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두려워하면

2019.03.02 

그러나 행크는 기회를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공을 세워 美 마약수사국 DEA의 요직에 가게 되었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떠났으나 겁에 질려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던 그 자리가 생각보다 무섭고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임을 뒤늦게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뒤로 물러나서는 안됩니다. 그건 선택하고 자시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회는 염원하는 자에게 보입니다. 원하지 않는 이들, 그다지 염원하지 않던 자들에게 기회는 소리 없이 지나갑니다. 그들은 자신들 앞에 기회가 수도 없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지도 못합니다. 그게 뭔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염원하고 기다려온 사람에게는 그것이 저 멀리 콩알만 하게 다가오기 시작한 시점부터도 뭔가 느낌이 옵니다. 압니다. 뭔가 오고 있구나.. 그리고 그것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흥분되고, 마침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 ‘이거야!’하고 낚아채게 됩니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눈앞에 찾아온 기회에 올라타면 되는 겁니다.

월터는 그랬습니다. 그는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 자신의 삶에, 가족들을 위해, 그들에게 유산과 남은 생 동안의 생계비를 남겨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여겼습니다. 뭘 말이죠. 마약 제조를 말이죠. 그리고 그는 수많은 장애물들을 거칠게 헤쳐가며 그 기회를 살리고 또 살렸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을 죽여가면서까지요.

그러나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회가 온 줄도 모르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 늘 염원하며 기다려온 기회가 정작 찾아왔는데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두렵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의 이유는 여러 가지 일 수 있으나, 결국 그것이 결과가 아니고, 여전히 뭔가를 해서 내 것으로 획득해 내야 할 기.회. 일뿐이라는 사실이 너무 크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내 앞에 서기 전까지는 쉬웠습니다. 그런 행운이 올까 싶고, 그것은 그냥 미지의 무엇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마음껏 떠들 수 있습니다. ‘나 대통령 될 거야!’, ‘나 부자가 될 거야!’ 누구든지 떠들 수 있습니다. 그것을 믿지 않으니까요. 믿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염원하는 사람들 역시, 그것이 막상 내 눈앞에 떠오르기 전까지는 믿음이고 염원일 뿐입니다. 수많은 기적과 행운의 이야기들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고 나는 상상할 뿐인 것입니다. 꿈꿀 뿐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막상 그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이죠. 만년 2군 후보생에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이죠. 가수 연습생에게 어느 날 메인 무대 오디션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이죠. 이제는 말이죠. 도망갈 곳이 없어지는 겁니다. 그전에는 불운 뒤로 숨을 수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팔자 그늘에서 신세한탄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토록 부러워하고 원하던 기회가 주어지면, 이제 증명해야 할, 획득해야 할,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겁니다. 겁이 나는 겁니다. 자신이 없는 겁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내가 정말 이 기회를 원했던가, 그것을 위해 얼마나 준비해 왔는가를 깨닫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그대가 그걸 얼마나 원했던지, 그것을 위해서 얼마나 준비해왔는지는, 기회를 내려 준 운명에게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대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준비가 되었던 되지 않았던, 그대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니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냥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그리고 감당하지 못하는 자에게 운명은 천벌을 내립니다.

 

기회가 천벌이 되는 이유

기회를 놓쳐서 아쉬운 이는 그것을 늘 염원했던 이들이고, 언제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자신을 100% 내보일 자신이 있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에너지를, 찾아온 기회에 100% 쏟습니다.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요. 그러나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가 곧 성공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들은 에너지를, 찾아온 기회에 모두 쏟았기에, 말 그대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고, 안타깝게 성취하지 못했더라도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의 경험치 또한 쌓였음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망설이던 이는, 심지어 찾아온 기회가 두려워 도망간 이들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맙니다. 기회는 자신이 지나 온 길을 모두 무너뜨리며 찾아오니까요. 유일한 방법으로 말이죠.

사람들은 안일하게 생각합니다. 마치 자신에게 기회가 언제든 있었다는 식으로, 이번 기회를 놓쳐도 다음 기회가 있을 거라고 자신을 설득합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기회를 피해 도망칩니다. 그러나 알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관심도 없던, 준비도 안된 누군가 들은 빼고) 기회를 얻기 위해 달려온 에너지는 모두 그 기회의 현장에서 새로운 방향을 만나게 됩니다. 기회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그것을 가속하는 에너지로 사용한다면 금상첨화겠고, 그것은 성취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되는 일입니다. 그 속에는 그동안 쌓아 온 에너지와 더불어 성공과 성취에 대한 의지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물론 누구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기회의 현장이 두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 한 번의 기회를 통해 나를 증명하면, 내가 그토록 원하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기대감이, 그 모든 것을 불식시키며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그러나 증명의 순간이 두려워 도망치는 사람에게 기대감이 있을 리 없습니다. 성취와 성공을 위한 의지 또한 흔적을 감춘 채 사라져버렸습니다. 남은 것은 두려움 가득한 어두운 마음,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자책감 뿐입니다. 그리고 가득 채워 왔던 에너지, 기회를 기다리며 마음 가득 채워 왔던 에너지가 남아있습니다. 에너지는 가치 중립적입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진행 방향으로 불탈 뿐입니다. 도망치는 방향으로…

