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모난 돌은 정을 맞아야지 대신 도망치진 말자

by mmerlin

[코인이즘 Koinism] Mar 24. 2022 l M.멀린

 

스팀잇의 수많은 고래전쟁을 봐온 고인돌 마법사로서 이번 업뷰의 프록시 설정에 관한 논란은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어디서 완장질이냐!’며 비난 포스팅과 댓글이 쉐도 할 일인데. 쩝, 업뷰의 서비스 자체가 그럴 만 하다만. 그때에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엄청난 보팅풀. 참으로 스팀잇이 많이도 바뀌었다. 사람도 사고방식도.

그것은 좋으냐 나쁘냐를 따질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 다만, 어떤 생각을 가진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정의와 진리가 마구 바뀌는 것이 세상이란 걸 새삼 느낄 뿐이다. 정의가 어딨냐, 쪽수가 정의지. 돈이 정의고. 그런 면에서 업뷰의 용기란 참으로 대단했다. 그리고 여전히 이 스팀잇을 지탱시키고 있는 힘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탈중앙화는 개뿔, 모든 권한과 모든 책임을 갖는 총수제를 채택한 역중앙화의 플랫폼 [스팀시티]를 제안한 마법사로서, 업뷰의 방향성이란 100%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에는 그놈의 ‘탈중앙화’ 완장이 어찌나 눈꼴 사나운지, 배고파 죽겠는데 눈앞에 놓인 콩을 몇 조각으로, 누구부터, 어떤 순서로 나누느냐를 놓고 콩이 썩을 때까지 갑론을박만 하겠다 싶었단 말이다. 그래서 아 시바, 이거 우리가 다 먹어버린다. 쫄리면 뒤지시고 아니꼬우면 덤비시던가. 했단 말이다. (심지어 마법사는 kr고래펀드를 제안하기도 했다. 고래 자산을 다 모아서 펀드를 만들고 그걸로다가 이것저것 사업을 벌이고 그 수익으로 스팀을 매입하는 전형적인 그것 말이다. 그게 이렇게 저렇게 모으면 한 500억은 되겠더라.) 어떤 시도도 한마디로 격퇴시켜버리는 그놈의 ‘탈중앙화’ 완장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마법사는 우스갯소리로 언젠가 천만스파로 무장하고 나타나 ‘문장력 부족’ ‘맞춤법 띄어쓰기 오류’를 이유로 다운보팅을 난사할 테다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게 정-반-합으로 나아가는 진보의 원리이니까. 서로 눈치만 보고 아무것도 못 하게 손발을 꽁꽁 묶어놓아 버리면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꼭 그랬다. 누가 뭐라도 할라치면 어디선가 누군가 반드시 ‘그거 탈중앙화 맞습니까?’하고 딴지를 걸고 그러면 ‘네.. 아니 저 그게.’ 어버버 거리다 도망치거나 ‘아 시바 탈중앙화가 밥 먹여 주냐!’ 대차게 욕을 내뱉고는 ‘에이 더러워서 피하는 거야’하고 파워다운하기 일쑤였다. 다들 어디 갔니?

도망은 도대체 왜 치나?

정의는 도망치는 자의 몫이 아니다. 역사는 승자의 몫이고 스팀잇의 정의는 도망치지 않는 이들의 몫이다. 그래서 그때에는 절대 금기였던 그것들을 그간 업뷰가 하나하나 박살 내 왔지 않은가? 심지어 이번에는 매표를 하겠단다.

음.. 여긴 국가도 아니고 헌법도 없고 뭐 시스템이 허락하는 기능이 법이고 정의이니 업뷰가 매표를 한다고 해도 그걸 반대하는 이들이 전부 나서서 증인을 선발하고 시스템의 설정을 바꾸기 전에야 스파가 곧 헌법이지. (원래 DPoS가 그런 거 아닌가?) 형식만 보자면 업뷰의 그것은 딱 독재 권력의 전형적인 그것 아닌가? 어떤 독재가 처음부터 나 독재요 하겠는가? 구미에 딱 맞는 그것들을 주다 보니 권력이 모이고 그때에야 욕심이 생겨나는 것. 그전에야 우리가 혁명하고 평화적으로 정권 이양한다 약속하고 그 뒤엔 우리만 한 애국자가 없다 믿게 되는 거지. 그리고 영구집권하는 거다. 그래서 절대반지 아닌가.

그 길로 업뷰가 가겠다 해도 마법사는 찬성이다.

