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나도 그래

[MUSIC 100] Dec 27. 2022 l M.멀린

한국의 아이돌 산업은 아이들의 피, 땀, 눈물로 쌓아 올린 금자탑 같아 대견하고 대단하면서도 안쓰러워. 지불해야 할 대가가 너무도 큰 걸. 물론 보상을 얻는 아이들은 극소수야. 그들조차 지불한 대가를 생각하면 충분한가? 생각이 들지.

소진되어버린 젊음. 전성기를 지나거나 지나기도 전에 이미 다 소진되어버린 거야. 팬들의 관심과 응원이 그나마 견딜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주기는 하겠지만. 어느 누가 이렇게 백프로 불태우는 인생을 경험할까? 소진되었다니.

어떤 아이들은 일찍 상실을 경험하지. 게다가 함께 꿈꾸던 친구를 잃게 되면 그건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아픈 유리 조각 하나를 품게 되는 거야. 전쟁은 언제나 젊은이들의 몫이긴 하지만, 희생과 죽음으로 가슴에 묻어야 할 것들을 보상 대신 받아들게 된다면 그건, 그건..

선택이었다고 말하면 할 말이 없는데 하루에 12시간씩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연습을 해도, 그렇게 소진되어가고 있어도 무언가 말이야. 무언가 얻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까. 닿고 싶은 곳이 있었으니까. 그때에는 누구도 힘든 줄도 모르고. 혹사를 하더라도 말이야. 당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소진 뒤에 남은 것이, 얻은 것이라고는 회한 뿐이라면,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어디를 향해, 무엇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을까?

나도 그래.

그런 게 남아 있어도, 다시 보여도, 이미 소진되어버려 끌어낼 힘도 에너지도 마음도 없다면 말이야. 그게 다 공허한 말처럼 울려 댈 뿐일 거야. 그리고 그런 생각은 감정은 너만 느끼는 게 아니지. 나도 그래. 너희들처럼 나도 그래.

그러니 네게 무슨 말을 하겠니? 무슨 희망을 이야기하겠니? 무엇으로 독려를, 격려를 할까? 그냥 수고했다고 말할 수밖에. 소진되어버린 너의 삶을 애도하고 슬퍼해도 좋다고. 결과를 탓하지 말고. 다만 무언가 간절히 소망했던 마음, 닿고 싶었던 열정으로 지난 생을 채웠으니, 이제 소진되어 텅 빈 마음을 대가로 받는 거라고. 그건 나도 그렇다고 말이야.

그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앞을 보는 게 아니라 뒤돌아보는 거야. 충만했던 시절을 생각하고 흐믓해하는 거야. 뜨거웠던 계절을 떠올리고 쓸쓸해하는 거야. 그땐 당장 손에 쥐어지지 않아 늘 마음이 애달았지만, 결국 얻었던들 못 얻었던들 같은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리고 결과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되었을 뿐이니. 운이 없었을 뿐이니. 그런 일은 내일도, 내년도, 매번 반복될 테니. 앞을 바라보는 건 그만하자고. 좋았잖아. 돌아보면 그 혼돈과 절박했던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잖아. 다시 할 수는 없을 것 같잖아. 처음 떠나는 여행처럼.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걸 느꼈으니까. 그걸 가졌으니까. 마법 같았던 시간들.

나도 그래. 그리고 나도 그럴게. 남은 삶을 되새김으로 채워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되새길 기억들을 잔뜩 쌓은 고된 지난 시간을 원망하지 않을 거라고. 여한이 없을 만큼 모두 소진했으니. 수고했다고 고마웠다고. 나도 그렇다고.

널 보는 내 마음은
어느새 여름 지나 가을
Oh say it ditto,
아침은 너무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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