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버려진 아들들의 반격

 

드림소사이어티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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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살아남은 자들의 유토피아겠죠.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고, 위험을 제거하게 되는 동안, 요즘 쏟아져 나오는 예측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많은 직업들이 사라져 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잉여인간들은 어떻게 될까요? 기계로 대체된 일자리들, 지금은 직업 목록에도 없는 버스 안내양처럼 사라져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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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기술의 발달로 향상된 생산성의 결과는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 될 뿐입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을 근간으로, 비교와 경쟁을 골격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전쟁 없는 인구 조절 시스템이 저절로 작동되는 것입니다. 도태되는 것이지요. 결혼이 꿈이 되고, 출산이 사치가 되는, 新 자유주의의 종말 문화가 이미 시작되었고, 벌써 한 세대가 도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드림소사이어티는 비록 도래하더라도 이들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살아남은 자들, 이미 가진 자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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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누가 살아남을까요? 현재의 기득권, 현재의 엘리트 자본가들이 살아남을까요? 그들은 아마도 도망가야 할 것입니다. 화성이든, 안드로메다든.. 어디 지구 같은 별을 찾아 이 땅을 떠나야 할 것입니다. 왜냐구요? IS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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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근에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IS 전사를 자원한 어느 십 대의 이야기 말이죠. 아버지가 공무원인 평범한 가정(?)의 십 대 소년은 교우 문제로 중학교에 미진학한 채,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갑자기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어요’를 외치며 IS에 자원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이 친구는 왜 여자가 싫어졌을까요? 엄마도 여자고, 할머니도 여자인데, 왜 여자가, 페미니스트가 싫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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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든, 타의든, 내 자리 뺏으면 기분 좋을 사람은 없습니다. 대대로 잘 살고 있는 내 땅, 몇 천 년 전에는 우리가 주인이었다며, 밀고 들어와 거주민들을 다 쫓아내고 박살 내는 데 누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심지어 남의 땅까지 치고 들어와 신대륙이라며 주인 노릇하는 데, 누군들 목숨 걸고 싸우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세워진 질서가 그렇게 위협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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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 전통에는 과부도 고아도 거둬 먹여 주었는데, 요즘의 우리 문화는 루저는 가둬 버립니다. 저 혼자 게임하다 뒤지거나 말거나.. 이렇게 버려진 아들들은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네트워크 상의 가상세계를 떠돌다 같은 처지에 놓인 동지들을 만나고, 현실 속 식민 세계와 결탁하여 속속들이 성전을 위한 전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옳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수긍은 하지만 응원할 수야 있겠습니까? 어쩌면 이 십 대 친구에게 IS 동지들은 박 씨를 물어다 준 제비같이 반갑고, 활빈당에서 만난 홍길동같이 뭉클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별거 아니라고 간과하기엔 규모가 너무 거대합니다. 게다가 역사도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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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들들의 반격 ‘루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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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들, 이스마엘의 원한으로부터 시작된 이 중동권의 설움이 켜켜이 쌓인 채, 몇 천 년을 흘러내려 왔고, 끝을 모르고 폭주하던 유대계- 앵글로 색슨들의 설국열차에서 이탈한 버려진 아들들이 산처럼 쌓여서, 집단을 이루고, 나라를 만들고, 군대를 결성하였습니다. 게다가 첨단 기술문명과 합세한 자본주의의 폐해가 극을 치닫는 이 시점에, 무차별적으로 양산되는 각국의 버려진 아들들이 연대를 모색하는 지점에까지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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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마치 자신들을 터미네이터와 대항하는 저항군으로 인식하고, 전 세계의 골방에 은신해 있는 존 코너(저항군의 수장)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희망이 없는, 아니 희망이 고문인 버려진 아들들이 견디다 견디다 봉기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골방에서 말라죽으나, 전장에서 피 흘려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 그렇다면 그게 무엇이든, 누구를 위한 것이든, 싸워보기는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찍소리는 한 번 내봐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모여듭니다. 자유의 땅, 시리아로 시리아로.. 무정부의 땅, 시리아로 시리아로.. 형제들의 땅, 시리아로 시리아로.. 영어라면 과외에, 학원에 치를 떨었을 이 십 대 친구는, 어렵고 생소한 아랍어를 열정적으로 배워가며, 형제 찾기에 나선 것입니다.

