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정과 고현정 그리고 김현정

2018.03.24 

 

노현정과 고현정

노현정은 KBS 아나운서였습니다. 그것도 선망받는 직업인데, 과감히 때려치우고 재벌가의 며느리로 시집을 갔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입니다. 고현정도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둘 낳고 돌아 나왔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훌륭하게 복귀를 했고 여배우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입니다.

누가 더 낫다 말은 못하겠습니다. 두 현정이 모두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노현정이 잘 나가는 동료들 또는 직업적으로 성공해가는 선후배들을 보며 아쉬워할지 모릅니다. 고현정이 여전히 그리운 아이들을 생각하며 늘 아플지도 모릅니다. 선택에는 아쉬움이 따르는 법입니다.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는 없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하나를 정확하게 쥐고 있습니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는 일, 위대한 배우가 되는 일.. 전업주부로서, 배우로서, 모두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하나만 잘하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러나 두 현정의 마음속을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최근 논란에 휩싸이며 모 드라마에서 하차한 고현정을 보며, 많이 스트레스받은 듯한 그녀의 모습에,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아이들은 이미 장성하고 있고, 고현정도 이미 자신이 한 선택에서 자신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으니.. 봉우리에 올라 다음 봉우리를 쳐다보고 한숨 짓기 보다.. 그저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며.. 그런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겨주기를 기대하며.. 본업에 충실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자식 놓고 나온 어미 마음을 누구도 헤아릴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최근에 모습을 잠깐 드러낸 노현정에 대해서는 그녀가 든 클러치 백이 수수한 모델로 바뀌었다며 말들이 오가더 군요. 그러면서 한 방송에서는 그녀의 시댁인 현대가 며느리들이 지켜야 할 7계명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겸손하라.
-조심스럽게 행동하라.
-남의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말라.
-반드시 채소는 시장에서 볼 것.
-배추 한 포기 값도 꼼꼼히 적어라.
-남녀 불문, 제삿날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참석하라.
-친정 조부모의 이름은 꼭 외우고 있어야 한다.

친정 조부모의 이름을 꼭 외워야 한다는 계명이 신비롭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성함이..?! 노현정에게 이런 가풍이 몸에 잘 맞는다면 다행이겠습니다. 지금의 생활이 체질이라면 더욱 잘 된 일이겠습니다. 그리고 꼭 그러기를 바랍니다. 가지 않은 길을 바라보며 아쉬워하지 않기를.. 들려오는 동료들의 성공 소식들에 마음 들썩이지 않기를.. 그저 선택이 달랐을 뿐이라며 자족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쨌거나 많은 여성들에게 선망되는 두 개의 선택지에 노현정과 고현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재벌 며느리라는 공통분모에 모였다가, 정반대의 선택과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노현정도 고현정도 두 가지 모두를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김현정

여기 또 한 명의 현정이 있습니다. 한국화가 김현정. 그녀는 2017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녀는 1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SNS 스타이며 개인전에 6만여 명이 다녀가는 유명 화가입니다. 2016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한국인 최연소 개인전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의 주제는 ‘내숭’입니다. 주로 한복 입은 여성이 스쿠터를 타고 배달하는 모습,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선화예중,예고를 나와 서울대 동양학과를 졸업했다. “경쟁이 심해 누굴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여학생들끼리 명품 가방 들고 성형 얘기하는 ‘강남 문화’에 질리더군요.” ‘고상한 옷’입고 고상하지 못한 짓 하는 속물적인 대학 친구를 비꼬는 그림을 그렸다. 명품 백 옆에 놓고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여 먹는 작품이었다.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냈지만 “주제가 얕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화가 나서 ‘화병(火病)’이란 제목의 화병(花甁)을 그려 졸업심사를 통과했다. _ [조선일보] 한국화가 김현정 -“동양화로 겉과 속 다른 사회 풍자했죠”

사회의 일반적인 성공 코스를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 그녀는 자신만의 결과를 내었습니다. 세상은 인정해 주었고 사람들은 그녀에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선택 또한 현대 여성의 선망받는 선택지입니다.

기혼의 전업주부, 이혼한 유명배우, 미혼의 촉방받는 화가..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 더 낫다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세 현정이 모두 어려운 길을 선택하고 그 길에서 결과를 내었습니다. 그러면 된 겁니다. 가지 않은 길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는다면.. 미련을 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양립이 불가능한 두 개의 꿈을 쥐고, 무얼 선택할지 몰라 평생 망설이다 인생을 종 치지 않았으니.. 잘한 일입니다. 어쨌든 하나를 선택했으니, 그 하나를 이루기 위해 멈추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니.. 잘한 일입니다. 질투하는 이들은 그들이 포기한 선택지를 들먹이며 가치를 깎아내리려 들겠지만.. 뭐랍니까? 내 인생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부러우면 이미 진 거니 신경 써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노현정과 고현정 그리고 김현정도 아닌 우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세 현정을 넘어서는 네 번째 현정의 길을 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노현정도, 고현정도, 김현정도 아닌 아무개의 인생에 지쳐 있습니까?

우리는 노현정도, 고현정도, 김현정도 아닙니다.

나는 마법사고 너는 너 일 뿐입니다.

그러니 남의 선택에 신경 끄고
니 선택이나 잘 할 일입니다.
본받을 게 아니면
내 갈 길이나 잘 갈 일입니다.
엄한 데 기웃거리지 말고 말입니다.
엉뚱한 데서 헤매지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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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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