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영웅
[MOVIE 100] Jan 03. 2023 l M.멀린

100년 전 사람들은 대의와 신념을 위해 목숨도 버리고 재산도 내어놓고 했다는데, 지금의 사람들은 그런 것을 말하면 무모하고 현실을 모른다고 쯧쯧 거리거리면서 돈과 힘 앞에 굽실대고 혹은 그런 척을 하며 뒤로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을 쪽쪽 빨아대기나 하니 영웅이 어디 발이나 붙일까, 손이나 들까. 왜 희생과 헌신이 쪽팔린 일, 순진한 일, 멋모르는 일, 손해만 보는 일이 되었는가.
혹세무민하고 남의 등이나 처먹는 인간들이야 어느 때에나 있다지만, 왜 100년 전에도 있던 영웅과 사상가를 더는 찾아볼 수가 없는가? 왜 돌아오지 말고 명예롭게 죽으라는 어머니는 모조리 사라졌을까? 난세가 아니라 영웅이 없는가? 그때에는 모두가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나만 가난하고 힘들어 그런가? 수명이 너무 길어져 목숨을 부지하기가 더 곤란해졌는가? 건사할 자식이 너무 많아 애미애비된 노릇 하려 그러는가?
시대가 더 이상 영웅을 낳지 않으니 대의와 신념은 지키는 이가 없고, 그런 것들은 싸구려 감상주의가 된 지 오래라 찐 묻을까 무섭고, ‘나만 아니면 돼’를 우스갯소리 반어법이 아닌 진리로 받아 들고는 마음을 나누고 삶으로 서로를 지지하는 일에는 쌍심지를 켜고 계산기를 두드려 대니, 아서라 믿지를 마라, 등을 내보이지 말라, 칼은 피해도 빨대는 못 피한다 등등 온갖 자기 처세와 방어논리만 가득한 세상에서 누가 대의를 위해, 신념을 위해 검을 들고 총을 쏠 텐가. 누가 그런 클리셰 투성이의 삶을 용기 있게 선포하고 살아낼 텐가.
탈중앙화를 외쳐대던 여기는 그래도 다를 줄 알았지. 누구 하나는 신뢰를 신념으로, 투명성을 대의로 두르고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자본 정글 사이에서 성숙한 인류의 새롭게 나아갈 길을 지켜낼 줄 알았지. 이런 개새끼들, 니들 하는 게 다 그 모양이니 우리가 다 이 꼬락서니가 아니더냐. 시세 빠졌다고 그러는 거겠느냐, 내 돈 돌려 내놓으라 이러는 거겠느냐. 도대체 난세도 이런 난세가 없는데, 영웅은 어디에서 잠을 자고 사상가는 무슨 카톡질을 하고 있는 건가.
오호통재라. 저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마법사가 우습게 보이는가? 마음과 뜻과 정성을 말하는 마법사에게 찐 묻을까 무서워 보팅도 못하는가? 네 놈 보팅 받아다 거래소에 내다 팔까 두려워 그러는가? 너가 영웅이 아니라 글지. 너의 글에 사상이 없어 글지. 기분 나쁜 이는 내 무덤에 다운보팅을 날려라. 이노무 조카튼 21세기는 80년이나 남았네. 스킵도 못 하고 꼭 붙들려서 몇십 년은 더 질식한 채 꺽꺽거려야 할 것 같아 한숨이 절로 나오나,
내 100년전, 대의와 신념을 위해 총을 쏘았던 의사 선생의 뜻을 기려 이 영화를 보았으나, 이것은 뮤지컬 영화라며 뮤지컬도 영화도 아니더라. 이것도 저것도 아닌 21세기처럼. 영웅도 도적도 아닌 우리들처럼. 사상도 개똥철학도 없는 우리들처럼. 손발이 시도 때도 없이 오그라들어 부끄럽기 짝이 없었으나, 독립이 되었음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의사 선생을 생각하다가 그러나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 친구와 동료, 사방이 모두가 적인 21세기가 진정 난세임을, ‘대한 독립의 함성이 천국까지 들려오면 기꺼이 춤을 추면서 만세를 부르겠다’는 선생의 뜻은, 같은 동포로 태어나, 같은 인류로 태어나, 서로가 서로에게 들이댄 비난과 모함, 경멸과 배척, 의심과 불신, 착취와 억압의 총칼을 거두기까지 유보되었음을 송구스럽게 전하는 바이다.
왜? 홍익인간이 쪽팔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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