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투

 

가슴 설레이는 첫 전투,
가슴 뛰게하는 첫 전투,
너는 그날, 그곳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비릿한 피 냄새를 맡았다.

명예롭게 죽겠다던 네 전우는
겁에 질려 오줌을 지르고,
전쟁이 대수냐며 호언하던 네 동료는
빗발치는 총성 속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너는 잊었느냐?
그날의 죽을 것 같던 긴장감과
심장을 압도하던 비명소리를

너는 기억하느냐?
제발 살아서 돌아가게 해달라고
애걸하며 빌어대던
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네 입술을

너는 이렇게 살아돌아왔고
그날, 그곳을 잊은 채
권태에 젖어있다.

먼 훗날
삶을 마감하며 떠올릴 그날.
네 인생의 치열했던 그 순간을
너는 모독하지 말고 살아가라.

제발 살아만 남으라던
죽어가는 네 전우의 부탁을
헛되이 하지 말아라.

살아남아 내 몫까지
더욱 강해지라던
네 전우의 마지막 심장 떨림을
외면하지 말아라.

그러니 너는
오늘도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서 기필코 강해져야 한다.

명예로운 죽음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너는 그날까지
한없이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그림 없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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