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다가서

 

불이 물을 어찌 이기랴.
불같이 덤벼도
물살 한 번이면
너는 잠잠해질 것을

물에게 물에게
화내지 말아라.
네가 아프다고 아프다고
불같이 성화를 내어도
물은 너를 끌어 안을 수밖에 없다.

물이 더 아프니까.
불같은 너를 끌어 안느라
가슴을 다 데었으니까.

그렇게 오랜 세월을
불들에게 버림받고
외롭고 또 외로웠으니까.
가슴이 까맣게 타고 또 타 들어가도
불을 그리워했으니까.
그래서 떠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물이 더 아프니까.
살겠다고 살겠다고
물어뜯어도
놓을 수 없으니까.

아파도 아파도
내가 좋으면 되는 거야.
내가 사랑하면 되는 거야.
다짐하는 거야.

물이 불을 꺼트릴 수는 없는 거야.
사랑하니까.
좋아하니까.
끌어안아도 꺼지지 않는 거야.

그러니 겁내지 말고 성내지 말고
다가서,
주저하지 말고 머뭇거리지 말고
한걸음 더 다가서,
아픈 물에게서 멀어지지 말고
조금만 더 다가서

 

[2009.08_ gmunden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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