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의 그에게 일어난 일
그는 주기적으로 마법사를 찾아왔다. 그러니까 그 주기라는 것은 아마도 그의 주소록 순서였을 것이다. 송년과 신년의 주기를 따랐으니.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는 줄곧 영업직에 있었다. 그의 너덜너덜한 주소록 노트는 이제 휴대폰으로 바뀌어 그 특유의 손때가 묻은 너덜함은 없어져 버렸으나, 그게 못내 아쉬웠는지 그의 휴대폰은 반드시 삼성 노트 시리즈였다. 많고 많은 휴대폰 중에.
어쨌든 그는 노트 휴대폰의 주소록이 정해준 순서의 때를 따라 정기적으로 연락을 해 올 때마다 밥을 먹자고 했다. 그리고 꼭 만날 지역을 자기가 정하고 밥도 자기가 샀다. 그건 아마도 영업의 매뉴얼인 듯했다.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할 때에도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정 따위 없는 마법사와의 약속은 시도 때도 없이 바쁜 영업사원이 정하는 게 이치에 맞아 보여 나도 뭐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정한 장소와 시간은 언제나 아침 인간형 영업사원에게 빡빡하게 맞추어져 있었으니 헐렁한 마법사에겐 매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만나자고 하니 굳이 만나지 않을 이유도 없어 매번 시간을, 아니 남는 게 시간이니 몸을 내주었다.
마법사는 직관을 따라 언제나 이상한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그는 그걸 매우 흥미로워했다. 같이 하자거나 때론 자신의 방식대로 따라 해보기도 했다. 그런 얘기를 언제 했나 싶었는데, 따라 한 결과물을 가지고 나타나서 ‘지난번에 얘기하신 게 인상 깊어서’ 하고는 정작 마법사는 아직 시작도 못한 시도의 결과물을 들이밀곤 했다. 허참, 실행력하곤.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맥락이나 본질 없이 인상만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기상천외하기도 해서 그와의 정기적 만남을 거부하지 않아 왔다.
그의 기대와 달리, 마법사는 꽤나 오랜 세월 그를 만나오면서 그를 마법사가 그리는 그림에 포함시켜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매우 현실적이고 정량적인 사람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요즘 흔한 MBTI를 기준으로 말하면 그는 극강의 S로 보였기 때문에 그에게서 마법사의 직관에 대한 호의적 반응과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마법사는 인생의 어느 시점부터 S들의 접근을 철저히 배제해 왔다. 마법사의 직관이란 것은 마법사가 생각해도 지나치게 터무니없는 것들이라 S들의 사고방식으로써는 기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일종의 배려이자 마법사의 자기방어이기도 하다. 마법사는 성장 과정에서 온통 S에 둘러싸인 담장에서 답답한 세월을 보냈다. 가족, 친지 중에 유일한 N, 직관형으로써, 선택할 수 있는 관계를 제외하곤 모두 운명처럼 S들에 의해 포위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마법사의 행보를 언제나 낯.설.어. 했다. 마법사의 직관을 들은 그 S들의 똥 씹은 표정들이란, 감각적 거부감이란. 마법사는 매번 그것을 현실에서,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바로 그 ‘현실’에서 실현해 보이느라 애를 썼고, 그 긴장은 반드시 ‘현실적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는 ‘이해할 수는 없으나 꽤나 유능한’ 사람이라며 칭찬과 신뢰로 돌아오긴 했으나, 지나치게 인생의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지쳐버렸다.
그들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일단 안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뭐든 안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이유를 대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현실에 없다는 이유를 댄다. 세상에 없는 거라니까. 그러니까 그런 게 세상에 어디 있냐고, 가져와 보라고. 됐다, 내가 만들어서 보여줄게. 늘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결과물을 들이밀면 바로 태도를 바꾸었다. 칭송이 넘쳐났다. 그들은 참, 다루기 쉽다. 그래도 그래서 마법사는 그들이 싫었다. 지치니까. 뻔하니까.
