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조금만

아이야
우리는 조금만 참자.
우리는 조금만 견디자.
참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나,
엄마가 엄마가 되려면
모든 슬픈 기억들을
이겨내고
털어내고
어루만지고
아물게 한 뒤에야
너를 낳고
젖을 물리고
보살필 수 있으니,
우리는 그때까지
보고픈 마음을 참고
그리운 마음을 견디고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자꾸나.
아이야 우리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엄마를 기다리고,
땅거미가 깔리는
땅바닥에 귀를 대고
엄마의 발소리를
찾고 있지만,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고
엄마가 들리지 않는다고
슬퍼하지 말자.
두려워하지 말자.
서글픈 기억과
어긋난 시간을
풀어내려면
시간이 필요한 거지.
기다려 주어야 하는 거지.
그래서
별이 뜨고 달이 뜨는 거야.
해가 없다고
영영 어둠이 아니라고,
엄마처럼 온 세상을 비추는
해가 없어도
어둡지 말라고,
넘어지지 말라고,
곧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해가 남겨둔
별과 달처럼,
우리는 나란히 손을 잡고 앉아
엄마가 오기를,
한없이 발그레진 얼굴로
우리에게 돌아올
엄마를 기다리며,
이 밤을 견뎌내면 되는 거야.
그러니 아이야
우리는 조금만 기다리자.
우리는 조금만 눈물을 멈추자.
그러라고 내가 있다.
그러라고 너가 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
우리는 견뎌낼 수 있다.
우리는 기다릴 수 있다.
[2004.04_ 永宗島_ 빈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