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인류였어

2018.04.19 

그것은 아마도 새로운 인류의 출현이었음을 모두가 인식한 사건이었을 겁니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어 소위 ‘X세대’라고 불렸던 신인류의 출현 말입니다.

모두가 인식은 했습니다. 그래서 자타가 공히 ‘新인류’라고 불렀습니다. 자신들도 자신들의 사랑을 ‘신인류의 사랑’이라고 이름 지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마법사는 매우 직관적으로 이 세대가 인류의 새로운 종의 시작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분리 개별화의 첫 세대.. 인류가 전체에서 개인으로 분리되어져 나온 첫번째 세대 말이죠. 적어도 한국에서 그렇습니다.

핵가족화는 그들의 부모 세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구약성서의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나 옴으로써 이스라엘 민족이 시작되었듯이, 이 세대의 부모 세대는 본격적으로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나 도시로, 도시로 모여들었습니다.

대가족.. 형제들만 10여 명,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 손주들.. 이렇게 방계혈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부장적 대가족 사회에서 사람은 부분일 뿐입니다. 누구네 막둥이, 큰집 장손.. 사람은 개인이 아니라 역할이고 기능입니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가 부모를 떠나, 자신들의 자녀들과만 가족을 이루는 핵가족 사회에서, 인간은 비로소 개인이 되었습니다. 어느 집의 누구가 아니라, 완전한 개인으로 독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분리 개별화의 시작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5인 가족, 4인 가족이 3인 가족, 2인 가족으로 쪼개지다, 드디어 ‘나 혼자 산다’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그 개인조차 온라인 인격과 오프라인 인격, 친구로서의 인격과 직업인으로서의 인격, 자녀로서의 인격 등등으로 수없이 쪼개지고 갈라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인격조차 페북 인격과 블로그 인격이 다르고, 공식홈피의 인격과 인스타의 인격이 다릅니다. 이 급격한 분열의 과정 속에서 사람은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혼돈스럽습니다.

그런 때에는 대세에 기대고 싶어집니다. 강력한 정체성을 가진 대세.. 군주.. 독재자.. 닮고 싶은 모델링이 아니라, 흡수되고 싶은 모델링에 열광하게 됩니다. 현대의 팬덤은 그래서 종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신인류의 진화가 이러려고 분리 개별화의 진화를 시작한 것은 아닐 겁니다. 우주의 물리법칙을 벗어날 수 없으니, 블랙홀 인근의 별들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최초의 우주적 분리 개별화였던 빅뱅은 말 그대로 모두가 별이 되기 위해 쪼개진 것입니다.

 

너는 무슨 별이 되려고

별과 별이 쪼개지고, 어느 것은 태양이 되고 어느 것은 달이 되고.. 인류 또한 가문에서 너와 나로 쪼개어져, 하나의 완성된 별이 되려고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홀로 존재하기 두려운 별들은,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를 자원하여, 스스로의 존재를 소멸 시키지만.. 우주적 진화의 강력한 추동력을 온몸에 담고, 스스로를 가족에서, 부모에게서, 남편에게서, 아내에게서 분리시켜, 완전한 독립자로 분열을 가속화하는 개인은.. 새로운 은하계를 창조해 내는 것입니다. 그들의 분리된 자아는 유전적 자녀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이요, 사상이요, 꿈이며, 이상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별에서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수많은 부분들로부터 재탄생되고 유전되는 것입니다.

그 시작에 X세대가 있었습니다. 분리된 핵가족의 첫 번째 유전자들 말입니다. 이들은 풍요로운 문화적 수혜를 입은 인류의 최초 세대입니다.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의 1, 2단계, 생존욕구와 안전욕구를 태어날 때부터 보장받은 세대이며, 소속감의 욕구와 인정욕구를 가뿐하게 뛰어넘어, 과감하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선언할 수 있었던 자기실현의 세대였습니다.

자기를 실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알아야 실현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온통 ‘나’, ‘나’ 거리던 세대에게 정말 제대로 된 핵폭탄이 떨어졌습니다.

 

IMF 말입니다.

그들은 뒤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집 뛰쳐나온 지가 언젠데.. 가만 좀 냅두라고, 난 나라고, 독립을 선언한 지가 언젠데.. 3포, 4포, N포..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부모에게 얹혀서 진지전을 펼칠 명분이 없었습니다.

이미 뛰어든 이들은 현장에서 폭탄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고, 미처 뛰어들지 못한 이들은 폐허 위를 장기 행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20여 년이 흘렀고, 어느새 이 세대는 가장 불행한 세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 [현대경제연구원] 2015년 ‘경제적 행복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행복을 위해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겠다던 세대가, 뒷걸음질 쳐 안전과 생존을 위한 선택을 했기 때문일까요? 그들은 왜 좀 더 진격! 하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죽음을 피하지도 못할 거면서 말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확실히 진격! 했습니다. 골방에 틀어박혀 노래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들어 한류라는 새로운 현상을 일으켜 내었습니다. 그들의 미적 관심은 K-뷰티라는 새로운 트렌드 아래 화장품, 성형, 패션을 넘어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까지 이끌어 내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영역에서는 기존의 시스템이 모두 무너지고, 실력과 가능성 만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MF 이후.. 모든 시스템이 사다리를 걷어차버리고 더 강력하게 서열화를 공고히 하고 있을 때, 이 한류, 문화 산업의 영역은 유일하게 공정경쟁이 가능한..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가 먹혀들지 않는.. 공정구역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공무원과 가수.. 이 시대 청춘들의 유일한 돌파구

