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구나 됐어

 

뒤도 안 돌아보고 정신없이 달렸다.
깃발을 보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놈의 깃발 들어올려질 날을

해가 뜨면 오늘인가
달이 뜨면 내일인가
별이 뜨면 지치지 말아야 한다
되뇌이고 되뇌였다.

그런데 이제 저 멀리
깃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봉끝이 드러나자
걸음은 제어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달리는 것이다.
봐버렸으니 환호하며 달리는 것이다.
널 들어 올릴 날을
얼마나 애가 타게 기다렸는지.
너는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됐구나 됐어.
됐구나 됐어.
이놈의 깃발 들어 올릴 날이

모여라 모여.
기대하고 고대하며
온 날을 눈물로 지새웠던
고달픈 전사들아.

일어나라 일어나
일어나 달려와라.
널 기다리고 날 기다리며
온 날을 먼지 속에
홀로 펄럭이던
이놈의 깃발,
들어 올려 휘날려 보자.

전쟁의 나팔은 이미
울려 퍼졌다.
잠들지 않고 깨어 기다리던
전사들아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와라.

그 바람 그 기세로
땅 끝까지 달려보는 것이다.
하늘 끝까지 날아보는 것이다.

된 것이다.
이제 된 것이다.

 

[2010.01_ 慶州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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