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잘라야겠다

귀를 잘라야겠다.
그래야 그림을 그리겠다.
귀를 열고 있으면
소리가 들리고
마음이 간다.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서도
늘 돌아오는 건
귀를 의심케 하는 뒷말들뿐이다.
그러니 귀를 자를 수밖에..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의심하느니 눈빛만으로도
그들의 마음을 알았을 것을..
쓸데 없다.
이놈의 귀는
쓸모 없다.
누군가를 향한 열정 어린 마음 따위..
그림을 그려야 한다.
캔버스는 정직하다.
붓이 흐른 대로
물감이 번져간 대로
자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것이 진심이기에
나는 더 이상 속을까 두려워 않고
마음을 열고 대할 수 있다.
사실은 그게 아니라..
캔버스는 이 말을 모른다.
아무런 가면도 쓰지 않는다.
그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하얀 살을 내어 줄 뿐이다.
너뿐이다.
나의 친구는..
너에게만 넋두리를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어쩔까..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데
너를 빛나게 해주지도 못하겠구나.
미안하다.
그래도 어쩌겠니.
귀까지 잘랐는데
이왕 내준 몸이니 그냥 받아주렴.
잘은 못 그려도
매일은 그려주마.
[2010.04_ 坡州_ 빈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