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우리는 하나가 아닙니다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어둠 아래, 태양 아래
ziphd.net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날씨가 좋았던 날입니다. 화창하게 맑은 날씨와 이에 반응하는 건물과 풍경, 사람들, 여행이란 태양에 반응하는 도시를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같은 태양인데, 저마다 다른 빛과 질감, 정서를 만들어 냅니다. 태양에 어떻게 반응하는 가를 통해 우리는 이국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ziphd.net
사람도 그렇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저만의 빛깔을 가지게 됩니다. 가시광선 안에서 우리는 70억 개의 빛을 발하고, 이를 통해 서로를 알아보고 구분합니다. 태양이 없으면 어둠 속에서는 모두 별이 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하얀 치아와 번뜩이는 눈빛만이 반짝이기 때문입니다. 어둠 속에서는, 태양 아래에서처럼 서로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별들과 무리 지어 있는가를 보고 별을 각각 인식합니다.
ziphd.net
세상이 환하게 빛날 때는 개성이 마음껏 드러나고 구분 지어집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는, 어떤 무리에 속해 있는 가로 개인의 존재가 확인됩니다. 북극성, 샛별같이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드러내는 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북두칠성에 속한 별 인가, 사슴자리, 전갈자리에 속한 별 인가로, 서로를 구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ziphd.net
문명화되는 사회를 여명에 빗대어 말한다면, 문명 이전의 인류는 어둠 속의 별들과 같습니다. 어떤 부족, 어떤 족속에 속하는가에 따라 개인은 부족 이름에 묻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이 터오고 문명의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우리는 서로를 인식하게 되고, 다르구나 깨닫게 됩니다. 어둠 속에서는 다들, 나처럼 웃고, 나처럼 먹고, 나처럼 자고, 나처럼 똥 싸는 줄 알았는데, 태양이 밝아오니, 다들 밥 먹는 모습도 제각각이고 웃는 모습도 제각각, 자는 모습도 제각각, 똥 싸는 모습도 제각각입니다. 이렇게 달랐는데.. 우리는 그냥 하나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문명의 태양이 덜 떠오른 사회일수록 하나를 강조합니다. 태양이 번쩍 떠오른 사회에서는 차마 하나를 강조할 수 없습니다. 어쩜 이렇게 다를까.. 보이지 않던 차이들이 확연하게 드러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ziphd.net
사회가 성숙해가려면 떠오른 태양을 부정해선 안됩니다. 눈 가리고 아웅해봐야, 너랑 나랑 다른 거,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냥 눈뜨면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 전쟁이 시작됩니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는 나한테 맞추라고 서로 으르렁댑니다. 독재와 억압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이 방향으로 줄을 섰다, 저 방향으로 줄을 섰다.. 우왕좌왕합니다. 세지도 않은 놈이 벌떡 일어섰다가 뭇매를 맡기도 하고, 아무리 한 줄로 세워도, 체격이 달라 삐쭉 튀어나오는 놈이 있습니다. 억지로 열 맞춰 세워 놓아도 금세 흐트러집니다. 어둠이었다면 삐뚤어진 줄도 보이지 않을 텐데, 환한 태양 아래 줄 세우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그러다 서로 지치면, 그제야 서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 너랑 나랑 달라..
알겠어.. 인정해..
그니까 피곤하게 우격다짐 그만하고,
절충하자고..
보자 넌 뭐가 다른가..