뭐 했습니까? ‘X세대’라 불렸던 우리들 말입니다. 우리는 진작에 성적순이 아닌 세상으로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것들을 했더라면.. 좀 더 치열하게 했더라면.. 학교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학원 다니지 않아도 세상, 대학 나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카페, 서점, 게스트하우스, 여행사, 게임회사 등등 뭐든 하고 싶어 하던 그것들을 더 가열차게 했더라면.. 세상에 IMF가 오든지 말든지, 원하는 그것들을 더 가열차게 했더라면.. 지금의 아이들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니 업종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분야에서 신인류의 마인드로, 없던 것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신인류스러운 정치와 신인류스러운 비즈니스, 신인류스러운 교육과 신인류스러운 행정, 신인류스러운 커뮤니케이션과 신인류스러운 협력..

X라, 우리들의 이름이 X라.. 도대체 그게 무엇이었을지 알 수가 없지만.. 우리가 가지 않았던 그 길에서, 그 다른 우주에서,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기 좋았을 겁니다. 아마도 우리의 아이들은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뒤늦게 ‘앗! 뜨거라..’하고, ‘도저히 못 참겠다!’하고 뛰쳐나와, 홍대 어디엔가, 성수동 어디엔가 카페를 차려 보아도.. 뒤늦은 시도에, 이미 달려버린 임대료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 뿐입니다. 토끼처럼 미적대는 동안, 거북이 일 줄 알았던 세상은 저만치 앞서가버렸습니다. 용왕님이 간 내놓으라 하기 전에야 게으른 토끼, 아직은 선택지가 좀 더 있는 토끼가 거북이를 쫓아갈 리 만무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며 미적대 보지만, 지가 이미 감방에 갇혀 사는 줄은 알지도 못합니다.

 

너무 늦은 걸까?

우리는 늦은 걸까요?
이제라도 사표 던지고 달려 나와 뭘 하면 막 잘 될까요?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까? 기다리는 건 고독사요. 기약이 없는 노예생활일 뿐입니다. 서서히 죽어갈 겁니까? 목숨 한 번 걸어 볼 겁니까?

아닙니다.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가만히 있으세요. 옛날 생각하고, 별 각오 없이 뛰쳐나왔다 ‘어마 무시라..’ 꽁무니를 뺄 거면, 그냥 제발 가만히 있으세요. 어차피 새로운 세상은 아이들이 열어갈 겁니다.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새로운 아이들이 반드시 열어갈 겁니다. 우리는 그저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누구누구 빠나 하며 팬질이나 하다.. 사라지면 되는 겁니다. 그게 차라리 세상에 이롭습니다.

에이, 씨바.. ‘난 나야’하던 X 들은 다 어디 갔습니까? 쪽팔리게 X 같은 놈들이 된 우리들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습니까? 학교 옥상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장렬히 스러져간 친구들의 넋을 기리기는커녕, 그들의 부모들 보다 더 비겁한 꼰대가 되어버린 건 아니냔 말입니다.

각성하겠거든, 어차피 죽을 거 고독사는 좀 그렇다 싶거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십시오. 어른이 놀면 직업이 되고, 그 직업이 생겨나야, 아이들이 생존 때문에 학교에 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도대체 그놈의 한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존재하지 않던 수많은 일자리와 직업이 생겨났단 말입니까? 그걸 우리가, 우리 세대가 더 가열차게 해 왔더라면.. 아이들이 하루에 12시간씩 공부에 매여 있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소 귀에 경 읽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어차피 그러면 소는 누가 키우냐며 회피하겠지만.. 그냥 아무 말이나 막하는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아무 말이라도 막하는 겁니다. 아무개 들으라고 말입니다.

진화는 뒤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방향이 정해졌으니 그리고 심지어 출현한지 몇 세대가 흘렀으니, 세상은 반드시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아니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흐름에 오르지 않은 아무개는 더더욱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겁니다. 늦었더라도..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깨어나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면, 블랙홀이 빨아들이는 강력한 중력의 힘을 견뎌낼 수 있다면, 곧 그대의 은하계는 세상에 반드시 빛을 발하며 쏟아져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단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인류가 아담 단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진화도, 변화도, 단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단 한 사람은 바로 너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너입니다. 너가 하지 않으면 너의 은하계는 없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I am who I am.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그러니까 좀 해보라 이 말입니다. 너의 길을 가보라 이 말입니다. 넌 뭐하고 있냐구요? 마법사 하고 있잖습니까? 세상에 없어진 직업 하나 만들었으니, 마법사들이 앞으로 마구 나타나겠죠. 뭐 별거 있습니까? 그냥 시작하면 되지. 내가 마법사다! 하고 시작하면 그가 마법사인 겁니다.

그러는 당신은 뭡니까? 여기 왜 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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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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