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싸이코가 된 하녀

[MOVIE100] Oct 24, 2021 l M.멀린

 

 

남자는 돈이 없어 결혼할 수 없다 하고 여자는 품위를 지키고 싶다 한다. 여자는 다른 남자를 만날 수도 있다 하고 남자는 전처에게 부쳐줘야 하는 돈을 생각한다. 서로 사랑한다 말하는 두 연인의 마음은 가질 수 없는 것, 버려지지 않는 것으로 불행하고, 부자는 불행 따위 돈으로 매수해버리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자는 곧 결혼할 딸의 집을 마련해 주려고 하는데 그 돈은 잃어버려도 좋을 만큼의 액수이다.

잃어버려도 좋을 만큼의 돈을 여자는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훔쳐서 달아난다. 여자는 누구를 위해 돈을 훔치고 어디로 가는 걸까? 아차, 그녀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돈을 훔치고 말았다. 일단 떠나기는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일단 돈을 마련하긴 했지만.

그것이 모두 가능할 줄 알고, 조건이 만족되면 모든 것이 가능할 줄 알고 시도하는 모든 것들은 조건이 만족되면 길을 잃기 마련이다. 그건 조건 자체가 목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처음부터 핑계였기 때문이다. 핑계를 위한 목적은 달성되면 갈 곳을 잃고 만다. 어차피 핑계였으니까.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것을 최대한 뒤로 미룬다. 핑계를 댈 곳이 없으면 직면해야 하고, 그것은 곧 끝을 보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그것은 두렵다.

두려운 것을 피하려고 경찰을 피했는데 오히려 선택한 곳은 늪이었다. 여자는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남자에게 끌리고 누가 놓았는지 모를 덫에 걸려든다. 심지어 유혹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건 선택이었다. 돈을 잃을까, 누군가에게 들킬까 자동차에서 밤을 지샐 만큼 불안한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새로운 남자를 자신의 방에 초대하질 않나, 단둘 뿐인 사무실에 따라 들어가질 않나. 하지만 그는 어쩌면 여자가 부러워하는 대저택을 가지고 있으니 되었다. 그리고 결론은 너무나 유명한 그 장면.

무엇을 욕망하는지 모른 채 욕망을 욕망하는 인간은 정작 그 욕망을 쥐면 방황하게 되고 만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욕망만큼이나 자라난 불행을 불러오게 되고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물극필반, 반전되어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늪에 빠진 여자는 이미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다 지쳐버렸으니. 돈으로 매수한 건 불행이 맞았다.

김기영의 하녀에서 하녀는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는지도 모른 채 늪에 빠져 비극적 최후를 맞았고 히치콕의 그녀 역시 무엇을 욕망하는지 모른채 남의 것을 가로챈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이 아니다. 자신이 무얼 욕망하는지 알지 못하는 무지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그런 건 비극도 우연도 아니다. 선택은 무엇이든 존중받아야 하고 대가는 필연이니까. 감당할 수 있음 된 것이다. 죽음이어도.

영화 소개의 설명에서처럼 모텔 바로 뒤쪽 빅토리아풍의 대저택에 사는 남자는, 그 집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그녀는 품위 넘치는 저택을 사랑하고 있었으니. 그건 점심시간에만 주인이 될 수 있는 호텔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게 아무리 위험해 보여도 저택의 초대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게 늪인 줄 알아도.

사람들은 유혹당하고 유혹한다. 그리고는 불가항력이라 말하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포장한다. 그러나 거짓말. 그런 새빨간 거짓말은 자신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너는 너가 무얼 원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무얼 욕망하는지도 분명치가 않다. 그리고 맹목적인, 그럴듯한 무엇을 쫓다가 늪에 빠져 버리고, 덫에 걸려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누굴 원망할까.

“제 생각에는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의 덫에 걸렸어요. 꽉 끼어서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어요. 우린 할퀴고 꼬집지만 허공을 가르거나 서로 상처를 낼 뿐이죠. 아무리 용을 써도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못 움직여요.”

“때로는 우리가 일부러 그런 덫에 빠지기도 해요.”

싸이코가 되는 건 어렵지 않다.
마법사 원망 말란 얘기다.
다 너의 선택이니.

 

 

위즈덤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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