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혼네와 다테마에
[멀린’s 100] Feb 05. 2022 l M.멀린

흔히 일본인들의 의식구조를 말하며 혼네와 다테마에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합니다. 속마음(혼네本音)와 겉마음(다테마에建前)이 다르다는 말이죠. 속마음과 겉마음이라? 속마음은 뭐고 겉마음은 뭐죠? 마음이 하나지 겉과 속이 다른 게 아닐 겁니다. 속마음과 겉태도가 다른 거겠죠.
세상에 수많은 개성이 존재하고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도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다 다른 데 그걸 속마음이라고 부른다면 누구 하나 같은 마음이 아닐 겁니다. 그러나 사회라고 하는 것, 공동체라고 하는 것은 의견을 일치시키고 조정해 가며 함께 나아가야 하는 것이니, 그것에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 말이죠. 자신의 마음과 다르더라도. 그렇다면 혼테와 다테마에가 무슨 문제죠?
그건 서로 다른 개성들이 서로를 존중해가며 질서를 만들어가는 지극히 당연한 공동체적 태도일 겁니다. 내 마음은 이렇지만, 공동체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나와 다른 마음들을 존중하겠다. 그때의 다테마에는 태도입니다. 존중하는 태도. 배려하는 태도.
그러면 문제는 속마음이고, 그것을 까냐 마냐인데. 우리네 한민족은 허심탄회를 좋아하는 민족이라 일단 술 한잔 걸치고 속 터놓고 말 좀 해보자 하고 들면.. 음 그러니까 니 속마음 좀 까봐라. 내 속마음도 깔 테니까. 뭐 그런 거죠. 그리고 결과는 어떻습니까?
속마음을 들킨 이들, 멋모르고 내어놓은 이들은 벌거숭이가 됩니다. ‘자 이제 나 다 까발렸으니 모두 이해하지? 모두 받아줄 거지?’ 가 되지 않는단 말입니다. 허심탄회를 방패로 여기고 까놓은 속마음은 사람을 연약하게 합니다. 약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중에 더 겸연쩍은 누군가, 속마음의 명분이 부족한 누군가가 ‘그렇구나. 내가 몰랐다. 미안해’ 하고 뒤로 물러서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뭔가 부족한 이들이 자꾸 술 마시자고 합니다. 허심탄회를 열려고 합니다.
실질적 영향력으로 입장을 다져가고 있는 누구라면 그놈의 허심탄회, 필요치 않습니다. 허심탄회를 제안하는 이는 궁지에 몰린 이들이거나, 뭔가 자신의 영향력만으로는 상황을 풀어낼 수 없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상황을 전환하기 위해 자주 쓰는 그것, 허심탄회는 자신의 내밀한 혼네를 지키려는 이들에게는 아주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게 하는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알고 보니 너의 속마음, 매우 더러웠음을.
속마음이란 것. 하루에도 수도 없이 바뀌는 그 속마음이란 것.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기록해 보십시오. 그것 얼마나 더럽습니까? 변덕이 죽 끓듯 하고 무자비한 비난과 논리를 상실한 모함의 말들이 가득입니다. 그런 건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전쟁이고 분란이고. 우리는 수도 없이 칼자루를 들었다 놨다 비난의 화살을 당겼다 놓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입장이란 것을 정리해 내지 않습니까? 그것 다테마에, 겉마음이 아닌 겉태도. 존중과 배려를 통해 말입니다. 그런데 속마음, 왜 깝니까?
그런 걸 헤아리는 일, 상대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어른의 일입니다. 얼라들은 그런 것쯤 고려하지도 않고, 내 속마음, 내 진심이 상대를 할퀴고 물어뜯고 상처 낸다는 생각도 없이 내지르다 쳐발리지만. 어른들은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속마음을 다루게 되고 어떤 멘붕에도 존중과 배려의 겉태도, 다테마에를 잃지 않음으로써 품위를 유지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 것이 서로 질서를 따라 소통되는 곳이 행복한 우리 마을일 테구요.
그러나 허심탄회 하자며 매일같이 술판을 벌이는 어떤 공동체가 멀쩡하게 눈 뜬 다음 날, 내 상사가 동료들이 내 속마음 기억할까 싶어 전전긍긍하고, 속마음을 무기로 남의 내밀한 것들을 캐내어, 너만 알라며 말해준 그 말들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것을 잘 다루어 낼까요? 그건 다들 이미 충분히 경험한, 투명성을 가장한 탈脫 신뢰 사회의 지옥 같은 현상 아니던가요?
일본인들의 혼네와 다테마에가 그 사회 공동체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는 그곳에 살아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혼네와 다테마에는 개인에 대한 존중과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배려를 ‘위선적’, ‘이기적’, ‘내숭’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허심탄회의 자아비판 재판장에 툭하면 소환시키는 겁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감정을 강제로 발가벗기고 사탕발림으로 꼬여내어 드러내었더니 온 동네 가십거리로 씹어대는 만행을 저질러 오진 않았는가, 그게 공동체를 건강하고 성숙하게 하는 태도와 관행인가 생각해 보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마법사의 혼네와 다테마에는
속마음은 보여주지 마.
네 가슴 사이즈는 알고 싶지 않거든.
비겁하게 쫄아든 네 가슴 뭐하러 보여주니.
대신
네 마음이 개떡 같더라도
내가 필요하거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렴.
가면을 수백 개 겹쳐 쓰더라도
손발은 서로 가지런히 모으고
서로 정중히 인사하는 법은 잊지 말게나.
그거랍니다. 그대의 속마음 따위 궁금하지도 알아야 할 필요도 없으니, 태도로 묻어나오는 존중과 배려를 보여주라는 겁니다. 그러면 그 속마음 헤아리는 일은 나의 몫일 테니. 그게 어설프거든 내가 미숙한 것일 테니. 그건 내 몫의 평판이고 내 진짜 얼굴이 될 테니.
사랑이면 그 속마음 무엇이어도 변함이 없을테니.
ziphd.net
ziphd.net
멀린’s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