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외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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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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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혼자 밥 먹는 여자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워낙 개인주의가 일상화된 나라이긴 하지만, 혼자 밥 먹는 여성들이 식당에 쭈욱, 줄지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면, 한국 사람의 눈으로는 낯설기만 합니다. 남자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주로 나이 든 남자들이 혼자 앉아서, 책을 보거나 멍을 때리거나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점점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산업사회의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에도 닥쳐오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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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서양인들은 대부분 남녀 커플로 다닙니다. 남자들끼리, 여자들끼리, 여행을 다니는 모습은 자주 목격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혼자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은 있어도, 동성끼리 여행 다니는 모습은 자주 목격되지 않습니다. 동양사회에서는 아직 동성끼리 다니는 모습이 더 흔하고, 이성끼리 여행을 다니는 경우는 대부분 신혼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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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끼리.. 이성끼리.. 그러다 마음에 잘 맞지 않으면 차라리 혼자가 편하게 됩니다. 밥을 먹는 중에도, 차를 마시는 중에도, 쓸데없는 남의 얘기 듣고 앉아 있자니, 혼자 아니 핸드폰이나 전자기기랑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게 속 편합니다. 적어도 그것들은, 내가 보기 싫으면 꺼버리면 그만이니까요. 물론 이노무 메신저는 형체만 없지, 가상현실 속에서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심지어 똥도 쌉니다. 뭘 하는 와중이던,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까똑 거리니, 까똑이야 말로 이 시대 우리 사회의 가장 친밀한 다마고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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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들은 사실 끊임없이 소통할 대상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호 소통할 자신이 없고, 상호 소통에 따르는 책임은 감당하기 싫으니, 주로 온라인 가상현실을 통해 일방적으로 듣고, 댓글을 통해 일방적으로 떠듭니다. 사회는 이를 새로운 소통 방식,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라고 하지만, 인간의 소통은 언어적 소통보다 손짓, 표정, 뉘앙스 등 비언어적 표현이 더 크다고 하니, 우리는 소통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대나무밭에 대고 제각각 떠들어 대고나 있는 겁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너의 말을 듣고,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을 붙들어 주는 것이 배제된 소통은, 그냥 왕왕거리는 소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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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알아듣기는 하는 거야.’라고 소리쳐 봐야, 외로운 사람들이 누구 말이 고픈 게 아닙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손길이 고프고, 눈길이 고픈 겁니다. 한 공간에서, 비록 각종 세균이 잔뜩 섞여나는 공기일지언정, 같은 공기를 숨 쉬고, 같은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는 그 공간적 정서가 고픈 겁니다. 그러나 소통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산업사회에 접어들어 너무 커졌습니다. 한 테이블에 앉는 일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관계망 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책임을 수반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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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 누구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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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언제부턴가 관심사가 되고, 책임 추궁의 근거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사회가 되었고, 알 수 없는 내일로 인해, 오늘의 만남이 어떤 족쇄가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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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는 외롭지 않으면, 복잡해지거나 곤란해 질지 모르는 부담 때문에, 만남을 기피하는 사회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최선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말을 줄이고, 모두가 정치인이 되어 애매하게 돌려 말하거나, 어정쩡한 표현들로 일관하지 않으면 자신을 보호할 수 없을 듯한 위기의식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느니 외롭겠습니다. 같이 밥 먹다가 구설에 오르느니, 혼자 먹는 게 속 편합니다. 같이 차 마시다 CCTV에 찍히느니, 테이크 아웃하고 말겠습니다. 지은 죄는 없는데, 누군가가 지을 죄 때문에 미리 알리바이를 확보해 놓는 것이 안전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다 잘 살아보자고 노력한 인간의 결과입니다. 문명을 대단히, 급속도로 발전시켜 놓은, 인간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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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대신 개와 고양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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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자신과 닮은 인간을 창조한 이유는 아마도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기도를 가르치지 않았을 겁니다. 