그렇게 대화가 시작됩니다. 싸우다 지쳐 대화가 시작되는 겁니다. 혼자 살 수 없으니, 같이 살아가야 할 니들을 이해해봐야겠다, 생각이 드는 겁니다. 차근차근 따져보고 살펴보니, 이건 뭐.. 맞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다릅니다. 우리가 그렇게 달랐는데, 어떻게 하나라고 떠들고 다녔는지 기가 찹니다.
ziphd.net
어쩔 수 없습니다. 눈 감고 살 수도 없고, 태양 아래 훤하게 보이는 니들의 다른 모습들을 그냥 이해하고 수용하는 수밖에요. 아니 이해는 못해도 인정은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내가 살겠습니다. 대신 나도 널 인정할 테니, 너도 날 인정해야 합니다. 네가 날 인정하니, 나도 널 인정하는 겁니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빠이빠이 입니다. 남극과 북극에 떨어져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민을 가고, 이혼을 하고, 어쩌면 자살을 합니다. 싫은 놈이 떠나는 겁니다. 소통에 실패한 놈이 사라지는 겁니다.
ziphd.net
말이 통해야 같이 살지
ziphd.net
썬글라스가 없으면 살 수가 없을 정도로, 태양빛이 찬란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하얀 사람, 노란 사람, 까만 사람, 중국 말 하던 사람, 인도 말 하던 사람, 한국 말 하던 사람, 빵 먹던 사람, 쌀 먹던 사람, 감자 먹던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이 땅에 원래 살던 원주민은 간데없고, 온통 다른 대륙에서 건너온 이방인들이 국민이랍시고 이 땅의 주인 노릇들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주인 쫓아내고 내 땅 입네 하려니, 염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자꾸 대화합니다. 다들 다른 땅에서 넘어왔으니, 같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다른 데.. 그냥 피부만 봐도 다르니 기대 따윈 없습니다. 그래서 늘 묻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이게 좋은데’, ‘너는 뭘 원해?’, ‘나는 이걸 원하는 데’.. 적당히 알아서 대충 서로 뭉개고 가는 게 없습니다.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함께 잘 살려면 의사표현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교통사고가 나도 함부로 ‘sorry’하면 안 됩니다. 혼자 책임을 다 뒤집어 씁니다. 먼저 인정해 버리면, 그게 입장이 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의사표현이 신중하고 또 자기표현이 명확합니다. 무서울 정도로 자기주장을 하지만, 또 의아할 정도로 상대 말을 들으려 하고 이해해 주려 합니다. 그래서 졸라 시끄럽습니다. 서로들 자기표현하느라 열라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참 잘 돌아갑니다. 이렇게 여러 민족, 여러 인종이 모였는데, 한데 어울려 제법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민족, 한 부모 밑에 태어나 자라도 열라 싸우고 맨날 죽일 놈, 살릴 놈 하는 데, 생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참 잘 삽니다. 기대가 없어 그런가 봅니다. ‘당연’이 없어 그런가 봅니다.
ziphd.net
어떤 조사에 의하면, 동성 부부의 자녀들이 이성 부부의 자녀들보다 행복지수가 높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동성 부부들은 자신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매우 깊이 하고, 매우 신중하게 양육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서로에 기대어 당연히 낳아 버리고는,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는 이성 부부와 달리, 자녀 양육이 매우 어렵고 신중한 판단을 요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시작하는 동성 부부들의 태도가, 더 진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에 대해 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하고, 나의 권리를 위해 상대의 권리를 최선을 다해 보호해 주는 태도를 우리 ‘한’민족은 갖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ziphd.net
어둠 속에서 떼로 하나 되어 살던 우리가, 이제 태양 아래 드러나진 서로의 나신(裸身)을 바로 보기가 부끄럽고, 당황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황해하는 모두를 독재와 억압이 줄 세우기를 열라 해대었습니다. 어쨌든 앞으로는 가야겠기에, 튀어나온 팔, 다리 잘라가며, 줄 세우기를 열라 해댄 것입니다. 그 사이에 태양 아래 태어난 새로운 세대들은, 부모들의 어둠 속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고, 수용할 수도 없어, 갈등을 빚습니다. 눈에 뻔히 다른 게 보이는 데, 너는 아버지처럼만 하면 돼, 너는 어른들처럼만 하면 돼, 너는 나처럼만 하면 돼하고 꼭두각시놀음을 하라니, 참을 수가 없습니다.
