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100] 인생 OST

[MUSIC100] Sep 27, 2021 l M.멀린

 

언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개봉연도를 보니 1999년이라, 아 나는 이 영화를 청춘의 한복판에 보았구나 그리고 이것은 미래기억이 되어 나의 한 부분을 이루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것은 주인공을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와 함께 이 OST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영화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이 OST다. 영화는 언제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이 곡, 이 선율은 그 이후로 잊은 적이 없다.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진 적이 없고 그건 죽을 때까지 마찬가지일 거다. 그리고 죽어서도. 이 주제가를 들으며 이 곡이 내 장례식장에 울려 퍼지면 좋겠다 생각하곤 했다. 그건 아마도 실존 인물이라는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을 닮고 싶은 마음에서 일 거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청춘의 한복판에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

영화가 어땠냐고 물으면 킴리님은 ‘아.. 뭐 OST가 괜찮았어.’ 한다고 딱히 영화 내용에 별 감흥이 없다고 해서, 그럼 인생 OST는 뭐냐고 물었다가 되질문을 받았다. “마법사님은 뭔데요?” 주저 없이 나는 <패치 아담스>라고, 이게 인생 OST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킴리님은 “그럼 봐야겠는 걸요.” 하고는 핸드폰을 열어 넷플릭스를 검색해보더니 “아니 이럴 수가. 이건 운명적이네요. 9월 30일이 종료일이에요.” 했다. 3일이 남았다.

종료일이 3일이 남았다. 나는 이 OST가 나의 장례식에서 울려 퍼지길 바란다.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는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생각하다, 삶이 곤고해지고 피폐해지면 어김없이 이 곡을 찾아 듣고는 다시 촉촉해지다 못해 길을 걷다 말고 오열한 적도,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던 적도 많았다. 왜 그렇게 마음을 녹이는지. 그래서 여러 번, 여러 시간 그리고 여러 글들이 이 곡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그건 마치 수업 종료를 알리는 챠임벨 같달까.

그렇게 살고 싶었나 보다. 실존 인물인 주인공은 비난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그건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캡틴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과도 그대로 겹쳐, 냉대와 싸늘한 시선이 산처럼 쌓인 엄동설한의 벌판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기개로 비쳐진다. 나도 그렇게 살려고 지독히도 곤고하고 지독히도 외로웠다.

그리고 이 곡은.

아마도 천사가 있다면, 하얀 양털 구름 속에서 날아와 부드럽게 나를 안아 올리는 천사가 있다면, 그 품에 안겨 몸이 부웅하고 떠오를 때의 느낌과 이 곡의 느낌이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그 품에 안겨 ‘아, 이제야 쉬는구나. 아, 이제야 끝이 났구나.’ 한숨 쉬며 고단했던 하나의 생을 편안히 마감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수고했다고, 너의 수고를 세상이 기억할 거라고 말해주는 천사의 음성을 들으며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으면. 매번 그런 상상을 하며 이 곡을 듣다 말고 울었다.

킴리님이 이 영화를 보겠다 했으니 보면 좋겠다. 실존 인물을 그린 영화 자체는 진부한 구석이 있지만, 그런 삶은 세상에 흔하지 않은 삶이고 우리는 진부하나 흔하지 않은 선택과 도전을 함께 해나가고 있으니까. 킴리님이 이 영화가 운명적이다 했으니 우리의 운명도 이 영화의 결말과 같았으면 좋겠다. 운명은 진부한 구석이 많지만 우리의 만남은 하나도 진부하지 않았으니. 그리고 나의 장례식에서 이 곡을 틀어주길. 내게 인생 OST가 뭐냐고 되물었으니. 대신 나는 이 OST에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겠다.

종료일이 3일이 남았다.
우리의 종료일은 아직 알 수가 없다.

 

 

위즈덤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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