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날

 

 

여덟 번째 날에
어느 곤고한 날에
기도할 힘도 마음도 없던 그날에
겨우 문자 메시지 창을 열고 이렇게 적었어

‘제발, 도와주세요.’

누구에게 보내야 할까?
어디로 보내야 할까?

수신인란에 나도 모르게
123 이라 쓰고
발송 버튼을 눌렀지

수신인 123

그때 그 문자는 누구에게 날아갔을까?
하늘 아버지에게 가 닿았을까?
대지의 어머니에게 가 닿았을까?

어느 곤고한 날에
여덟 번째 날에
나의 어린 날에

 

[2024. 05. 05_ Seoul, Korea]

 

그림 없는 그림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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