ziphd.net
당신과 다른 까만 내 눈동자가 보이지 않나요? 붉은 입술과 구리빛 피부가 보이지 않나요? 회색 제복 속 피부를 본 적이 없는 어른들은, 다 같을 거라 상상만 합니다. 아니 훤한 대낮에 뻔히 보이는 피부를, 애써 외면하고 연탄을 발라 덫 칠하려 듭니다. 그래서 엑소더스, 엑소더스.. 태양의 나라로 엑소더스, 엑소더스..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땅으로 엑소더스, 엑소더스..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정오의 태양을 맞는 이 대륙들과 비교하자니, 이제 아침을 맞은 우리 사회가 버벅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서로를 분간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가 신호등 없이도 잘도 소통하는 이들을 한 번에 따라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인데.. 어쨌든 우리는 열 걸음, 스무 걸음은, 한 번에 달린 것 같습니다.
ziphd.net
늘 그렇게 열린 사회, 소통하는 사회, 선진국가를 부러워들 하며, 누구는 아메리카 대륙을 얘기하고, 누구는 북유럽 복지를 얘기하지만, 다들 만나 물어 보고 우리 사회를 말하고 나면, 한결같이 우리도 그랬다, 우리도 그렇게 치고받고 싸웠다, 전쟁도 하고 투쟁도 했다. 그렇게 오십 년, 백 년이 흐르니, 좀 살만해 졌다. 이렇게 서로 말이 좀 통하고 있다, 대답합니다.
ziphd.net
아침의 나라의 햇볕정책
ziphd.net
조급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태양빛이 강렬해질수록, 가식의 오버코트는 벗게 마련이고, 어둔 밤을 버텨내려, 세 겹, 네 겹 겹쳐 입었던 억압의 외피들은 모두 벗어던지고 말 게 될 테니. 그 아래 제각각 드러난 개성 넘치는 나신(裸身) 들에 우리 눈은 부시고, 일단 당황스럽기도 하겠지만, 결국 너도 나도 나신(裸身)이니, 뭐랄 것도 없고, 지랄할 일도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유례없는 경제성장 속도만큼, 금기들을 또한 빠르게 벗어던져 왔습니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 상투를 틀고 앉아 남녀유별을 주장하던 우리가 동성애를 받아들이고, 이혼과 불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먼저 튀어나갔다 두들겨 맞은 마 교수만 불쌍할 뿐입니다. 지금은 마 교수를 마녀사냥하던 방송에서도 대놓고 ‘마녀사냥’이란 타이틀을 걸고, 그의 책보다 더한 얘기들을 해대는 데 그게 뭐라고.. 구속까지 시키고.. 지금은 시시해서 보지도 않는 그걸 말입니다.
ziphd.net
조급해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못 살겠으면 엑소더스 하시고, 진도가 너무 빨라 당황스러우면, 청학동으로 이주하시고, 그래도 어울려 함께 살아가고 싶다면, 벗은 거 자꾸 뭐라 하지 말고, 나도 벗고 당당해지십시오. 애플의 CEO ‘팀 쿡’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 하자, 도리어 애플 주가가 뛰었습니다. 그런 세상입니다. 돈 벌려면 뭐든 하는 세상이고, 가면을 벗으면 오히려 돈이 벌리는 세상입니다.
ziphd.net
동방의 아침의 나라에 태양이 반짝 떠올랐으니, 더 어둠 속에 있어봐야, 나만 손해입니다. 빛 가운데로 나아오세요. 가식과 억압의 옷 들일랑 훌렁 벗어버리고, 커밍아웃하여 광명을 찾으세요. 누드비치에서 혼자만 옷 껴입고, 카메라 셔텨 눌러대며 남의 몸매 평점이나 매기는 못된 짓거릴랑 그만하시고 말입니다.
ziphd.net
2015년 2월 22일
ziphd.net
개새끼소년 Ridiculous 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