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한가지

 

백수도 억만장자도 밥 한 끼 먹었다.
라면 한 그릇을 후루룩했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거나한 식사를 했거나,
위산에 녹아드는 건 매한가지다.
때 되면 가스와 함께 배출되는 건 매한가지다.

해 떨어지면 뒹굴다 잠드는 것도 매한가지다
온돌바닥에서 구르든
최고급 유럽제 침대에서 코를 골든
부자도 루저도 밤 되면 자는 것이다.

삶의 질을 따지자니
돈이 웬수고 실력 탓, 운 탓,
원망이 늘겠지만,
따지고 보면 부자나 평민이나
외식 한번 더 하고 덜하는 것이다.
나 소주 마실 때
너 양주 마시는 것이다.
담날 머리 아픈 건 매한가지인 것이다.

너나 나나
먹고 자고 싸는 일 다르지 않은데
왜 너는 웃고 나는 우는 것이냐.
왜 나는 신나고 너는 짜증 나는 것이냐.

것도 따져 무엇 하겠느냐.
너 웃을 때 나 울었으니 매한가지 아니겠느냐.
나 신날 때 너 짜증 났으니 매한가지 아니겠느냐.
넌 웃고 신나 보이는데
난 울고 짜증 나는 것 같으니
열 받는 거 아니겠느냐.
나 열받는 거 보고
너 더 신나게 웃을 것 같으니
짜증이 멈추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

돌이켜보면 모두가 매한가지인 것을
쉬지 않고 남과 비교하기를 멈추지 않으니
나 웃을 차례에 제대로 웃지 못하는 것이다.
너 신날 때에 짜증 거리 찾아다니는 것이다.

알았으면 하지 않음 될 것을
나 또 너 뭐하나 흘깃거리고 있다.
너 또 나 웃나 우나 살피고 있다.
그래 스스로 괴롭게 살기는
이것도 너나 나나 매한가지이구나.
어쨌든 세상은 공평하구나.

 

[2007.09_ haemil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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