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논리에 걸려들지 말 것
2019.03.07
사람들은 멍청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니까요. 우주는 무한하고, 사람들의 논리도 저마다 가지각색인데, 모두 자기처럼 생각할 거라 간주하고 싶고, 우주도 그냥 매일같이 고정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습니다. 골치 아픈 거 싫으니까요. 복잡한 생각하기 싫으니까요. 그래서 내부논리를 진리처럼 여깁니다. 아니 어디를 가든 금방 그곳의 내부논리를 파악하고 그 논리에 따라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나의 전부이니까요.
그것은 편합니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고, 내가 이제 알만한 분위기이고 익숙한 환경이니까요. 물론 처음 가는 곳이라면 긴장되고 모든 게 낯설겠지만, 일단 내부논리를 찾아내고 나면 빠르게 적응하고 그것에 따라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부논리에 따라 자신을 가둡니다. 그러나 어떤 세계도 혼자 동떨어져 살 수 없습니다. 당신이 무인도에 혼자 살고 있다 해도, 그리고 그 섬의 정화를 위해 온갖 원칙을 세우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도, 대양을 넘어 밀려들어오는 쓰레기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만의 내부논리로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한들, 환경의 변화, 밀려오는 미세먼지 폭풍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그 외부 변수는 너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게 됩니다.
내부논리는 그저 내부논리일 뿐입니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시절 동안만 동작하는 제한된 규칙일 뿐입니다. 그것을 숭배하기 시작하면 사람은 작아지고 편협해집니다. 그리고 그 내부논리 때문에 망하고 맙니다.
내부논리를 숭배하기 시작하면 내부에 적이 생깁니다. 논리는 이탈자를 만들게 마련이거든요. 경계를 만들고 규칙을 만드니, 그것을 위반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숭배자들은 내부논리를 지키기 위해 이들을 치열하게 비토 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지배자, 권력자라면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별 유익이 되는 게 없는데도 그럽니다. 일단 적응한 논리를 다른 걸로 바꾸는 게 귀찮아 그럴까요?) 그러면 그들은 쫓겨나거나, 더럽다며 제 발로 이탈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모든 적을 해치우면, 내부는 영원한 평화에 이를까요? 아닙니다. 내부논리는 적을 먹이로 합니다. 위반자가 없이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내부논리는 자신의 권력의 강화를 위해 더욱 엄격해지고 강화된 규칙을 세워가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존립을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부논리에 갇힌 공동체는 점점 쪼그라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강력한 내부논리로 제 살을 마구 쳐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사람들의 사고와 취향, 생각과 세계관은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견고한 공동체는 오히려 변화하는 공동체이며, 확장하는 커뮤니티는 내부논리를 최소화하는 공동체입니다. 기준. 기준과 차별화된 원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가두어서는 안됩니다. 공동체의 기준과 원칙은 공동체의 확장과 성장을 통해 증명되고 입증되는 것이지, 단죄와 차별로 보호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단죄와 차별이 쉽습니다. 확장과 성장으로 증명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공동체들이 화려한 시작과 함께 초라한 폐쇄를 맞이하게 되는 겁니다.
공동체는 그렇다 치고 더욱 중요한 것은 개인입니다. 공동체, 커뮤니티라는 것이 혼자의 힘으로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방향을 혼자만의 힘으로 이렇게 저렇게 바꿀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구요. 그러니 긴장하고 신경을 바짝 세워야 하는 것은 나의 논리입니다. 내부논리에 갇히지 않으며, 외부환경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시대와 함께 하는 일에 나의 논리를 열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원칙과 개방성, 내부논리와 외부환경 변화의 조화.. 귀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너는 그래야 합니다. 개인은 그렇게 끊임없이 수많은 논리들 속에서 자신을 세워가야 합니다. 속한 공동체와 커뮤니티는 언제든 바뀌고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요즘같이 커뮤니티의 지속성이 짧은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가볍게 생각하고 귀찮게 여겨 내부논리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날 자신이 맹종하던 내부논리의 마녀가 되어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대가 내부논리를 맹종하며 누군가를 차별하고 정죄하던 방식과 동일하게, 너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밀고 맙니다. 이제는 네 차례니까요. 우리 편에서 얘, 쟤 빼고 너만 남았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모두가 떨어져 나가고 남은 최종 1인은, 내부논리의 최대 희생자가 되는 겁니다. 난파선에 혼자 남아 있었으니 말이죠. (물론 가라앉지 않으려고 열심히 새로운 숙주를 찾아 헤매입니다. 멋모르고 빨릴 의존적 예비 숙주들은 세상에 널렸으니까요. 그것도 중독이라고 같은 짓을 여기저기에서 매번 당하면서도 또 그런 곳을 찾아갑니다. 그들은.. )
내부논리에 갇히지 않으려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와 함께 호흡해야 합니다. 그것은 뉴스에 귀 기울이라는 말이 아니고, 그것은 여기저기 세상 경험을 늘리라는 얘기가 아니고, 그것은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대가 속한 조직, 공동체 이전에, 그대 자신에게 먼저 속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공동체가 먼저라는 말입니다. 나의 논리는 먼저 나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말입니다. 편협한 고집불통이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나의 논리도 없이, 타인의 내부논리를 먼저 받아들이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논리가 아무리 확고한 사람도 금세 내부논리에 휘말리게 되어 있습니다. 익숙해지고 상황에 젖어들면, 그것은 은근슬쩍 침범해 나의 논리를 그루밍해대기 마련입니다. 보팅 좀 해주면서 말이죠. 그것은 얼마나 그것에 의존되어 있느냐에 따라 영향력을 갖습니다. 그리고 자꾸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지 않니? 그렇지 않냐구?”
