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what you love

Oct 20. 2022 

 

교통지옥 파리는 아예 차를 막아버렸다. 주차장을 없애고 자전거 전용 주차장으로 바꾸고 도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 도로를 신설했다. 덕분에 자전거 천국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 보행자는 다닐 만 해졌는가? 자전거는 때로 자동차보다 더 무섭다.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어디든 부딪힐 수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자전거들. 그러나 파리지앤들은 그게 대수냐. 신호등은 장식인 이 나라에서 통제 없이 돌아가는 ‘흐름’, 말 그대로 ‘교통交通의 흐름’은 언제나 유기적이고 아슬아슬하나 안전하다. 물론 인도의 무질서 속 질서에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교통지옥 파리의 진면목은 대중교통에서 더 두드러진다. 이놈의 배차시간이란. 교통 스케줄은 일상적으로 무의미하다. 잦은 파업과 각종 공사. 모든 불편은 모두 잠든 후에만 이루어지는 반도인들로써는 상상할 수도 없는 스트레스를 양산한다. 그러니까 이 도시에서 노선도만 파악하고 안심한다면 그대는 지옥을 경험하게 될 거란 말이다. 멀쩡한 노선이 갑자기 운행을 안 하고 배차시간이 들쭉날쭉하니, 내일 어디서 타서 어디서 갈아타면 되겠지 하고 잠이 들었다간 ‘대폭 축소’, ‘대폭 지연’이라는 구글맵의 경고장을 받아들게 되고 멘붕에 빠진다. 갈아타려던 환승역까지는 자전거와 택시를 이용하라는 안내와 함께. 그러므로 파리에서 숙소를 정할 때는 노선도 뿐만 아니라 파업 예고와 공사 예정 스케줄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더 멘붕은 운행하지 않는다고 나온 구글맵의 스케쥴을 믿었다가 멀쩡히 운행하고 있는 전동차를 목격할 때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그러나 초보 파리 여행자의 이런 불평은 파리 경력자의 지혜로 승화되었다. 그러니까 1단계, 짜증이 난다. 불만이 폭발한다. 이놈의 도시에서 어떻게 사냐며. 2단계, 내 탓인가? 나는 운이 없는 인간인가? 나의 재수는 왜 이 모양인가? 3단계,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렇다면 담배나 한 대. 이것은 마치 인생사의 지혜와 하나도 다르지 않으니 파리지앤들은 모두 득도한 현자들이란 말인가? 누군가는 그것을 ‘똘레랑스’라며, 서로에 대한 관용이라며 추켜세우지만, 내 눈에는 강제된 현실을 받아들인 해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이긴 하지만.

유럽의 어느 도시보다 이민자가 많아 보이는 이 나라의 힘은 요즘 서서히 드러나는 듯하다. 놀라운 건 이 난리통 속에서 전 세계의 거품이 꺼지고 있는데 이 나라는 활력이 샘솟고 있는 듯하단 말이다. 거품 꺼지느라 통곡 소리가 나는 반도의 부동산과 반대로 이 도시의 부동산은 매물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들끓고 있다. 여기저기 부동산 중개소가 카페만큼이나 많고, 매물 현수막이 가득하던 거리의 상점들은 동이나고 있단다. 왜? 왜냐고? 폭락하는 세계 자산시장의 거품을 이 나라, 이 도시가 받아먹고 있는 이유는 뭘까?

코로나 덕에 많은 유럽 도시에서 이민자들, 난민들이 자취를 감췄다. 유럽 대도시의 골칫덩이였던 이민자 문제는 일시 해소된 듯 보이지만, 문제는 코로나가 끝나고도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 공백을 채울 이들이 없다는 건, 인건비 상승의 부담을 넘어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 가게 문을 열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쫓아낼 때는 좋았겠지만.

