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Plan B
2018.03.08

중요한 건 체제보장
4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것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고 하니, 북한 정상 최초의 남한 방문이 되는 것입니다. 매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김정은 정권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일단은 포용적으로 자세를 많이 낮춘 듯 보입니다. 물론 그 모든 이면에는 체제보장을 목표로 한 핵보유국 인정이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체제보장만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단 채로, 한반도 비핵화도 가능하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비핵화가 아니라 체제보장입니다. 방점은 체제보장에 찍혀 있는 거지, 비핵화에 찍혀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은 뒤집어 보면, 여러 교섭 시도 끝에 ‘거봐, 너네 체제보장 할 생각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도 핵 포기할 수 없어’로 끝내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입니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자신들의 핵 보유도 어디까지나 체제보장을 위한 것이라 열심히 항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진영의 논리처럼 한반도의 적화통일이 목적은 아닐 거라는 겁니다.
적화통일.. 그걸 원할까요? 김정은이 말이죠. 아마도 그건 그의 아버지 김정일도 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적화통일해서 뭐 합니까? 골치만 아프지..
왕은 괴로워
김정은 정권의 Plan A는 러시아의 짜르 푸틴이거나, 중국의 시황제 시진핑일 겁니다. 자신의 권력기반을 보장받으면서, 여전히 국민들의 지지도 잃지 않는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의 통치자 말입니다.
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김정은의 자본주의 친숙도는, 굳이 유추해 보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사실 왕조체제의 지도자는 피곤합니다. 기근이 들어도 왕의 책임이요. 홍수가 나도, 가뭄이 들어도 임금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왕조국가의 왕은 모든 것을 가졌으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것이고, 모든 것을 가졌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의 임기형 대통령제는 왕조국가의 왕보다 책임의 범위에 있어 자유롭기까지 합니다. 뭔 책임을 집니까? 5년하고 튀어버리면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왕조국가의 왕은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쿠데타의 위협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왕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에, 그 자리만 갈아치우면 언제든지 나라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호시탐탐 노리는 세력들이 득세하고, 그걸 잠재우느라 어르고 달래고, 내리치고 죽여대도 매일매일이 가시방석입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간 북한 정권의 권력 암투는, 아마도 향후 100년간의 사극 소재로 쓰여도 될 만큼의 스토리들이 숨어 있을 겁니다. 물론 김일성 왕가는 이를 탁월하게 조절해 왔습니다. 덕분에 솔방울로 수류탄으로 만들어야 했고 가랑잎으로 대동강을 건너야 했지만 말입니다.
골치 아픕니다. 피곤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상화를 멈추었다간 신도들이 언제 안티 세력으로 돌변할지 모릅니다. 외국물 먹은 김정은.. 이런 게 과연 좋을까요? 하면 할수록 쪽팔리지 않을까요? 그러느니 차라리 자본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낫지 않겠습니까?
자본주의 그까이 꺼
어쨌거나 지금까지의 김정은.. 푸틴, 시진핑처럼 북조선의 짜르, 황제로 살아갈 수 있다면.. 하고 모든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체제보장만 받을 수 있다면, 이후의 개혁, 개방 등의 조치를 통해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이 가진 여러 천연자원과 노동력 등을 활용해 국력을 점차 높여갈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등거리 외교로 언제나 실속을 차려 왔던 외교력으로, 미국과 수교를 이룰 수만 있다면.. 김정은은 할아버지, 할머니 가문의 이력을 들먹이며 기독교 국가를 선포할지도 모릅니다.ㅎㅎ (할아버지 김일성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이랍니다.)
기왕 막 나간 거 좀 더 나가 봅시다. 예상 가능한 김정은의 Plan A는 체제보장을 위한 핵보유국 지위 보장이라 치고, 조금 엉뚱한 김정은의 Plan B는 무얼까요?