“뭐 그렇긴 하지..”
누가 눈앞에서 편들어 달라고 하는데 안 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자꾸 고개 까딱거려주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부논리에 휘말리게 되는 겁니다. 고개를 까딱거려주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일단은 관계 때문에 동조를 해 주었지만.. 그것으로 입장을 정해 버린 것이 되는 것입니다. 속으로 아니라고 생각해도 말이죠. 그리고 대질이 되는 상황에서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겁니다. 아니라고 했다가는 “너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어. 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잖아!” 이 말이 돌아오기 때문이죠. 그것은 너무 쉽습니다. ‘그렇지 않니?’ 한 방은 니 편과 내 편을 쉽게 갈라버리는 매우 강력한 한 마디입니다. (아.. SNS 이걸 어쩌겠습니까? 모든 질문에 나의 의견을 한바닥 쓸 수도 없고, 짧게 ㅋㅋㅋㅋㅋ 거리고 ㅎㅎㅎㅎㅎ 거리는 것이 입장이 되어버리는, 심지어 침묵조차 동조가 되어버리는 이런 강력한 내부논리의 무기에 우리는 너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니 편, 내 편.. 내부논리의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보십쇼. 지금은 내 편인 것 같은 그들이, 곧 남의 편이 되어 그대를 마구 마냥사냥 해댈 테니 말이죠. 같이 피해를 입었다고, 또는 같이 이득을 얻고 있다고 나의 편이 아닌 겁니다. 내부 논리에 따라 일시적으로 한 묶음이 되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가치 공동체는 다릅니다. 가치를 중심으로 모인 공동체는 가치에 따라 논리를 확정합니다. 친분과 친밀도에 따라서가 아니라 말이죠. 친분과 친밀도.. 이 얼마나 유지하기 힘든 조건입니까? 그건 참으로 어렵습니다. 좋아 보여도.. 쉬워 보여도.. 조변석개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며, 바람 부는 날의 갈대와 같은 것이 감정인데.. 이것이 기준인 관계가 얼마나 가겠습니까? 그건 그냥 딱 해외여행 중 호스텔에서 만난 며칠 짜리 관계로 족한 것입니다. 돌아가서 굳이 연락할 필요도 없는..
그런 관계도, 그런 커뮤니티도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좋을 때만 나가십시오. 좋은 만큼만 있으시고, 굳이 편먹거나 하지 마십시오. 못된 습관만 자꾸 생겨납니다. 거머리들만 붙어 댑니다.
자.. 내부논리 말입니다. 그건 아닙니다. 논리는 가치로부터 생겨나는 겁니다. 가치를 따지십시오. 가치를 맞추어 보십시오. 가치도 없이 형식만 가득한 내부논리로 무장한 곳이라면 일찌감치 멀리하십시오. 그것은 마약 같고 늪 같아서, 아무리 견고한 논리로 무장한 이라도 금세 휘말리게 됩니다. 아니 눈앞에서 쌈박질이 벌어지고 나도 한 대 맞았는데, 그 순간에 냉정을 찾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가해자는 없는, 피해자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하잘대기 없는 감정 소모를 주구장창 해 대야 하는 겁니다. 쓸데없는 자존심 경쟁을 해내야 하는 겁니다. 돈 많습니까? 시간이 남아 돕니까? 심심합니까? 할 일이 그렇게 없습니까? 그딴 식으로 소모하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꾼들이 있습니다. 빠르게 사람들을 접수하고, 내부논리로 칭칭 감아 놓은 뒤에, 거미처럼 다가와 빨대 꼽고, 너의 감정과 에너지, 시간과 심지어 돈까지 쪽쪽 빨아먹는 꾼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꾼인지조차 모릅니다. 그들은 너무도 무의식적이라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 짓은 그들의 일상이고 그들 삶의 전부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내부논리가 무너지는 날에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게 됩니다. 강력한 가치 공동체의 바람이 불면 먼지처럼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열심히 구석구석에 거미줄을 쳐댑니다. ‘한 놈만 걸려라’하고 말이죠. 그리고는 물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영혼까지 탈탈 턴 뒤에 껍데기만 던져 버립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우리 편을 기다립니다. 그물 공동체.. 갇히지 마십시오. 그들이 쳐 놓은 그물에 걸리면 안 됩니다. 빨리 빠져나와야 합니다. 그것은 부지불식간에,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일이라, 이미 걸려든 뒤에는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미리 알아보고 걸려들지 않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게 누구냐구요?
ㅎㅎ 접니다.
그대들은 지금 마법사의 내부논리에 갇혀들고 있는 겁니다.
바보들..
그대가 속한 공동체의 내부논리는 무엇입니까?
그대가 발 걸치고 있는 집단의 그럴듯한 형식논리는 무엇입니까?
그대를 달콤하게 유혹하고 있는 그대 편의 피해논리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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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