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날자

바닥에 빼곡히 박힌
칼날들이 묻는다.
살 거냐? 죽을 거냐?
매달린 팔에
힘이 딸린다.
어차피 떨어지면 죽을 것을
왜 올라가지 않고
힘들게 매달려 있었나.
올려다보니
썩은 동아줄이다.
시간이 그새 이만큼 흘렀나?
원래 썩은 동아줄이었나?
길이 없다.
이놈의 썩은 동아줄
끊어지기 전에
단숨에 올라갈 자신이 없다.
에라 날자.
살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썩은 동아줄 끊어지는 것이나,
옆구리에서 날개가 돋아나는 것이나,
말 도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에라 그래 날자.
날아나 보자.
퍼덕거리다 떨어진들
용은 썼다는 소린 듣겠지.
적어도 썩은 동아줄과 함께
고꾸라지며
내 이럴 줄 알았어 하진 않겠지.
[2010.02_ 坡州_ 빈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