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당신의 비범함을 인정하세요
죽음은 급작스럽게 찾아옵니다. 미리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축복일 것입니다.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아직 많이 남은 줄 알았던 시간이 종료되어 버리면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가 없게 됩니다. 열심히 보고 있던 TV가 갑자기 전원이 나가버린다던가, 기름이 충분한 줄 알았는데 자동차가 도로 한가운데서 서버린다던가.. 그런 느낌보다 몇 백배는 당황스럽고 아쉬움이 남을 겁니다. 안 죽어 봐서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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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는 후회해도 늦는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마왕(신해철)의 죽음을 되새기며 안타까운 건, 우리보다 마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최근의 마왕의 인터뷰들에서 ‘산책실렁교’라는 자신이 새로 만들었다는 동아리 얘기를 하며 우리는 전체 우주의 일원으로서, 유전자를 이어나갔다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했다, 남은 인생은 신이 그냥 너 알아서 즐기라고 준 보너스다. 뭐 이런 얘기들을 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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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그래서 보너스를 충분히 즐겼을까요? 원 없이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을까요? 본인이 아니니 알 수는 없지만, 이왕 갈 거면 좀 더 화끈하게 질러나 주지, 원 없이 더 날카롭고 본질적인 독설이나 작렬해주지, 누구랑 대차게 맞짱이라도 떠 주지하는 팬으로서의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고인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런 무례는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내가 해야겠습니다. 나는 그런 게 남아있지 않은지, 샅샅이 뒤져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마왕에게 주어졌던 인생이 46년이었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마왕이 무언가 더 작렬한 결과물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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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비범한 존재들입니다. 일단 얼굴이 다르고 유전자가 다 다릅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어떻게 발현시켜가야 할지는 이미 우주에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들고 태어난 무기를 사용하고 죽을지, 써보지도 못하고 죽을지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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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집까지 걸어왔는데 안주머니에 들어있던 만 원짜릴 발견할 때의 허탈함. 영문도 모르고 벌서고 있는데, 선생님이 넌 왜 벌서고 있냐고 할 때의 억울함. 늦게 일어나, 지각하지 않으려고 미친 듯 뛰어서 학교에, 회사에 도착했는데, 일요일임을 알았을 때의 황당함. 이것은 다시 말하면, 안 되는 줄 알고 포기하고 죽었는데 원래 내가 슈퍼스타가 되기로 하고 세상에 왔던 것임을 알게 되거나, 언감생심 생각도 못 했던 멋진 아가씨가 원래 이생에 내 연인으로 만나기로 정해져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거나, 싼값에 고물상에 팔아버린 요강이 실은 엄청난 가치를 가진 도자기였다는 사실을 죽어서 알게 된 비통함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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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형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절망해 술만 마시다 간암으로 죽었다면, 박지성이 평발이라고 지레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었다면, 강호동이 천하장사에 만족하고 씨름 코치나 감독으로 머물렀다면, 서태지가 전설적 밴드 시나위의 베이시스트를 감지덕지로 여겨 베이스만 열심히 쳤다면, 이순신 장군이 왕의 질투에 밸이 꼬여 낙향해 농사만 지었다면..하늘에서 가지 않았던 길을 바라보며, 후회와 아쉬움에 억울해 다시 세상으로 내려오는 것입니다.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신에게, 옥황상제에게 삼손처럼 간청을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는 사업마다 말아먹는 외삼촌을 보라며, 뻘짓 하다 인생 망친 옆집 남편을 보라며, 나대다 뭇매를 맞은 누구누구를 보라며, 말리는 것입니다. 지레 겁을 먹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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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그럴 수 있습니다. 부모는, 배우자는, 자식은, 친구들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습니다. 지 인생이 아니니까.. 그러나 나는 그러면 안 됩니다. 내 인생이니까.. 누가 대신 살아주는 삶이 아니니까.. 나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증명은 나의 몫이고 대상은 나 자신입니다. 누가 뭐라 든, 나는 나의 비범함을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DNA에 꿈, 소원, 욕구, 선호, 카르마 심지어 원한과 분노로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읽고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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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수 천 번의 생에서 조우했었습니다. 그때에도 나는 당신에게 네가 가진 것을 보라고, 너는 위대하고 비범하다고 말했고 그때에도 너는 믿지 않고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해보지 않고 죽었습니다. 그리고 후회하고 아쉬워하며, 다음 생에는 꼭 해보겠노라고 제발 도와달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다시 만난 겁니다. 그래서 또 너는 위대하고 비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A는 위대한 혁신가가 되기로 하고 태어났고, B는 인류를 외계인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C는 한반도에 통일을 가져오기 위해, 나를 만났고, 나를 스쳤고, 여전히 긴가민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법사로서의 신분을 자각한 마법사 멀린이 하는 예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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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웃기는 짬뽕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그러나 제한시간을 마치고 어딘가에서 나와 마주친 당신이 덕분에 고마웠다 표현해야 할 감사이고, 미안하다 이번에도 못 믿었다 고백해야 할 사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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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믿음으로, 지쳤다 잠깐 좀 쉬자 떠나온 여정 중에도 이 땅에 내려 오기 전, 당신과 한 약속에 충실하려, 매일 시간을 내, 메시지를 쓰고 전하고 있는 마법사의 성실에 대한 보상을 당신은 해야 할 것입니다. 성취로 하든지, 저 생에서 사과로 하든지.. 그리고 여기까지입니다. 무시하는 당신은 그에 따른 지루하고 무의미한 인생의 지옥을 남은 생에도 계속 감당해야 하고, 번번이 써보지도 못하고 들고만 다니는 비범함을 죽은 뒤에도 이고 있어야 하는, 형벌이 계속될 것입니다. 후회와 미련에 젖어, 한없이 무거워져만 가는 솜덩어리 같은 그대의 재능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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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안하게도 마법사의 저주입니다. 만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 글을 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마법처럼 꿈을 이루든지, 무시한 채 시간의 성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게 되든지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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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날아오르고 있다면 뒤돌아 보지 마세요. 그대로 믿음대로 계속 날아가야 합니다. 날개는 이미 돋아났고, 날갯짓을 거듭할수록 껍데기는 떨어져 가고, 눈부시게 빛나는 깃털 속, 날개 근육들이 단단하게 자라날 테니, 떨어질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궤도에 오르면, 그냥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유영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진 힘들겠지만 펄럭여야 합니다. 내려다보지 말고.. 뒤돌아 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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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에 걸렸다면, 그런데 아직 제한시간이 끝나지 않았다면 방법은 하나뿐, 거울을 들여다보는 겁니다. 자신과 직면하는 겁니다. 비범함을 저주로 알고 외면했던 두려움을 딛고, 용기를 내어 거울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지금을 직면하고, 비록 희미하더라도 가면 뒤로 빛나는 진짜 나와 만나고 소통해야 합니다.
자신이 없다면,
포기하고 싶다면,
자.. 여기서 글 읽기를 멈추고,
나와의 소통을 멈추고,
어서 도망가세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멀리멀리 도망가세요.
어둠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마법사의 주문이 들려오지 않는 곳으로..
훠이~ 훠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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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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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소년 Ridiculous 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