암튼 그는 누가 봐도 S가 틀림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매일 아침 구보를 한다. 매일 저녁 반신욕을 한다. 너는 운동과 반신욕을 참 좋아하는 구나 하자 그는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고, 그게 좋다니까 하는 거라고 답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게 죽기보다 싫다고, 그런데 그걸 하고 나면 자신을 극복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고, 그래서 하는 거라고 했다. 그래 천년만년 살아라. 마법사는 빨리 이 세기를 떠나고 싶단다. 그러니까 이것저것 다 해보는 거야. 그러다 안되면 그만이니까. 떠나면 그만이니까. 너는 천년만년 살아야 하니까. 잘 지켜야지. 잘 관리해야지. 너는 극강의 S니까.
그런데 그는 왜 마법사의 삶에 호기심을 가지는 걸까?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거리를 두면 그는 자꾸 와서 뭘 하고 있냐고, 같이 하자고 졸랐다. 마법사가 만들어 낸 결과물 때문에 그런가 싶어, 그런 건 직관으로, 마법으로 하는 거고, 극강의 S에겐 씨알도 안 먹힐 거니까 말도 꺼내지 말라고. 부담스러워 적당히 밀어내면 그걸 못내 아쉬워하고 섭섭해했다. 그냥 너의 방식이 있는 거고, 나의 방식이 있는 거고. 미안, 하지만 어쩌겠니.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면 도시가 떠오를 테니 45일 안에 떠나야 한다고 말하면, 올해 안에 책 4권을 내면 사랑이 이루어질 거라고 하면, 스팀이 만배가 갈 거니까 [스팀시티]의 시민이 되라고 하면… 그니까, 위험하니까, 이상하니까, 심지어 정신이 나간지도 모르니까. 조용히 지나가렴. 모른 척 외면하렴.
그런데 극강의 S로 보이는 그의 인생에도 여러 차례 이해할 수 없는 만용이 있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런 일을 왜 벌였을까? 의아했지만 억압이 심한 S에게, 그림자는 때로 그런 식의 물극필반을 일으키기에 그런 거라고. 저 극강의 S가 얼마나 욕망을 억압했을까 싶어, 그러다 일어난 해프닝쯤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런 허튼일에 마음 두지 말고 극강의 S로서 자신의 삶을 안정적으로 구축해가길 바랐다. 그러니까 회사원, 공무원, 군인으로 정년퇴직하고 연금 받으며 살아가는 지극히 S스러운 인생 말이다. 안전한 보험과 적금으로 기반을 쌓고 착실한 가족관계로 견고한 담장을 쌓는 일 말이다. 마법사를 둘러싼 가족들이 모두 그러했듯. 실직도, 이혼도, 암도 없는 그런 지극히 안정적이고 평범한 인생을 구축하며 Home, Sweet Home에서 말이다. 그런데 그의 인생은 주기적으로 뒤집어졌다. 아니 뒤집힐 게 뻔한 선택을 주기적으로 시도했다.
한 번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두 번까지도 ‘어쩌다’ 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그런 일이 그의 인생에 주기적으로 일어났다. 반복되는 건 뭐라고? 시스템이다. 반복되는 건 시스템이다. 왜일까? 무엇 때문일까? 자기 수입의 대부분을 보험과 연금에 쏟아붓는 이 극강의 S는 왜 자꾸 이런 일을, 이런 선택을 반복하는 걸까? 의아했다. 그러나 물어보지는 않았다. 또 뭔가를 같이 하자고 할까 봐.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만신창이가 되어서 나타났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무슨 일이야?
그 일은 신기하게도 극강의 S가 추구해 마지않을, 매우 안정적 환경에서 일어났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그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그러고 보니, 그것 참 신기한 일이다. 안정적 수입을 최우선으로 놓아야 마땅할 S가 늘 불안정한 프리랜서 영업직으로 살아 온 것 말이다. 그는 회사에 다녀 본 적이 없다. 고정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회사원이 된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작지만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말이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업무가 말이다. 특히 가족들이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그래 그렇게 살아야지. 너는 S가 아니냐. 몸에 좋은 것은 죽을 만큼 하기 싫어도 하는 극강의 S가 아니냐. 진작 그런 삶을 살았어야지. 따박따박 나오는 고정급이 얼마나 달콤한 줄 아니. 다들 그 늪에 빠져 인생을 헌납하지만, 그게 또 S의 기쁨이 아니겠니. 우린 서로 다르니까. 하하하
마법사도 그가 회사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잘 선택했다고. 너다운 선택이라고. 진작에 그랬어야 했다고 마땅히 여겼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볼 일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더 이상 네게 주소록이 필요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저 매달 떨어지는 월급의 축복을 누리며 살아가면 되는 일이니까. 위험하고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마법사의 음모에 연루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러니 마법사 찾아올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너의 가족들이 불안해할 테니. 나쁜 친구랑은 어울릴 생각도 말라고. 그렇게 그를 떠나보냈었다.
