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멘탈 100

[MOVIE 100] Feb 10. 2023 l M.멀린

룰이 명확한 세계에서 ‘리스펙’은 확실한 근거를 갖는다. 열정과 끈기 그리고 증명된 실력.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눈앞에서 몸의 카리스마를 펼쳐 보이는 고수에게. 철봉 매달리기의 최종 승자가 산악구조대원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소방관과 특수부대 출신,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보다 하나를 더 가진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멘탈. 패배한 이들도 누구 하나 억울한 이가 없다. 조작이 끼어들 틈이 없는 명확한 패배니까. 존중과 존경, 매너와 예의. 이건 유토피아.

그러나 현실은 어찌 그런가. 피지컬이라면 누구도 두렵지 않을 선출(선수 출신)들도, 은퇴하고 룰도 매너도 없는 살벌한 살육의 業장에 들어서자마자 코 베임을 당하고 뒤통수를 강타당한다. 쥐도 새도 모르게 평생 쌓아 올린 업적의 보상으로 얻은 재산을 깡그리 약탈당한다. 그래 삶은 멘탈이지 피지컬이 아니야.

피지컬이 보호해주는 세상은 어찌나 공평한가. 주먹 한 방, 조르기 한판이면 승부가 결정 나니, 누가 뭐랄 것도 없고 패배자는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멘탈 100의 세상은 무엇으로 승부를 가릴 것인가? 그래서 최종 승자는 누구란 말인가? 끝까지 살아남은 이? 그는 과연 피지컬 100의 고수만큼 존경받을 만한 무엇을 가지고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몸 , 피지컬에 집착하기 시작했나 보다. 단백질 음료가 불티나게 팔리고 운동용 레깅스가 평상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니, 언제부터 피트니스, 요가, 필라테스 센터가 하루의 필수 루틴이 되었던가. 몸은 얼마나 정직한지. 노력한 결과를 그대로 표현해준다. 그건 참, 뭘 해도 불확실한 시대에 강력한 위안이고 중독성 강한 성취이다. 그래 어디로 튈지 모를 시세를 믿느니 빡빡하게 에너지가 차오르는 근육을 믿지.

그런데 그것이, 그 피지컬이 너의 멘탈을 보장해줄까? 물론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 마련이지만, 배불뚝이 사기꾼들이 여기저기서 네 마음 근육에 빨대를 꽂고 단백질을 쪽쪽 빨아들여도 찍소리 한 번 못 해보고 수그러드는 멘탈은 벤치프레스 강도를 아무리 높여도 함께 따라 올라오지 않는 것이다. 독촉고지서 한 장에도 쿵 하고 떨어지는 유리 멘탈은 무엇으로 연단 할까?

공포, 두려움, 걱정과 염려, 우울과 자기연민. 나가서 뛰고 달리고 운동하면 좋아질 거라고 말해주는 닥터들은 모두 행복전도사인가. 그래서 무리하게 빚내 차린 개업 부담을 털어내려 열심히 운동들 하시고 있나. 피지컬의 룰에 따라 편법도 사기도 없이 정직하게 진료하고 예의 있는 견적으로 환자들에게 유토피아를 선사하고 있겠는가. 몸의 세계와는 질적으로 다른 현실의 잔혹함은, 피지컬 100이 아니라 멘탈 100으로 경기장을 전환했을 때 과연 끝까지 살아남을 자는 누구일지, 그 전쟁에 초대될 멘탈계의 고수들은 누구일지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 대한 ‘리스펙’을 아끼지도, 잃지도 않으며 공정한 경기를 펼쳐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멘탈계의 황제들은 저기 시장바닥에서 콩나물을 팔고 김밥 순대를 팔면서도 자식 교육 다 시키고 집도 사고 재산도 모으고 심지어 그렇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대학에 몽땅 기부하고 세상을 떠나버리기도 하니. 할머니, 인생은 대학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할머니의 터전이었던 시장바닥에서 배우는 것이라고. 그러니 기부는 대학에 할 게 아니라 오늘도 1톤 트럭에 생선 잔뜩 싣고서 할머니께 진지는 자셨냐고 문안하던 싹수가 파란 젊음에게 하시라고. 그리고 우리는 파랗게 멍든 시세에도 글을 써야지.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비명을 지르며 바벨을 한 번 더 들어올리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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