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운명 사이

 

생존과 운명 사이에
모정이 있다.
모정은 생존을 쟁취하려 하고
그래서 눈을 벌겋게 하고
쓰레기통을 뒤진다.
자존심도 사리분별도 없이
살겠다는 욕망은
모정을 투사로 만든다.

아이는 그러한 모정의 등에 업혀
썩은 음식을 먹는다.
그렇게라도 연명해야 생존하리라는
모정의 우격다짐을
아이는 거부할 힘이 없다.
그러다 위장이 뒤틀리고
탈이 나 먹은 것을 모두 게워낸다.
겨우 산 것이다.

방법이 없는 모정에게
운명은 등을 토닥이며 말한다.
네가 살아.
네가 살아야 아이가 살아.

아이는 죽을 때까지
엄마의 탯줄에 의지해 산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모정들과 아이들이
연결되어 있다.

모정이 좋은 것을 먹으면
아이도 좋은 것을 먹게 된다.
모정이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다.

지친 모정에게
운명은 달콤한 꿀 한 모금을
입에 넣어준다.
모정은 어미젖을 빨듯,
미친 듯이 맛도 느끼지 못한 채
삼켜댄다.

목이 말랐던 게다.
오래 허기진 탓인 게다.

모정의 항아리에 굶주림이 가시고
바닥부터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아이는 입을 놀리기 시작한다.
썩은 음식에 고장 났던 속이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움찔움찔 경련을 하더니
이내 상처가 가라앉고 입놀림이 편안해진다.

운명은 가여운 모정과 아이에게
제 몸을 나누어 준다.

기운을 차린 아이는
이제야 발길질을 한다.
엄마 뱃속을 나온 지 오래건만,
밀린 숙제를 하듯 배냇짓을 하고
도리도리를 한다.
모정은 이제야 행복하다.
모정이 행복하니
아이는 더욱더 힘이 난다.

운명은 모정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이며 말한다.
수고했구나.
너의 지난날이 헛되지 않았다.
네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
내가 너에게로 왔고,
네가 좋은 것을 발견하고는
꼭 붙들고 놓치지 않았구나.

모정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만 글성인다.
눈물 따라 지난날의 아픔과 서러움은
모두 씻겨가고 기억에서 지워진다.

운명은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말한다.
살아주어서,
끝까지 살아남아주어서 고맙구나.
생존은 너의 몫이었다.
썩은 음식에도 버텨주어
네 모정의 울부짖음을 내가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너의 때가 되거든
너도 운명이 되어 귀를 기울이거라.
그리고 어디선가 또 다른 모정의 울부짖음이 들리거든
네 양을 먹이라.
네 양을 돌보아라.
그리고 나를 버리지 말아라.

어디선가,
모정과 운명 사이에
울부짖음이 울려 퍼진다.

어디선가,
모정과 운명 사이에
견뎌내고 있는 아이의 핏발 선
시선이 흐르고 있다.

 

[2007.05_ urumqi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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