지 말아야지. 왜 도박판에 자꾸 기웃거립니까? 인생 뭐 있습니까? 고래 아니면 개미지.

머리카락 보인다니까..

  
그냥 가만있던지

그러면 안 됩니다. 그러면 재미없습니다. 맨날 전반전만 보는 게임 뭔 재미로 봅니까? 누가 이겼는지, TV 보고 알 거면 운동장에는 왜 나갔습니까? 머리가 깨지든.. 코피가 터지든.. 부딪혀 봐야 알 거 아닙니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될 때까지 해봐야 알 거 아닙니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용감한 사람은 없습니다. 귀신도 두 번, 세 번 만나면 쎄쎄쎄 하고 놀게도 됩니다. 세상 힘들고 어려운 도전도, 세 번, 네 번 하다 보면 다 별거 아닙니다. 구멍 빠져나간 사람은 평생 해보지 못할 말, ‘씨바.. 죽을 뻔했어’ 이거 한 번 해 봐야 합니다. 자꾸 해보면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는 말, 실감하게 됩니다.

목숨 걸고 도전해 보라는 말이 아닙니다. 빠져나갈 구멍 만들 거면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말입니다. 넘들 목숨 거는 데 방해하지 말고.. 힘 빼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이 말입니다. 그래봐야 선수들한테 걸려서 단물만 쪽 빨릴 테지만..

도전하는 자 도전하게 하고.. 빠져나갈 구멍이 필요한 자는 그냥 가만 계십쇼. 물극필반의 무자비한 우주의 순행이, 언젠가는 사방이 꽉 막힌 위기 속에, 그대를 똭! 옮겨다 놓을 테니 말이죠. 그때에는 마법사 찾아 봐야 소용없습니다. 들은 체도 안 할 테니.. (본 체는 어차피 못합니다. 같은 우주에 있을 리가 없거든요.)

마법사는 오로지 도전하는 자의 우주에만 존재합니다. 그러니 난 모릅니다. 빠져나갈 구멍 따위 어떻게 만드는지 난 모릅니다.

휘리릭~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ALEPH 알레프

 이전글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