그게 어설픈 ‘탈중앙화’보다 나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누구라도 할 테니까. 이미 그때에도 하이브로 넘어간 그 인간들은 그러고 있었다. 우리끼리 완장 차고 서로 감시하고 했으나 거대한 모르도르 증인계에서는 사우론이 왕먹고 있었으니 얼마나 뭣도 모르는 유치한 완장질이었나.

그간 하이브 증인들과의 전쟁도 있었고 스팀잇은 많은 과정을 거쳐왔다. 그것은 참으로 귀중한 일이다. 마법사는 소위 DAO를 하겠다며 단톡방에서 운영진들끼리 깨작거리다 강퇴를 남발하는 수많은 양의 탈을 쓴 중앙화 체인들을 보며 ‘쯔쯧 아직 멀었구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간, 이 공간에 쌓인 수많은 갈등과 논의들은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역사에 있어 귀감이 되고 사료가 될만한 참으로 중요한 기록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어느 때에든 어떤 곳에서든 DAO를 하려거든 결국 스팀잇이 겪은 그 수많은 질곡을 겪지 않고서야 단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이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역사의 맨 앞장을 계속 기록해 가는 역사의 장본인들인 것이다.

마법사는 업뷰가 독재를 하겠다 해도 찬성이다. 그래야 혁명이 일어나니까. 정이 있어야 반이 있고 합으로 나아가는 거니까. 정도 없고 반도 없이 각자도생의 생존모드로는 어떠한 발전도 없는 것이다. 세계의 진보에는 제국의 절대적인 힘이 근간이었다는 역설도 있다. 그러나 권력도 없는 곳에서 권력의 해체를 논하는 것은 매우 게으른 생각이다. 정이 있어야 반이 있고. 반이 염려되어 정을 시작도 못 하게 하는 건. 싸기 싫다고 먹지도 않는 거랑 뭐가 다른가.

그러니 오랜만에 피드를 신선하게 하는 이 논란은 입장이 무엇이든 즐겁고 바람직하다. 가능하면 좀 더 부딪히고 의견을 개진하고 논란을 증폭시키면 좋겠다. 그리고 그 끝에서 각자 갈 길을 가더라도 더럽다고 말이 안 통한다고 도망치진 말자. 그러면 쏟아놓은 에너지가 다 뭐가 되겠는가? 그렇게 도망갈 거면서 왜 그리 핏대들을 세웠나. 그래서 도망친 그곳에서 펌핑 맛 좀 보았는가? 그럴 거면 완장질도 안 했겠지. 아니 도망친 그곳에서 진정 ‘탈중앙화’의 성숙한 논의를 경험하고 있는가? 그럴 리가??

조선 엽전들의 가장 못난 짓은 더럽다고 도망치는 일이고 찬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장 큰 동력은 편먹고 하는 패싸움을 한시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패싸움을 하려면 입장이 있어야 하고 입장이 있으려면 고민과 생각이 있어야 하고 그건 다 철학과 세계관에서 비롯하는 것이니. 부딪혀 봐야 잘잘못도 깨닫고 단점과 허점도 알게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새로 생겨나는 권력들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그러면서 점점 합을 향하여 발전해 가게 되는 것이다. 그게 다이나믹 코리아를 만들어 왔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이어 온 가장 큰 동력이라고 마법사는 생각한다.

물론 ‘성숙한’ 논의면 금상첨화겠다. 업뷰도 선언부터 하기 전에 형식적이라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업뷰 사용자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문의하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결과는 동일하더라도 멋져 보였을 거다. 그러나 ‘성숙’이 꼭 정답은 아니다. 그건 부딪히면서 만들어지는 거니까. 지금의 ‘성숙’은 도망치지 않는 것일 거다. 그래 봐야 업뷰도 안 쓰면 그만인 서비스일 뿐이니,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개선을 도모하고 그러다 아예 한계를 극복하고 새롭게 개선된 서비스를 또 만들어 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커뮤니티의 발전이 아니겠는가. 그건 심지어 ‘스팀잇’이 아니어도 좋다.

이런 말을 늘어놓는 마법사는 정작 프록시 설정을 어떤 증인에게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증인 시스템의 효용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스티미언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업뷰의 이번 변화가 증인 시스템의 새로운 환기를 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것에 정당한 딴지를 거는 일은 더더욱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아무튼 모난 돌이 정 맞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정 맞았다고 도망칠 거면 여기, 스팀잇 오래 못할걸.

마법사는 이딴 소리 늘어놓으면서도
잘 버티고 있다.
그리고 업뷰는 짭짤하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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