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셔도 좋습니다

 

그냥 오셔도 좋습니다.
떠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휴식뿐..
남은 것은 지친 배낭과
늘어져 버린 바지춤뿐입니다.

당신의 어깨에 얹어진 한숨일랑,
한나절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면 연기처럼 사라지고,
발뒷꿈치를 잡아채던 무거운 마음은
뒷동산 얼음장 같은 약수에 씻겨갈 터이니,
어서 오십시오.

그러나 잊지 마셔야 할 것은
반드시 相談 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홀로 談 하셔도 되지 아니하고
반드시 相 하셔야 되는 것입니다.

방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당신의 가슴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자리란 공기가 통하고,
바람이 통하여 막힘이 없고,
탁한 기운이 없는 자리이니,
당신의 가슴 또한 여셔야 합니다.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비어버린 당신의 가슴을
무례하게 점하고 들어앉을 불한당도 없습니다.

열린 가슴과 가슴으로
시원한 아침 바람이
향긋한 꽃바람이 휘돌고 가면
우리는 바람 따라 한 줄로 꿰어지는 것입니다.

바람 따라 주렁주렁 걸려든
당신의 가슴, 나의 가슴은
따스한 볕에 널리고
하늘 담은 방울방울에 씻기어
잘 익어 단내가 나는 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비어버린 호주머니,
비어버린 가슴으로
그냥 오십시오.

노크도 하지 말고
그냥 오십시오.
相 하고 談 하실 수 있다면
언제든 그냥 오십시오.

 

[2005.10_ nami-island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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