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은 백 엔이야

 

 

 

 

 

‘사고 싶다. 사고 싶어’

소년은 유령 열쇠고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머리를 만지면 눈에서 불이 들어오는 유령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 그게 뭐라고. 소년은 매대에서 그걸 보자마자 마음이 꽂혀버렸다. 그런데 그게 뭐라고. 열쇠고리 따위가 천 엔을 하다니.

‘비싸다 비싸’

여행 중에 무언가를 사기란 마음 같지가 않다. 동전 하나도 세어가며 예산 규모를 따지는 소년의 한 눈은 바로 눈을 감아버렸다.

‘보지도 말아야지. 이런 건 낭비라고.’

낭비와 마음 사이에서 승리하는 것은 언제나 밝은 눈이다. 밝은 눈은 주머니 사정을 명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밝은 눈은 얼마나 밝은지, 저 어둠 속 주머니 끝에서 찰랑이는 동전의 숫자까지 꿰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 계획이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배분된 계획. 승리는 딱 떨어지는 소비. 그것이다.

허나 마음의 눈은 그렇지가 않다. 마음의 눈은 셈에는 어둡고 좋은 것에는 자석처럼 달라붙는다. 좋은 것. 좋아서 갖고 싶은 것. 그 눈은 천장까지 물건이 가득 쌓인 창고 더미 속에서도 ‘좋은 것’을 발견한다. 순간 후광이 발현하여 자석처럼 마음의 눈을 끌어당기고는 눈꺼풀을 확 뒤집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각막에다 화상을 입힌다. 실루엣 그대로, 감아도 보이고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를, 생생한 그림자를.

소년의 갈라선 두 눈은, 한쪽은 단단히 각오라도 한 듯 앙다물고, 다른 한쪽은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좋은 것’에 사로잡혀 황홀하다. 그리고 손은, 부끄럼 많은 손은 지갑 주변을 안타깝게 맴돌고 있다. 누구의 시선을 따라야 할지 몰라.

“갖고 싶어?”

“네. 이게 뭐라고 마음을 확 잡아끄네요.”

“그럼 사면 돼지. 가지면 돼지.”

마법사는 소년의 마음을 읽었다. 밝은 눈을 보았다.

“하지만 일단 용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고 제 지갑 사정도 그걸 감당할만하지 않답니다.”

“마음은 뭐라고 하는가?”

“당연히 가지고 싶어 하죠.”

“지갑은 뭐라고 하는가?”

“네? 뭐라고 하겠어요. 미쳤나고 하지.”

“그럼 미치면 되겠네.”

“매번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음.. 어떻게 아셨습니까? 실은 언제나 지갑이 이겼죠.”

“자네는 누구야?”

“예? 제가 누구냐니요?”

“마음이냐고? 지갑이냐고?”

“아.. 그거야. 지갑은.. 제가 아니죠.”

“그럼 됐네.”

마법사는 소년의 마음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바구니 가득 담긴 마법사의 마음들 위에 던져 넣더니 계산대에 휙 올려놓았다.

“아.. 저 마법사님. 사달라고 한 건 아닌데요.”

“내가 언제 사준다고 했나? 자네 마음 값은 자네가 치러야지.”

점원은 열심히 마법사의 마음들에 새겨진 바코드를 스캔했다. 마법사의 마음들이 숫자로 변화되어 플러스, 플러스 되었다. 그리고 소년의 마음, 유령 열쇠고리의 바코드가 붉은빛의 스캐너 앞을 지났다. 소리도 없이 유령처럼 스르륵. 그리고 플러스 되던 숫자들이 잠시 머뭇거렸다. 플러스 플러스 되다 갑자기 마이너스 마이너스 줄어들어 버렸다.

“딱, 면세 기준을 넘으셨네요.”

점원의 빠른 손이 마음 값들이 적힌 계산서를 훑더니, 딱 유령 열쇠고리 가격에서 백 엔이 모자란 만큼의 면세액을 집으며 확인시켜 주었다. 유령 열쇠고리의 가격은 백 엔이라고. 천 엔이 아니라.

“자네 마음은 백엔 짜리였구만. 내 마음만으론 면세 기준을 넘지 못했을 테니, 이건 자네 마음 값이네. 백 엔만 주게나.”

소년은 마법사가 휙 던져준 유령 열쇠고리를 받아 손가락에 끼우며 빙그레 웃었다. 소년의 밝은 눈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못 든 채 찡긋대고 있었다.

“이런 게 마법이군요.”

“아니. 이런 건 용기네. 마음이 원하는 것을 믿어주는 용기.”

“처음부터 계산하고 계셨던 거 아닙니까?”

“뭘 말인가? 내 마음 값 말인가? 그럴 리가. 나는 그저 내 마음을 따랐을 뿐이야. 그리고 내 마음들 위에 자네 마음 하나를 더했지.”

“그렇다고 매번 용기를 내다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는데요. 과소비로요.”

“그건 마음이 아니지. 후회가 남는 소비는 오히려 마음을 거스르지. 그건 원하는 때에 주저하는 바람에 생겨난 그림자라네. 그리고 자라나지. 마음이 풀어지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과해지는 거야. 밝은 눈은 마음이 원할 때 그 마음 값을 계산하라고 있는 거네. 마음을 주저앉히라고 있는 게 아니라.”

소년의 밝은 눈이 질끈 눈꺼풀을 덮고 있다가 번쩍하고 뒤통수를 맞은 듯 눈을 떴다. 자신의 사명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우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간절히 원할 때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셈하는 우주.

“마음이 간절히 원하면 밝은 눈이 그것을 돕는다네.”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소년 이안

 이전편다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