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망각이란
감사한 기능이다
생생한 고통의 기억을
매일 떠올리며 살아야 한다면
생은 지옥 그 자체일 테니
특히 관계에 있어 망각이란
용서의 근원이며
모든 관계를
시간과 인식의 흐름 속에서
다지고 부드럽게 매만져 줌으로써
삶을 아름다운 것,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 변환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간의 장벽 뒤로 흘러간 것은
관계의 기억이지
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기억 속의 그가 아니다
그는 여전히 그이다
그러므로
그와의 관계는
여전히 같은 지점에서 갈등할 뿐이다
그러므로 관계는 새로워져야 한다
기억 속의 그는
재창조되었을 뿐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같은 존재와
다시 만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그를
만나는 것이다
그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지만
내 인식 속의 그는
재창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 인생에서
과거의 연과 조우하게 되거든
너는 그를 처음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실수와
같은 갈등을 반복하고는
무참히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아 맞아,
너 이랬었지..
[Marseille, 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