그러다 행크는.. 도망치던 행크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아 버렸습니다. 멕시코의 저 무자비한 마약조직, 그들이 두려워 마약수사국의 요직에 발탁되고도 자기 자리로 도망쳐 버린 행크의 인생에는, 그가 그토록 염원하고 기다렸던 시간과 노력만큼의 에너지가 자신을 소모하지 못한 채 불이 붙어 버렸고,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며 이런저런 일에 휘말리더니, 자신이 두려워하던 멕시코 마약조직의 복수전에, 마약수사요원 신분도 포기한 시점에, 자신을 방어할 총도 가지지 못한 채, 맞닥뜨리고 말게 됩니다.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건 그런 겁니다.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기회에 올라타 성취한 사람이 누리는 상상할 수 없는 최상의 정반대 편 말이죠.) 이럴 거면 차라리 그 요직, 멕시코의 거대 조직을 상대해야 하는 그 두려운 자리, 바로 그 자리에서 맞짱 뜰 걸 그랬습니다. 도망친다고 도망 쳐지는 게 아니랍니다. 기회는, 하늘이 내린 기회는 도망치는 자에게 천벌을 내리고 마니까요.

도망치면 안 됩니다. 차라리 기회가 왔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보내는 한량으로 사십시오. 쌓아 온 에너지도 없으니 별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그토록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리고 그 기회가 찾아왔다면, 그동안 쌓아 온 그 에너지를 반드시 불태워야 합니다. 남김없이 소진해야 합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망치면 도망치는 대로, 전진하면 전진하는 대로 에너지는 폭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폭하지 마십시오.

월터는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국 자신이 지키려는 가족도 잃고, 사람들에게 오해와 실망도 안겨 주게 되지만, 그는 그 기회를 (그것이 비록 마약 제조의 일이라 할지라도) 악착같이 붙들고, 그 기회의 머리채를 단단히 거머쥔 채로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하이젠버그’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주위에서 두려움에 휩싸인 자들이 어이없이 계속 죽어나갔습니다. (미드 ‘브레이킹 배드’ 이야기입니다. 아직 시즌 3까지 밖에 못 보았습니다. 남은 시즌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기회가 오면.. 그것이 운명으로부터 온 기회라면.. 이것저것 따지면 안 됩니다. 인생의 기회는 봄 소풍 수건돌리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러시안룰렛 같은 것입니다. 도덕과 윤리, 상황과 사정 따위를 봐주던가요? 운명이 말이죠? 역사가 말이죠? 그러나 그 두려움을 감당해 내는 자가 역사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압니다. 막상 그렇게 염원했더라도,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일은 참으로 긴장되고 두려운 일입니다. 오줌을 막 지리는 일입니다. 너무 긴장해서 오바이트를 해대는 일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그것은 순간입니다. 그대가 기다려 온 세월에 비해 참으로 짧은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수도 없이 연습한 겁니다. 밤마다 그리고 상상하며 늘 염원해 왔던 겁니다. 그러니 그 순간,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불태우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하늘의 몫입니다. 심지어 원하던 결과가 아닐지라도 모든 책임은 하늘이 집니다. 하늘의 때에 따라 말이죠. 그러니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기회를 움켜쥐고 나아가면 됩니다. 그러면 그러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기회의 친구 기적이 반드시 기회의 뒤를 따라옵니다. 그런데 그런데, 도망치면 도망치면, 기회는 그 성질이 불같아서 반드시 복수를 하고 맙니다.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는데, 그대를 만나려고, 그대와 함께 하려고,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는데, 이렇게 그대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났는데.. 도망치다니요. 두렵다니요. 그것은 기회를 기만하는 일입니다. 기가 차는 일입니다. 그러니 열받은 기회가 가만있을 리가 없습니다. 부리나케 도망가는 그대의 꽁무니에 기름을 붓는 겁니다. 그대가 쌓아 온 에너지, 기력의 모든 것을 도망치는 방향으로 부어버리는 겁니다. 낭떠러지와 절벽뿐인 그 길을 향해 말이죠.

그러니 기회가 찾아왔거든 망설일 수는 있으나 도망쳐셔는 안됩니다. 러시안룰렛의 방아쇠가 지금 내 앞에 놓였구나 생각해야 합니다. 왕이 되려는 자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합니다. 그러나 무겁다고 함부로 내려놓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왕관을 거부하는 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죽음뿐입니다. 어떤 왕이 왕이 될 뻔한 자를 가만두겠습니까? 그것은 그냥 운명일 뿐입니다.

기회 앞에 망설이고 있습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냥 달리는 수밖에.. 도망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결국 두려워하던 그 일이 오고야 말게 됩니다. 그대가 그동안 쌓아 온 모든 에너지가 두려움을 실체로 만드는 데 사용되고 맙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를 집어삼켜 버립니다.

미안합니다. 마법사는 기회입니다.

‘Breaking Bad’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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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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