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불쌍한 사람이니?

누가 불쌍한 사람이니?
억대 연봉을 받아도
원하는 그림 한 번 그려보지 못한
김이사겠니?
하루에 세 끼를 라면을 먹어도
매일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르는
거리의 악사겠니?
상사의 조인트,
동료들의 질시와 따돌림,
부하들의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가족부양의 책임에 만족하다
어제 돌연사하신
40대 직장인 박부장이겠니?
집장만, 노후보장
부동산 대박 이딴 거
생각도 못하고,
밀렸다 갚았다를 반복하는
체납 인생이어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도전하면 될 거라 믿는
꿈꾸는 다락방 청춘이겠니?
봉우리는 꽃을 피워야 하고
종달새는 노래를 해야지.
폭포수는 떨어져야 하고
벼 이삭은 뙤약볕에 익어야지.
천년만년을 산다 한들,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노래 한 소절 불러보지 못한다면,
너는 도대체 무얼 하러 내려온 거니?
그러므로
꿈꿔보지 못한
모든 인생이 불쌍한 게다.
저당잡힌 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든 인생이 불쌍한 게다.
책임을 다한 삶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모든 인생이 불쌍한 게다.
[2008.09_ 百潭寺_ 빈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