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워야
글이라면
나는 다시 글을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슬프고 애달프고 절절했어야
글이 써지는 거라면,
나는 다시는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살아야 인생이라면
나는 두 번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말했다.
죽어간 모든 사람들이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던 그들이
죽고 싶지 않다고,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아직
죽음을 곁에 두지 않은 이들은 말한다.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라면,
이렇게 쓰는 게 글이라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나는 아직 죽음을 곁에 두지 않은 채,
지난날들을 생각하며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을 쏟아 내어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글은 쓰여졌지만
나는 고통스럽다.
지금도 여전히 죽음이
곁에 다가오지 않고 있기에,
나는 괴롭고 슬픈 채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비로소 죽음을 맞이한 그때에야
이대로는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할 것인가.
이대로는 끝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인가.
그제서야 지난날 어딘가에서
멈춰버린 걸음을 후회하며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칠 것인가.
그래서 나는 계속 글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이 길을 꾸역꾸역 걸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안다.
모든 것을 마치고 이제 이루었다고 말하는 그 순간,
고통도 괴로움도 외로움도 슬픔도 아픔도 멈추고
글도 멈추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저 추억만 되뇌며 죽음만을 기다리게 될 것을.
잔인하지만 써야 하지 않겠는가.
가혹하지만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글을 말이다.
죽을 때까지 말이다.
사는 것이라면 말이다.
[2008.05_ 民俗村_ 빈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