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마법사들 (1)

[32日] Oct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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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코인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의 투자관은 투자가 아니라 수집이다. 그러니까 코인을 왜 파느냐는. 좋아서 샀는데 왜 파느냐는. 처음에는 그 말을 그저 장기투자를 하시나 보다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데 실은 그 말은 자신은 코인을 수집하는 것이지 팔려고 산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마법사는 살짝 충격을 먹었다. 마법사 역시 그간 코인은 사는 것이지 파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은 해 왔지만, 줄창 사고 팔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심지어 그간 거의 팔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그러니까 비틀즈를 좋아하는 어떤 팬이 비틀즈의 초판 싸인본을 입수했다면 그는 절대 그걸 팔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건 망해서 손가락만 빨게 되도 그럴 거고, 홍수가 나서 물에 잠기게 돼도 끝까지 사수해야 할 첫 번째 것이기도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코인은 그런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이들이 자꾸 많아진다면..

그러니까 누군가 ‘나는 달러를 사랑해.’ ‘나는 원화가 좋아.’ 한다면 그게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나는 1974년의 10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있어. 그건 내게 귀중해.’라고 말한다면 그건 또 이해할만할 것이다. 그러나 코인이란 형체가 없는 것이니 수집의 의미는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 요즘 유행인 디지털 콘텐츠의 NFT 역시 기성세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넘사벽의 개념이기도 하다. 무한복제가 가능한 걸 돈 주고 사다니.

투자의 세계는 언제나 이해 못 할 개념을 누가 먼저 받아들이느냐로부터 시작하지만, 이 세계의 누군가는 자신의 성향을 따라 코인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사랑과 애정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세계에 어떤 정답이 있을까? 그러면 그녀를 가치투자자로 부를 수 있을까?

그게 무엇이든 그녀는 어쩌면 코인계의 최종저지선이 될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가진 것들 중에 상폐된 것들도 있다하니 훗날 그에게서 화석 코인들의 자취를 찾는 고고학자들이 생겨날 수도. 반대로 팔지 않으니 무한펌핑 아니 만배로 성장하는 어떤 코인의 주인이 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리라. 그렇다면 그녀는 결과적으로 엄청난 가치투자자가 되어질 수도. 그러나 그녀는 단지 사랑했다고 말하겠지.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사랑한다면 무엇을 팔 수 있을까? 그리고 사랑이 끝났다 한들, 그게 심지어 디지털 쓰레기가 되어버려도 0과 1의 바이트로 여전히 존재하는 것. 하물며 코인도 그럴진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어떤가. 헤어진다고 헤어지는 것인가, 끊는다고 끊는 것인가, 끝난다고 끝나지는 것인가. 그래서 마법사는, 우리의 관계는 중단되었다고만 말한다. 생겨난 것은 끝난 것도 사라지는 것도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은 중단될 뿐. 그리고 계속된다. 형태를 달리하여. 그러니 영원한 이별이란 없는 거야. 방식의 변화와 관계의 전환 만이 존재할 뿐.

그녀는 좋아하지 않는 코인은 사지 않으려 하고 한번 산 코인은 팔지 않으려 하니. 그것은 ‘투자’를 넘어선 ‘관계’이다. 그러므로 공부하지 않고 즉, 그게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살 수 없고 일단 샀으면 자신의 선택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스팀시티]를 선택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의 화이트 러브 리스트에는 아직 스팀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장의 마법사들은 저마다 각자의 성향을 따라 각자의 방식대로 이 세계에 접근해 들어오고 있다. 마법사는 그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방식이 모두 통용되는 어떤 도시를 생각했다. 그것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 마법사들은 이제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함에 있어 첫 번째로 소개하는 이가 사랑의 수집가임은 우리에게 따뜻한 안정감을 준다. 이 시장에 나만 남게 되는 일은 없으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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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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