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실체

[08日] Jul 13, 2021 l M.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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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빈도수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접촉이 줄면 감염자가 줄고 감염자가 줄면 사망자도 주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게다가 의료시설이 감당하지 못한다니. 코로나로 인한 중환자가 늘어나면 의료시스템이 마비되어 다른 중환자의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없게 된다고 하니 그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매스컴에서는 심지어 단 며칠 만에 병원 단지를 건설해버리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 문제는 시설이고 시스템이구나 그건 하루 이틀 만에 어쩔 수 있는 건 아니니. 이건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일이니 아무리 현대 의료시스템이 발달했더라도 대처에는 한계가 있겠다고.

그러나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중국식이면 병원을 몇 개나 지었을까? 부족하다는 의료시스템은 더더욱. 달라진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다들 곧 나아질 거라고 믿고 열심히 견디고 참았지만, 여전히 확진자는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고 사망자는 오히려 변동이 없다. 한때 7일 평균 사망자 수가 40여 명에 이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날들이 10명 이하. 근래에는 2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뻥인가? 사람들의 인식은 하루평균 확진자 1,000명을, 하루평균 사망자 1,000명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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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시스템이 충분히 준비되었다면, 마스크를 쓰거나 백신을 맞지 않아도 감당할 만큼 준비되었다면, 다시 2주간의 이 난리를 벌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일부러 하지 않은 건가? 심지어 헌신한 의료진들의 보상도 제대로 지급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들려오니) 젊은 사람들은 무증상이 대부분이라는데 오히려 백신을 맞으면 무지 아프단다.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다는 가짜뉴스?도 들려 온다. 뭘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니 일일 확진자 1,000명의 통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호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통계 역시 그렇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나 한국이 부동의 1위라는 자살자 통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코로나19의 위험은 실질적이라기보다 심리적이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심리적 위험을 누군가는 누리고 누군가는 붙들어 공포로 전환하고 있으니. 누구의 책임이고 누구의 잘못인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 심리 게임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업종은 이것으로 호황을 누리고, 유동성 과잉의 빌미를 제공한 이 이상한 감기는 누군가에게 돈벼락을 안겨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도 이것의 정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통제하려 들기보다 이로 인해 비롯된 상황과 현상을 자기 입장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만 드는 것 같다. 그것은 이것으로 자신의 생계에 타격을 입은 피해당사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공권력에 대한 공포를 넘어설 수 없고, 대중의 심리상태에 대응할 방법을 모른 채로 팔자 탓, 운명 탓을 하고 있다. 어쩌면 어차피 망했을 비즈니스인데 그럴듯한 핑계를 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몇 해 전 바다에서 어른들이 ‘가만히 있으라’라는 소리에 가만히 있던 아이들을 손가락질하던 어른들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그때 모두들 다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촛불까지 들었지만, 모두들 여전히 가만히 있다. 정부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까.

1년 반이 지났다. 아무도 누구도 책임져주지도 책임질 수도 없는 극한의 상황을 향해 가고 있다. 백신만 맞으면 될 것처럼 말할 때는 언제고 감염 위험 연령군 대부분이 백신을 맞은 이 상황에도 우리는 더 극단적인 봉쇄를 당하고 있다.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해야 할까? 위험한 것은 마음의 에너지를 잃는 것이다. 삶의 리듬을 위협당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자신을 놓아두는 것이다. 그건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라고, 무분별한 불량 공포를 주입 당하는 것 말이다.

그렇다고 백신도 맞지 않은 채로(아니 맞혀주지 않으니 맞을 수도 없는 채로) 마스크마저 벗어 던지고 봉기하라며 광화문 광장에서 침을 튀며 소리를 질러대지는 않겠다. 우리는 <20세기의 여름>을 진행 중이며, 난리도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던 20세기의 어느 여름 총알이 빗발치던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사랑을 나누고 파티를 벌였던 우리의 선배들처럼 여전히 낭만과 우정을 속삭일 뿐이다. 적어도 우리는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개찰구에 카드를 찍을 때마다 튀어나오는 ‘마스크를 쓰세요’라는 자동 반복음에 맞춰 춤을 출 뿐.

마스크 쓰고 입만 다물면 춤은 춰도 되는 것 아닌가? 뭐라고? 호흡이 가빠지니 격렬한 춤은 금지라고? 왜 섹스 금지령도 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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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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