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하나를 얹었더니.. 물 한 컵을 끼얹었더니..

2018.04.22 

 

땅콩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원망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전날 마신 와인 때문에, 아니면 바쁘게 돌아가는 스케줄 탓을 할지도 모릅니다. 남 탓하다 지쳐, 자신에게로 눈을 돌리면 억울할 뿐입니다. 왜 그랬을까? 봉지에 든 땅콩에 왜 눈이 돌았을까? 비행기에서 난동을 피우더라도 회항은 시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말 한마디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 내려..

그러나 이후의 과정을 보면 이것은 우연한, 또는 우발적인, 아주 재수 없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었음을 그녀도, 온 국민도 알게 되었습니다.

만연되어 일상이 되어버린.. 조직 구성원들조차, 더한 일도 많은데 겨우 이 정도 일로, 왜 이렇게 세상이 들썩거리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가 시작되면, 처음에는 반항도 하고, 항변도 하고, 맞서도 보지만 그러다 하나둘 지쳐 떨어져 나가고, 잘 참는 사람, 꼭 참아야 되는 사람, 무던한 사람들만 남고 또 그런 사람들로만 조직이 채워집니다.

이들은 참으로 잘 참습니다. 빙하기를 견뎌내는 미생물처럼, 부조리에 스며들어, 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채 살아갑니다. 그러면 영원할 것 같습니다. 이 조직은 영원히 그렇게 흘러갈 것 같습니다.

필(必)히 ‘물극필반(物極必反)’

주역에 보면,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말입니다. 영원할 것 같은 일상은 실은 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다 떨어지고 나면 뒤집히는 모래시계처럼, 지루한 일상이어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이 단단하게 고정돼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모래알이 하나하나 떨어지고 있고 조금씩 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극점에 이르면, 다 떨어지고 나면, 일순간 180도로 상황은 반전하고, 하늘과 땅이 뒤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구가 기울어진 채 자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위아래가 하루에 한 번씩, 뒤바뀌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구가 공전을 하고 있기에, 겨울이 되었다 여름이 되고, 12년을 주기로, 60년을 주기로, 인생이 필반(必反)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낮과 밤이 매일매일 바뀌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본인에게는 땅콩 하나, 구성원들에게는 만연된 일상이었을지 모르나, 그들의 모래시계는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고 땅콩 하나가 얹어지자, 세상이 180도로 뒤바뀌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영원은 없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 극점을 향해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원히 고통스러울 수 없고, 영원히 편안할 수 없습니다. 돌고 있는 지구에 담긴 우리는,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하늘 끝까지 날아올랐다를 반복 순환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삶이 고통스럽다면, 그런데 온갖 노력을 해도 멈춰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차라리 가열차게 고통의 끝까지 달려가야 합니다. 이 상황의 극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극점에 이르기만 하면, 상황은 180도로 뒤바뀔 테니, 믿음을 가지고 극점까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가야 합니다. 물리법칙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주에 온몸을 맡기고, 온 힘을 다해 극점을 향해 돌진해야 합니다.

언젠가는 ‘필반(必反)’

두렵습니다. 무섭습니다. 그래서 자꾸 우리는 버티려 하고, 늦추려 합니다. 그래서 먼저 매를 맞으려 하지 않습니다. 자꾸 맨 뒷줄로 도망가 봐야 공포만 더해지고, 고통의 시간만 길어질 뿐입니다. 맹렬하게 떨어져 내려 바닥을 쳐야 하늘 높이 솟아오를 텐데, 중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시간을 지연시키려 듭니다.

버틴다고 지구의 N극과 S극이 뒤바뀌지 않습니다. 우주 시계의 모래알이 떨어지기를 멈춰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도리어 희망입니다. 끝이 있으니까요. 언젠가는 ‘필반(必反)’ 할 테니까요. 그러나 절망입니다. 더할 나위 없던 이 편안함도 끝이 있을 테니까요. 언젠가는 ‘필반(必反)’ 할 테니까요.

그래서 평안할 때 우리는 자꾸 덜어내야 합니다. 시간의 모래알을 자꾸 덜어내야 합니다. 욕심을 내어 더 가지려 하면 도리어 극점을 향한 발걸음만 재촉하는 꼴이 됩니다. 나의 풍요를 나누고, 자꾸 나누고 또 나누면, 이 평안을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극점에 빨리 다다르지 않도록, 시간을 지연시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지구는 돌고, 언젠가는 극점에 다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아쉬워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낮과 밤, 극과 극을 거듭하다 보면, 낮의 무상함도 보이고, 밤의 아름다움도 느끼게 됩니다. 젊어서는 밤에 맞서 격렬히 저항도 하고, 낮에 취해 한없이 흥청망청하기도 하며, 이 풍요가 영원할 것 같아 흥분하고, 이 고통이 영원할 것 같아 절망하지만, 이렇게도 살아지고, 저렇게도 죽어지는, 인생들을 경험하다 보면, 삶의 ‘희비애락(喜悲哀樂)’을 차분한 마음으로 관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낮을 살고 있다면, 젊어 노세를 외쳐대며 신나게 놀아보고, 밤을 살고 있다면,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즐기며 가열차게 질주해 봅시다. 어차피 변할 테니, 어차피 끝에 다다를 테니, 밤이든 낮이든 달려 봅시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을 가슴에 품은 채 말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땅콩 하나를 얹었을 뿐입니다. 억울하겠지만, 땅콩이 드디어 얹어진 겁니다. 극점을 향해 달려가던 인생의 모래시계가 땅콩만큼 남았던 겁니다. 그리고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인생의 모래시계는 그녀에게 한마디만 남기었습니다.

너 내려..

2015년 2월 13일 [개새끼 소년 Ridiculous boy]  57. 땅콩 하나를 얹었더니


3년전의 글입니다.

그래서 끝난 줄 알았을 겁니다. 구치소까지 다녀왔으나.. 그래도 필반(必反)은 아닌 줄 알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미 기울어 버린 운명은, 필반(必反)하지 않으려 바둥바둥 매달려 있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까지 한꺼번에 필반(必反) 시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녀의 동생.. 그리고 물 한 컵..

[물컵이 쓰나미 될 줄이야… 사면초가 대한항공]

그러나 제보자는 신원 보호를 묻는 기자에게, 너무 일상적이라 회의 날짜만 밝히지 않으면, 누군 줄 알 수 없을 거라 대답합니다. 너무 일상적이라.. 그러니 필반(必反)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용기를 내십시오. 이와 같이 운명은 반드시 필반(必反)하니, 우리의 운명에도 볕들 날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도 저들처럼 줄기차게 하던 짓을 계속합시다. 하던 선행도.. 하던 투자도.. 하던 글쓰기도.. 하던 사랑도..

그때에 운명은 우리에게도 말 한마디를 남길 겁니다.

너 타..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땅콩 하나, 물 한 컵에 엄청난 반전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물론 기적도 저주도 말이죠..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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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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