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안 하면 돼
[MOVIE 100] Mar 02. 2023 l M.멀린

마법사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리고 보지 않을 생각이다. 너무도 뻔한 영화일 테니. 현실은 다르다. 적어도 하지 않기로 선언한 이들에게 이런 서사는 처음부터 틀렸고 모조리 다 틀렸다.
특성화고 애견학과 학생이 엘지유플러스 콜센터에 실습을 나가는 것부터가 틀렸다. 왜 나가나? 그런 학교는 때려쳐야지. 고등학교 안 나와도 애견센터는 얼마든지 차릴 수 있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는 콜센터 알바보다 좋은 자리는 세상에 널렸다. 게다가 이 시대는 ‘을질’의 시대가 아닌가. 편의점 사장이 알바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건 쟁취해낸 거다. 이 세대가. 조용히 ‘하지 않기로 한’세대가 꼬치꼬치 노동법 따져가며 지난한 고발질을 통해 쟁취해 낸 결과이다. 그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락도 없이 사라진다. 갑질은 무슨. 그리고 임금체불이나 하는 사장님 사정 따위는 봐주지도 않고 노동청에 즉각 고발해 버린다. 알고는 있나? 요즘 임금체불은 형사처벌의 대상이란 걸. ‘사자뉘임 나빠요’ 하며 울먹이던 시대 지난 지가 언젠데 이런 영화를 만들고 있어.
실화라고? 그러니까 그 실화가 생활고에 치인 고등학생이 엄마 수술비 벌라고 학교 실습을 나가서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냐? 이봐, 요즘 그런 애들이 어딨어? 마음이 착해 빠졌겠지. “드디어 우리도 대기업 보낸다. 이거야!” 신이 난 선생님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겠지. 그리고 대기업 사무직, 그거 어떤 건지 한번 해보고 싶었겠지. 그랬으면 애견학과를 갈 일은 아니었지.
부조리는 ‘따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거란다. 그게 정 때문이고, 도리 때문이고 약한 마음 때문이란다. (니체는 노예의 도덕률이라고 했지) 그게 목숨과 바꿀 일은 아니지. 그래서 모두들 ‘안 하고’ 있지 않은가. 출산율이 0.78로 떨어졌단다. 얼마나 ‘잘 하는 일’이니. 이제 더 이상 드라마에서도 고부간의 갈등, 독박육아의 문제를 다루지 않아. 그건 한국에 없는 일이 되었거든. 사학비리는 어떻게 근절되기 시작했니? 대학교가 문을 닫고 있어. 학생 수가 모자라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고등학교까지 폐교가 시작되었어. 애를 낳아달라고? 노예를 낳아달라고? 누가 낳을까?
부자가 되고 싶거든 낳아야지. 부의 척도가 되었다니까. 둘을 낳았으면 셋을 낳으란다. 혜택의 차원이 달라진다고. 넷을 낳았더니 강남에 30평짜리 아파트를 주더래. 나라에서. 그 동네에는 학교에 애들이 빠글빠글하단다. 다둥이들이 잔뜩 살고 있어서. 임대 아파트라 싫다고? 강남인데? 대기업 사무직 흉내 내려다 소희는 어떻게 되었니? 아니야 아니야, 소희도 MZ세대일텐데 고작 남의 삶 흉내내기 따위에 목숨을 걸었을 리가 없어. 선생님이 가여웠겠지. 동료들이 불쌍했겠지.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겠지.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될까?”
_ 소희의 대사
그만둬야지. 당장 그딴 학교부터 그만둬야지. 안 해도 되고 안 해야 돼. 그건 혁명이야. 학교 중퇴해도 인생 망가지지 않는다고. 어른 말 안 듣고 나쁜 짓하는 게, 어른 말 잘 들으려다 죽는 것보다 나은 일이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아주 잘 살든지 아주 못살든지 해야지. 남 흉내 내는 중간계는 사우론이 멸망시켜 버려 살 수 없는 폐허가 되었어. 가난하면 말이야, 나라에서 집도 주고 쌀도 주고 용돈도 준단다. 용기 내어 결혼하고 애도 낳으면, 것도 많이 낳으면 강남 아파트도 내어주고 공공요금은 뭐든 반값이래. 심지어 파산해도 네 인생 망가지는 일 따위는 없단다. 산업은 소비를 먹고 자라거든. 금방 다시 신용카드 발급해주고 영끌해서 아파트 값 받쳐달라고 대출도 마구 해준단다. 자본주의가 그런 거야. 시장이란 수요와 공급의 시소게임이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불리하거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라고. 공급을 차단하는 거라고.
사회고발을 하려거든 세상 이따위니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가르쳐야지. 그런 학교따위 때려치고도 잘 살 수 있다고 보여줘야지. ‘청소년 노동 환경 개선’은 도대체 언제적 프레임이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캥거루족으로 출산율 제로에 도전하고 있는 이 세대에게 노동 환경 개선이라니. 번짓수를 잘 못 집었지. 그건 니네들 때 이야기고.
이 세대가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혁명’을 해왔는지 너희들은 모를 거야.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을 ADHD 정신병자로 규정하려는 부모들에게서 탈출하려고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는지. 뉴스에 나오지 않으면 없는 일이 아니란걸. 콜센터 실습이나 시키는 그따위 학교에 적응시키려고 자신을 우겨넣는 어른들의 폭압에 대항해 몸부림치는 아이들에게 ‘과잉행동 장애’라는 딱지를 붙이고, 해지 방어를 위해 진상 고객을 참아내는 인내력을 길러내기 위해, 조직과 상사의 갑질을 버텨내는 참을성을 장착하려니 돌아버릴 것 같은 아이들에게 ‘주의력 결핍’이라는 진단을 내려버리지 않았냐고. 그리고 그들은 머리에 붉은 띠도 두르지 않고, ‘임을 위한 행진곡’ 따위도 부르지 않은 채로 조용한 파업을 초장기로 이어가고 있다고.
혹이라도 남들 같은 인생 흉내 내려다 질식해 죽어가고 있는 인생이 있다면, 아서라, 그건 너의 업보로 돌아올 거야. 그러나 내 인생 살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인생이 있다면 너의 공이 세상을 변화시킬 거라 말해줄게. 그 공은 더 이상 노예를 낳지 않음으로, 용기 있는 출산에게 강남 아파트를 공정하게 분배해주는 사회정의로 실현되고 있다고. 우리는 더 이상 개발독재의 억압에 신음하지도, 빈부격차의 부조리에 격분하지도 않은 채,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남과 같은 길을 ‘걷지 않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그게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돌아가는 시장경제의 질서라고. 극단적으로 공급을 떨어뜨려서 자신들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는 인생들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그러니 <다음, 소희>를 위한 사회가 아니라, <소희, 다음>에는 아무도 없어야지. 모두들 그따위 학교 때려쳐야지.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야. 아무것도. 세상이 균형을 돌려놓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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