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그렇게 받고 싶던 동그라미.
엄마에게 아빠에게
당당하게 내어놓고
자랑하고 싶던 그 동그라미.

하지만 나의 현실엔
작대기 작대기가
더 많았죠.
엄마에게 아빠에게
숨기고 싶었던 작대기.

내 인생에도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었죠.
엄마에게 아빠에게
자랑하고 칭찬받고 싶었죠.

하지만 왜 내 삶은
작대기투성이일까요.
엄마에게 아빠에게
자랑스럽게 내밀 수 없는
작대기 작대기가 늘어만 갑니다.

작대기를 짊어진 채,
엄마에게 아빠에게
갈 수 없어.
애꿎은 운동장에
동그라미 동그라미만 그려댑니다

밤하늘 달덩이도 동그랗고
스트레스 때문에 먹어댄
내 배도 동그랗습니다.

엄마 엄마
작대기를 들어도 좋으니
내 인생 동그라미 동그라미
만들 수 있을까요?

아빠 아빠
이마에 작대기 작대기 펴려면
얼마나 동그라미 동그라미
그려야 할까요?

하늘에서 비누방울 같은
동그라미 동그라미 쏟아져
내 머리에도,
엄마의 눈에도,
아빠의 이마에도,
동그라미 동그라미
그리고 싶어요.

 

[2004.10_ 永宗島_ 빈센트]

 이전글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