그리고 그는 이듬해 이빨 8개를 뽑고 다시 나타났다.
“못하겠더라구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아니 너는 S가 아니더냐. 따박따박한 월급이란, 그러한 스트레스를 당연한 대가로 요구하는 것을 몰랐더냐. 상사가 주는 스트레스, 실적 압박이 주는 스트레스는 S들이 추구하는 ‘안정된 삶’의 연료가 아니더냐. 그런 것쯤 ‘현실’과 ‘생존’을 위해 얼마든 제공할 자세를 본능으로 가지고 있는 게 너희 S들 아니냐. 너희들의 종교와 신념인 ‘먹고사니즘’을 따라 말이다. 죽을만큼 하기 싫어도 좋은 거라면 매일 반복 수련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너의 의지로, 그깟 회사가 주는 스트레스쯤 얼마든 받아내야 마땅하지 않느냐. 아니, 도대체, 너는, 어쩌다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진정 S가 맞는 것일까? 극강의 S라 여겼던 그가 이럴 수야 없는 것이었다. 행복하고 싶으면 당장 회사부터 그만두라는 마법사의 제안에 혀를 끌끌차며 떠나가는 S는 수없이 봤어도, 회사에 적응 못해 제발로 그만두는 S라니. 게다가 이빨이 8개나 빠질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니. 아니 너는 S의 현실 인식과 N의 스트레스 반응을 동시에 지닌 아수라 백작이더냐. 어째서, 어쩌다, 쯔쯧..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아도, 이리로 저리로 생각해 보아도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의 태도와 선택, 양상이 하나도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는 한 술 더 떠, 마법사에게 왠지 올해는 뭔가 될 것 같으니 자기랑 같이 일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는 게 아닌가. 나 참, 참으로 이상한 제안이로다. 살다살다 이런 제안은 처음 받아 본다.
“자네 밥은 먹었나?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아, 네.. 아직 안 먹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한 끼도 못 먹은 것 같네요. 이빨이 없으니 먹을 수 있는 게 마땅치 않네요.”
“아직 오픈 준비 중이라 요기될 만한 게 마땅치 않긴 한대. 음.. 연습 중인 파니니가 있는데 그거라도 괜찮겠나?”
“아, 네. 뭐든 좋습니다. 아무거나 주십쇼.”
마법사는 주방에서 연습하느라 만들어 놓은 햄치즈 파니니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자레인지에서 엄청난 회색빛이 쏟아져 나와 20세기 카페를 가득 채워 버리는 것이 아닌가. 마법사는 흠칫 놀라며 불길한 징조를 느꼈다. 붉은빛도, 파란빛도, 하얀빛도 아닌 회색빛이라니. 이 회색빛은 이 공간의 누군가 이도 저도 아닌 생각으로 시공간의 스펙트럼을 뒤섞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그의 좌뇌와 우뇌가 경계 없이 마구 뒤섞여 있는 게 분명해.’
마법사는 이빨이 빠져 쪼그라든 그의 입술을 주시하며 파니니와 직관을 따라 내린 드립커피를 그에게 내왔다.
“많이 들게.”
“아, 네. 감사합니다. 저 실은 파니니는 처음 먹어봐요.”
