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위로한 상처 입은 치유자

2011.05.25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어요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젠가는 뚫고 나온다는 말이지요.
얼마나 더 갈아야 할까요?
참다못한 사람들은
주머니를 비집고 나오려고
용을 쓰지요.
그러나 자신을 사는 사람들은
괴로운 시간을 견뎌내 가며
자신을 갈고 또 갑니다.
송곳의 끝이 전봇대같이 굵어도
갈고 갈아대면
언젠가는 바늘 끝 같아지겠지요.

누군가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하고
누군가는 작정하고 그 길을 가지만
당신은 떠밀려 떠밀려 갔습니다.
슬픈 가족사와 이겨내기 힘든 거친 성질들을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도망 다니고 넘어지고 좌절했습니다.

그러나 알고 달렸다면 갈 수 있었을까요?
이런 일들, 길들, 험한 순간들을
알고서는 걸어올 수 있었을까요?

당신은 이제 주머니를 뚫고 나와버렸습니다.
본인의 의도도 집념도 간청도 아니었건만
몸부림을 치다 주머니를 뚫어버렸습니다.
얼떨결에 쏟아져 나온 빛은..
당신에게 쏟아져 내려버린 빛은 어떤가요?
눈이 부시다 못해 고통스럽지 않던가요?

이제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네요.
적어도 산기슭에서
혼자 외로이 포효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당신은 그 험한 인생 한복판에서
홀로 외로웠는데
그런 당신이,

 쏟아져 내린 빛 너머로
당신의 위로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형제가 되겠다고
친구가 되겠다고
노래하고 있네요.

그러나 그 뒤에는
위험한 당신과 전쟁 같은 사랑을 감당해 준
당신의 진정한 형제들이 있습니다.
결국 몸에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새겨 넣게 되었지만
그 치열함이 당신을 갈고닦았던 거예요.
난자 당한 채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다
주머니를 뚫어 버렸지만
빛 가운데 두려워하지 않고 포효해 댈 수 있었던 건
당신과 당신의 그 영원한 형제들이 감당해준
그 위험한 사랑,
전쟁 같은 사랑의 결과입니다.

당신에게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불꽃같이 살다 가시기를..
전쟁 같은 사랑을 감당해 준
당신의 형제들과
고통 속에 몸부림치면서도 버텨내던
당신의 지난 인생에 누가 되지 않을
불꽃같은 노래를 불러 주시기를 바랍니다.
헛된 명성에 기대어 냄새나는 노래를
비싸게 팔아먹는 애완견처럼 되지 마시고
광장 한복판에서
엄청난 인파에 둘러싸여 노래할지라도
시베리아 폭풍 한설 속에서도
새벽이면 깨어나 울부짖던
호랑이의 포효를 잃어버리지 않기를 부탁합니다.

누가 당신을 위로해 줄까요?
우리는 당신에게서 충분히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차례입니다.
이제는 당신의 시대입니다.

당신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참으로 눈물 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나는 누구에게 위로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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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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