입과 귀를 주지 않았을 겁니다. 말을 가르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말하는 이유는 신과 소통하기 위함이고, 신과의 소통은, 인간과 인간의 소통을 통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점점 소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외로운 아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험해 보니 귀찮았던 이브 대신 선택한 건 동물입니다. 동물을 인간의 거주공간으로 들이고는 사람처럼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먹이고 있습니다. 말은 안 통하는데 마음은 통하는 대상, 언어적 소통은 없으나 비언어적 소통이 만족스러운 애완동물들이, 인간과 유전자를 교류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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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진화는 물리적 교배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식의 진화와 사고의 진화는 사회적 교류를 통해서도 일어나고 진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몇 세대가 흐르면, 이제 개와 인간이 서로 말하고, 고양이와 인간이 서로 대화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개와 고양이, 인간이, 한 공간에서 몇 세대를 살고 나면, 그들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인간의 말도, 개의 말도, 고양이의 말도 아닌, 그들의 말을 하고,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수립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무너지고, 인간과 애완동물 사이의 의사소통 체계가 새로 수립되는 겁니다. 아니 이미 그렇습니다. 엄마 말은 개똥같이 알아듣는 딸이, 강아지 울음소리에 배가 고픈지, 어디가 아픈지, 기가 막히게 알아듣고 보살핍니다. 개똥 치우느라, 엄마 말을 개똥같이 무시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된 지가 벌써 꽤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녀의 침대에 그가 아닌, 개가 올라탄 지가 벌써 꽤나 시간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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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와 소통하는 인간은 드디어 사자와 뒹굴고, 새와 대화하며, 뱀과 뛰노는 천사가 되어가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정글북의 소년처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역진화의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소통을 멈춘 인간이 번식인들 하겠습니까? 자연으로 돌아간 인간이, 동물들과 함께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매우 자연스러운 지구 생태계의 순환과정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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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인간 삶을 맛본, 인간 보다 더 팔자가 좋아져 버린, 저 개, 고양이들이 인간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갈런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고급 사료와 정갈한 미용 서비스에 길들여진 개와 고양이가 자연을 거부하고, 인간을 종 부리게 되면 이건 인공지능 로봇의 반란보다 더 무서운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런지도 모릅니다. 정작 팔등신 미녀를 차지한 건, 그놈들이니 말입니다. 호화 펜트하우스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처자는 건, 그 자식들이니 말입니다. 심지어 유산도 물려받는 신세가 되었으니, 정말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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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되었습니까? 우리는 어쩌다 우리의 수고와 노력의 결과를 고스란히 그들에게 갖다 바치게 되었습니까? 유산 상속으로 대주주님이 되신 ‘개 님’에게 충성을 받치느니, 차라리 더 외롭겠습니다. 목숨 바쳐 벌어온 돈으로 고양이 님의 미용 비용을 대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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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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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지고, 너와 얼굴을 맞대고, 너의 숨소리를 느끼는 일이 두려운 일이 되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휴대전화 속 주파수와 파장으로만 존재하는 인간은 가상현실의 그녀와 다를 게 없습니다. 음모론을 쫓아 빅브라더가 조종하는 사회라면, 5인치 화면 속 그녀의 답신이 진짜 그녀의 답신인지, 시스템의 농간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수화기 너머 그녀의 목소리가 변조된 siri의 목소리인지, 진짜 그녀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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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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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인간입니다. 온라인에 숨어 디지털 노리개로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오프라인 현실로 당당히 뛰쳐나와, 만지고, 넘어지고, 상처도 나고 하면서 인간 삶의 생생한 드라마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일이 가치가 있습니다. 그게 인생이고 인간입니다.

人(사람 인) + 間(사이 간)

혼자서는 人間이 아닙니다. 관계망 속에 존재하지 않으면 人間이 아닙니다. 두려워 말고 현실로 나아 오세요. 얼굴 좀 봅시다. 바이러스가 두려워도, 마스크를 끼고라도 우리 좀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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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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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소년 Ridiculous 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