[2]

우리는 이렇게 드림소사이어티에 진입하기 이전에, 먼저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아니 ‘루저 전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테러와 게릴라전으로 촉발될 이 사회적 위협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자신을 무시하던 꼰대들이 득실한 학교 교정에 기관총을 난사할지 모르고, 인턴으로 2주 쓰다 불합격 처리해 버린, 악덕기업의 본사에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표적은 멀리, 높이, 있지 않습니다. 죽음을 불사한 복수가 목적이라면 그것은 매우 가까이, 그들을 투명인간, 루저 취급하던 부모, 형제, 급우, 이성, 선생, 상사, 정부, 권력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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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기겠습니까? 누가 이 전쟁에서 살아남겠습니까? 정의가 이깁니까? 선이 이깁니까? 너는 정의입니까? 나는 선입니까? 그렇게 히틀러가 전 국민적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세계의 절반이 공산주의에 열광했었습니다. 그렇게 전쟁은 시작되었고, 그렇게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운 좋은 사람들만을, 명(命) 긴 사람들만을 적정인구 수준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그러면, 겨우 맞춰놨으면 교훈 얻고 천천히 갈 것이지, 이 놈의 유대계-앵글로 색슨이 운전하는 폭주기관차가 조금도 참지 못하고, 이건 지난번 것과는 좀 다르다며, 新 자유주의라는 엔진을 달고, 다시 속도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일본이, 한국이 올라타고, 제3세계들이 속속 올라타더니, 거대한 쪽수를 자랑하는 중국, 인도마저 올라 타버렸습니다. 숨 쉴 틈도 없는데, 발 디딜 틈도 없는데, 모두들 온통 먹고 싸고 버려대는 통에, 열차가 조금만 커브를 틀어도 기우뚱 기우뚱, 위태위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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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싸고, 버리고.. 먹고, 싸고, 버리고..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물건에 화려한 장식과 넘치는 엔터테인먼트들.. 신나고 즐거우니, 남녀가 좁은 열차 안에서 뭐 하겠습니까? 열라 애를 싸질러놓고는 이 호황이 영원할 거라며, 니들은 걱정 마라, 인생을 즐겨라며, 베이비 부머들을 양산해 대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열차가 점점 위험해집니다. 기우뚱 삐거덕, 점점 느려지고, 공기는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탁해집니다. 열차에는 식량이 충분한데, 앞 칸부터 배급되는 뷔페식 식단은 뒤로 갈수록 남는 게 없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새로운 계급인 자본계급의 위계상, 앞 칸으로 넘어가야, 숨 좀 돌릴 텐데, 칸칸을 이어주는 사다리는 걷어 차인지 오래입니다.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살려면 애를 버려야 합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놈들부터 내버려야겠습니다. 논의가 시작됩니다. 기준을 강화합시다. 상대평가를 실시합시다. 유전자를 위해 외모를 새로운 기준으로 세웁시다. 압니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너는 탈락입니다. 그러니 알아서 빠져줄게, 안 보이는 데로 골방으로 처박혀 줄게.. 그렇게 한 세대가 흘렀습니다. 골방에 처박혀, 창밖을 보니, 검은 두건을 두른 낯선 이방인이 손짓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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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여 나의 형제여, 내가 너의 마음을 안다. 내가 너의 아픔을 안다. 오, 이스마엘, 버려진 나의 아들들아.. 버려진 형제들의 어머니, 하갈의 품으로 돌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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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 나라의 첫 번째 이스마엘이 형제를 찾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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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길까요? 첨단 문명으로 장식한 선택된 아들, 딸들과, 설움과 분노로 무장한 버려진 아들들의 전쟁. 빈익빈 vs 부익부, 루저 vs 선민, 버려진 아들 vs 신의 아들, 세계 제3차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과연 누가 살아남아, 드림소사이어티의 낙원에 들어가게 될까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게을렀던 부자와 기득권들은 결국 분노와 적개심으로 무장한 新 파시즘으로 다시 한 번, 新 자유주의 설국열차의 파멸을 맛보게 될까요?

