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샘에게

 

샘이 강에게 말했다.
‘난 널 소유하고 싶어.’

강이 샘에게 답한다.
‘아니 그러면 난 썩고 말 거야.’

다시 샘이 강에게 말한다.
‘하지만 난 널 흘려 보내는 게 두려워’

멈추어 있는 것은 샘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
샘으로.. 골짜기로.. 시내로.. 바다로..

강이 샘에게 말한다.
‘나와 같이 흐르자. 너도 바다가 되어보는 거야.’

샘이 강에게 답한다.
‘하지만 난 한 번도 여기를 떠나본 적이 없는 걸..’

다시 강이 샘에게 말한다.
‘나도 처음에는 너와 같은 샘이었어.
용기를 내어 봐. 일단 움직여 보는 거야.
그러면 거대한 흐름이 우리를 이끌어줘.
바위 사이로 때로는 낭떠러지를 겪고
좁은 물살과 빠른 흐름 속에 머물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바다가 되어 있는 거야.
소유하지 않고 함께 흐를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가 되는 거야.
하나.. 바다..’

사람들은 사랑하면 소유하려 든다.
상대의 관심과 생각, 느낌을 모두 독점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실제로 소유하게 되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짜증과
한숨 섞인 권태..
단절과 재회를 번복하는 관계 패턴뿐이다.

소유하지 않은 채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함께 삶을 흘러갈 수 있다.
누구도 공기나, 물, 구름을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기나, 물, 구름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당신이 소유하려던 땅은 늘 먼 곳에 있고
당신이 소유하려던 재물은 늘 다른 사람에게 가 있다.
당신이 사랑을 소유하려 들면 사랑은 상처만 남겨둔 채 떠나버린다.

다시 강이 샘에게 말한다.
‘네가 나를 소유하면 나는 이미 강이 아니게 되는 거야.
네가 사랑에 빠졌던 그 강은 이미 사라지고 썩어가는 고인 물만 남지.’

샘이 강에게 묻는다.
‘내가 너와 함께 흐르면 나도 더 이상 샘이 아니게 되는 거니?’

강이 샘에게 답한다.
‘아니 우리는 하나가 되는 거야.
그리고 수많은 물방울들과 하나가 되어
구름과 비를 지나고 대지를 적셨다가 
다시 너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거지.
그때 우리는 진정한 샘이 되고 진정한 강이 되는 거야.’

소유하지 않는 사랑은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
대기는 순환하고 땅은 계절을 겪으며 비옥해진다.
하늘은 폭풍과 석양을 맞으며 성숙해 가고
바람은 골짜기와 산자락을 넘으며 향긋해진다.
당신의 사랑은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자유를 얻고
구속하지 않음으로써 진정성을 잃지 않게 된다.

알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늘 소유하려 들고
그래서 사랑을 떠나보내며 가슴 아프다.

사랑과 함께 흐를 수 있다면
우리는 소유하지 않은 채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

다시 강이 샘에게 말한다.
‘나와 함께 흐르자…’

 

[2004.02_ 永宗島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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