그냥 제자리에서 버티다 카다피나 후세인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당하는 시나리오만큼은 피하고 싶을 겁니다. 그러면 어차피 결과는 뻔한 거.. 체제보장이 안된다면, 통 크게 양보의 패를 던져가며 무언가를 구축해야지 않겠습니까? 그 모델은 뭘까요? 남한 사회, 자본주의 사회를 보면 그게 빤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은 감빵에 가도, 재벌 총수는 풀려나는 남한 사회.. 게다가 열심히 보아왔을 남한 사회의 막장드라마를 보면.. 답은 이미 나와있습니다. 재벌 총수가 되는 겁니다. 어차피 4대, 5대 계속 북조선 왕국의 왕좌를 지켜내지 못할 거라면, 정치적 권력이 아닌 금력으로 권좌를 지켜내면 되는 것입니다.

자.. 일단 개혁 개방하고 합작회사를 세워야겠죠. 일단 통신회사 필요하겠네요. 텔레콤 하나 만들고 (물론 독점으로다가), 각종 천연자원을 개발할 광물개발회사 하나 만들고, 자동차 회사 하나 만들고.. 아 다 필요 없겠네요. 전세계 매장량 3위라는 석유 개발회사 하나 만들면 그걸로 끝이겠네요. 이쿠, 돈만 있으면 안 되죠. 여론도 조장해야 하니.. 언론사 중요합니다. 방송사도 하나 만들고, 아.. 포털, 포털도 있어야겠네요.
뭐 어려울 게 없습니다. 2천만 북조선 인민들이 자본주의 체제에 금방 적응을 잘 하겠습니까? 그 2천만 북조선 국민들을 등에 업고, 이런저런 공약으로 사탕발림하면 통일한국의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겁니다. 게다가 통일 과정에서 잘 구축한 호탕한 이미지와 선심성 자본 살포만 적절하게 한다면 장기집권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에잇! 대통령 그거 뭐 하러 한답니까. 트럼프랑 손잡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만들어서 전 세계에서 쇼를 하고 다니면, 전무후무한 폴리테이너로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국내 정치야 삼성에서 하던 그대로만 따라 해도 천하무적일 텐데 뭐가 어렵겠습니까. 아랫것들 돈으로 다루는 거야 3대에 걸쳐서 해왔으니, 그건 삼성보다 한 수 위일 겁니다.
자본주의 그거 어려운 거 아닙니다. 외국물 먹은 김정은이라면 공산주의 보다 자본주의 그게 더 쉬울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 이런 생각.. 밤마다 리설주랑 침대에 누워 상상해 보고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링에는 올랐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하루하루가 고달픈 서민들의 입장에서 남북대화도 남의 나라 얘기 같고, 통일도 먼 나라 얘기 같습니다. 국가 입장에서야 남북 관계로 정치 경제가 흔들흔들하지만, 바닥까지 털린 서민들의 입장에서야 ‘에라이, 확 전쟁이라도 나서 이 더러운 판 싹 뒤집어 뿌라’ 싶기도 합니다.
얼토당토않더라도 저는 차라리 김정은의 Plan B가 성공하기를 바래봅니다. 이대로 계속 국민들을 이념으로 양분시킨 채 대치국면을 이어가며, 높으신 양반들, 자신들의 기득권 강화에만 남북문제를 이용하게 두기보다.. 어떤 식으로든 진전되거나 뒤집어져서 남북한 모두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발적인 전쟁과 서민들의 일방적인 피해가 없기만을 기원할 뿐입니다.
무역전쟁을 선포한 트럼프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는 중요한 조커 카드일 것입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역전쟁은 계속 강공으로 가져가면서 북한 문제로 평화모드를 조성하면,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적당히 상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뭐, 노벨 평화상도 노릴만 하겠죠.
그러나 오히려 미 국내 문제나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전쟁에서 코너에 몰리면, 북 선제 폭격으로 확 태세를 전환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홍 코너, 청 코너, 남 코너, 북 코너, 동 코너, 서 코너에서 주자들이 모두 링에 오르고 있습니다. 긴장되는 시간을 한반도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처분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길지 않은 오프닝 게임이라도 링에 오를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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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