[3]

뒤돌아보기에는, 주변을 살피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히틀러가 환생하여 ‘그러게 유대계 쟤들 위험하다니까!’ 하겠습니다. 대원군이 환생하여 ‘내가 괜히 나랏 문 걸어 잠근 게 아니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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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내면적, 관계적, 공동체적 결핍의 목마름은 버려진 아들들만큼이나 부자들, 기득권들도 자유롭지 못하니, 결국 우리가 사는 사회는 맹수가 들끓는 사바나 정글과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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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드림소사이어티라니.. 아마도 그곳은 교과서와 같은 공명정대, 정의구현, 상호존중, 예의범절이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포스트 휴먼 사이보그들의 세상은 아닐지.. 채워지지 않는 결핍으로, 서로 치고받다 모두 자멸해 버린 인간들의 세상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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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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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희망은 있습니까? 있다면 누구로부터 찾아야 합니까? 아니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누구에게 있습니까? 이 전 인류적 극단적인 대립과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을 타개할 희망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세상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버린 폭주기관차의 운전수, 유대계-앵글로 색슨 서양인들이겠습니까? 루저 천국, 은둔형 외톨이들의 본고장, 일본이겠습니까? 아니면 이제야 자본주의의 맛을 보고 환장해 거리에 죽어가는 사람도 거들떠보지 않는 중국이겠습니까? 그러면 복수에 불타는 형제들의 연대, IS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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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의 조화, 상부상조, 홍익인간의 DNA를 가진 단군의 자손, 우리에게 있을지 모릅니다. 잘 찾아보면, 어쩌면 우리 손에 세계 평화의 히든키(Hidden key)가 숨겨져 있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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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자손, 찬송하리로다 호산나! 호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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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계-앵글로 색슨들에게 더 운전대를 맡겼다간, 히틀러 환생하시고 무솔리니, 스탈린 다시 등장하십니다. 제국주의 일본제국에게 넘어가면 우리는 모두 사이보그 인조인간이 되고 말 겁니다. 차이나는 어떠냐구요? 난리 나는 겁니다. 천안문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셨잖습니까? 티벳사태, 어떻게 깔아뭉개는지 보셨잖습니까? 러시아는 오히려 위험하고, 인도는 쪽수만 많지 현세를 초월해 살아서 안됩니다. 유럽은 다 늙어서 가운뎃손가락 세울 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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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남은 건, 우리뿐, 한반도뿐, 대한민국뿐.. 우리에게 무엇이 있습니다. 디스토피아든, 유토피아든, 인류가 드림소사이어티로 진입하기 위한 마스터키가 우리 손에 있습니다. 전 세계가 말 춤을 추며 한국인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오빠를 연호하며, 사마(神)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있습니다. 당신과 이 나라가 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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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매번 결론이 이딴 식으로 나는 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뉴욕에서 백남준을 만난 이후론 더 심해졌습니다. 매번 매우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민족주의, 유치한 한민족 메시아론으로 결론을 맺게 됩니다. 정말 뭐가 있는 걸까요? 우리에게 뭐가 있는 걸까요? 누가 아시는 분 있으시면 좀 알려 주세요. 아님 저 좀 말려 주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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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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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소년 Ridiculous Boy


[1] 정의길, 『이슬람전사의 탄생』, 한겨레출판
[2] ‘IS 戰士 중에 北아프리카 젊은이 유독 많아’, 조선일보, 2014년 10월 15일자
[3] 영화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