이것은 인류가 당면한 매우 현실적이고 복잡한 난제이다. 인구문제 말이다. 아이 낳지 않는 도시의 문제는 도시 소멸로 바로 멸망의 수순을 밟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일차적으로 이민 개방일 텐데. 그건 문을 연다고 아무나 받을 수도, 누구나 오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아이 낳는 포스트 휴먼 인류 생산 안드로이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해답이 요원한 당면 과제이다. 도시들은, 국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른 채로 미래를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그건 열지 못하는 상점들의 현실로 목격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도시는 꽤나 운 좋은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교통지옥 파리의 정신은 불평 많은 파리지앤들에게 ‘나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너의 자유도 보장할 수밖에’의 정신으로 함께 감당되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이 도시의 시민들은 얼마나 불평이 많은지 모른다고. 그런데 그 불평들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은 결국 수많은 무질서, 불규칙을 양산하고, 그것을 재수 없음의 단계를 거쳐 해탈로 내면화한 덕에 이민자들이 그래도 숨 쉴 수 있는 공간들을 여기저기 만들어 내었으니. 빠르게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이 도시로 돌아오고, 찾고, 시간을 함께 견뎌내도록 자연 설계되었다는. 희한하나 덕분에 매우 운 좋은, 재수 좋은 도시의 현재를 살게 된 것이다.

그것은 단적으로 파리를 본거지로 하는 프로축구팀 FC 파리 생제르맹의 행운으로도 증명되는데. 이른바 외계인 축구천재 메시가 FC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게 된 것은 이 도시가 돈을 마구 질러댄 결과가 아니었다. 샐러리 캡을 넘겨버려 어쩔 수 없이 FC 바르셀로나를 떠나게 된 메시의 신세 덕에 FC 생제르맹은 메시를 거져 받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는데. 이 도시는 메시 이름을 팔아, 티셔츠와 초상권, 마케팅, 입장 수익 등등 7억 유로(약 9560억 원)를 벌었단다. 그러나 그것을 행운으로만 보기에는 이 도시의 시민들이 감당해낸 스트레스가 하늘만큼 높고 바다만큼 깊다. 그리고 그 보상을 이제 누리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아무 연관이 없다. 그래도 보상이다.

물론 이 도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하겠으나, 정치에 대한 불만, 기득권에 대한 불만, 시스템에 대한 불만. 그 불만으로도 도시를 떠나지 않고 ‘흐름’을 만들어 낸 해탈의 지혜가 그들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유리창을 박살 내고 불을 질러가며 싸워대고, 대중교통은 물론, 공무원, 선생과 학생까지 파업을 감행하는 이들이 얻어낸 보상에 누구는 만족하고 누구는 씁쓸하겠으나, 어쩌겠니 너의 재수 없음 때문이 아닌걸.

脫조선의 코리안드림이 팽배한 고국의 현실을 떠올리며, 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도시가 서로 멱살 잡고 싸우면서도 떠나기는커녕 자꾸 사람들이 몰려오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생각하다가, 그 답은 사랑이라고. 이들은 이 도시를 정말로 사랑하는구나.

Do What you love.
Keep calm ‘Do what you Love’
닥치고 너가 사랑하는 걸 해.

그러느라고 개똥 천지인 이 도시에 꽃이 만발하고 세계 최고의 패션피플들이 뽐내기에 여념이 없구나. 그런 파리는 불평, 불만, 신세 한탄으로 가득한 너에게,

어쩌겠니, 그러려니.
그러나 그대가 감내한 불평 덕에
누군가는 숨 쉬고
누군가는 제자리를 찾게 되니,
그 보상 역시
하늘은 잊지 않고 있단다.

돌고 도는 우주의 섭리와 교통交通하면,
그 흐름 속에 함께 흐르면,
너에게도
외계인 메시를
공짜로 얻는 행운이 따를 테니.

하는 것이지.
그리고
너는,


ziphd.net
ziphd.net
ziphd.net
ziphd.net
[Paris, France]

 이전글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