그는 배고픔은 잊었지만, 예의상 파니니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은 부자가 되고 싶다며. 그래서 자기 닉네임도 ‘부자’라며. 실제로 그가 속한 집단에서는 그를 ‘부자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사토시 나카모토 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많은 코인을 뒤로 챙겨 놓았을 거라고. 그리고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만한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마법사는 그에게 암호화폐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한 적이 없다. 극강의 S인 그에게 이 시스템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게 들릴지가 너무도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는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신흥 코인부자들이 등장하니 자기도 그렇게 되고 싶었나 보다. 그는 너무도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 그런 마음으로는 회사원 생활을 제대로 해냈을리가 없는 거다. 스트레스가 당연한 거다. 이빨이 8개나 빠질만 하다.
예비역 장교인 그의 출신으로보면 차라리 군에 남아 별을 달았으면 좋았겠다 싶다. 그도 그러고 싶었단다. 적성에도 잘 맞았단다. 그런데 대장은 별이 다섯개지만 계열사가 다섯개는 아니니까. 만족스럽지 않았나 보다. 그리고 여행을 할 수 없어 관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기는 여행이 좋다고. 역마살이 별을 무너뜨렸구나. 그래 너는 여행이 왜 좋으니?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게 재미있다고.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즐거운 여행은,
“비행기에서 비즈니스석을 타는 거예요. 대접 받는 게 좋더라구요.”
헛, 세상에. 마법사는 평범하구나. 마법사의 꿈이란 참 사소하구나. 그는 꼭 직항을 타야 한다고 했다. 환승은 구리다고. 그리고 직항의 비즈니스석을 타기 위해 열심히 마일리지를 모은다고 했다. 뭐가 좋을까? 비즈니스석에 제공되는 라면에는 금이라도 들어있단 말인가. 송송 썰어넣은 비트코인이 동동 떠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그는 마치 현실속에서도 가상의 군생활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 아침마다 일어나 구보를 하고, 작전장교 출신의 주특기를 살려 여행지의 지도를 보며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비즈니스 지휘석에 앉아 부하 승무원들의 보좌를 받는. 사기여도 좋은 ‘부자님’의 반열에 오를 꿈을 꾸는 예비역 장교출신 영업직 프리랜서의 하늘 위에 동동 뜬 한여름밤의 꿈.
그는 아예 대놓고 마법사에게 묻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습니까?”
“계명을 지켜야지.”
“어떤 계명말입니까?”
“자네는 S니까, 근검절약, 근면성실이 아니겠는가.”
“그런 건 아무리 해도 부자를 만들어 주지 않더군요.”
“아, 그런가? 난 해본적이 없어서. 그러면 부자 안 하면 되지 않겠는가?”
“아닙니다. 전 꼭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게 제 꿈입니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음.. 그렇다면 자네의 전재산을 팔아 이 마법사에게 주게. 그러면 부자를 만들어 주겠네.”
“네? 전재산을 팔라고요? 그럼 저는 뭘 먹고 살죠?”
“먹고 살려면 취직을 하면 되지.”
“취직을 하라니요! 그 바람에 이빨이 8개나 빠졌단 말입니다.”
“그럼, 전재산을 팔아 마법사에게 주면 되지 않겠나.”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보고 굶어 죽으란 말씀이십니까?”
“어허, 내가 언제 그랬나. 부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지.”
“그 말씀이 그 말씀 아닙니까?”
“그 답이 그 답이네.”
그는 마법사의 이상한 제안에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깊은 고민. 이것도 저것도 아닌 꿈. 이것도 저것도 싫은 마음. 이렇게도 저렇게도 답이 없는 인생. 한참을 말없이 커피잔을 응시하던 그는 결국 근심에 쌓여 돌아갔다. 덕분에 마법사는 다시 시작될 그의 정기적인 만남 요청에서 벗어날 묘안을 찾게 되었다. 구원은 그가 아니라 마법사에게 내린 것이다.
스트레스로 이빨이 8개나 빠진 그는 그간 일해서 받은 연봉만큼 임플란트를 해 넣어야 한다고 했다. 20세기 카페의 구석, 어정쩡한 좌석에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있던 비즈니스석을 사랑하는 그가 떠난 테이블에는, 마법사가 내온 햄치즈 파니니가 먹다 만 채로 덩그러니 남아 있었는데. 파니니의 베어 문 자국 사이로 과도하게 성실한 양치질로 하얗다 못해 번쩍번쩍 빛이 나는 8개의 이빨이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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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