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당신을 사용하는 방법1 – 시스템 조직
2009.11.07
회사와 조직에서 사람, 직원을 사용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시스템에 의해서 운영되는 조직과 사람 자체의 역량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입니다.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과 회사에서 사람은 버튼 조작요원입니다. 업무절차와 내용이 모두 시스템화되어 있어 어떤 사람이 들어가도 자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단순 반복작업을 통한 숙련도 향상뿐입니다. 조직원은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자신이 맡은 역할만 반복하면 됩니다. 전체적인 일의 공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임무에만 충실하면 되지요. 비교적 규모가 작은 회사들일수록 이러한 시스템 조직을 선호합니다. 오너의 비전과 꿈이 분명하고, 그래서 하려면 모든 작업을 오너 혼자서도 다 할 수 있지만, 손이 하나고 몸뚱이가 하나라 대신 일해 줄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지요.
이런 회사에서 개인의 의사를 표명하는 일은 일단 조심하셔야 합니다. 당신은 그저 부속품 조립원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지, 회사의 비전을 함께 이루어갈 동역자로 뽑힌 것이 아닙니다. 물론 오너들은 당신이 우리 회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이고 그러므로 우리 회사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만들어 가보라고 말하지만, 결코!!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런 시스템 조직에서는 그러한 일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퇴사의 지름길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오너조차도 자신에게 필요한 직원은 버튼 조작요원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오너들이 자신은 개방적이고 열린 경영을 하고 있는데, 회사직원들이 소극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는데 있는 것입니다.
시스템 조직의 특징 ‘보수는 업계 최저 수준’
이런 시스템 조직의 특징은 보수가 상당히 짜다는데 있습니다. 대부분 업계 최저 수준이지요.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널린 게 실업자인 불평등 고용시장에서 이들은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신이 만약 이러한 회사에 뼈를 묻고 싶다면 한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영혼은 집에 두고 출근하십시오. 특히 자존심은 장롱 서랍 속 깊숙이 뛰쳐나오지 못하게 꽁꽁 묶어두고 가셔야 합니다. 할 줄 아는 말이라곤 ‘Yes’ 밖에 없고, 보수가 얼마든 그저 정기적인 급여만 있으면 된다면 버티기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비전과 야망을 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거나, 회사를 통해 꿈을 이루고 싶다면 당장 때려치워야 합니다. 아니 곧 때려치우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꿈, 야망, 비전 따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섣불리 혁신 아이디어, 신사업 구상 등 소위 튀는 발언과 제안을 했다간 큰일이 납니다. 싸늘하게 돌아오는 냉담한 반응이 대부분이거니와 간혹 ‘수고했어’라는 격려에 기획이 받아들여진 줄 알고 우쭐했다가, 상관의 휴지통에 던져져 있는 자신의 기획안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옥상에 머무는 시간이 사정없이 증가하고 빈 종이컵에 담배꽁초만 수북이 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이런 조직에 있다면 명심하십시오. 아이디어는, 구상은, 오로지 오너에게만 가능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조직일수록 아이디어 회의를 밥 먹듯이 합니다)
시스템 조직에도 매력은 있습니다.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런 회사의 수명은 오너의 수명과 비례합니다. 오너가 허튼 짓 하지 않는 이상, 경기가 어떻다, 시장이 불안하다해도 왠만해선 끄떡이 없습니다. 오너에게는 회사가 자신이 가진 것의 전부이기 때문에 어떤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지켜냅니다. 처음부터 이 시스템 조직의 오너들이 폐쇄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몇 번의 위기를 거치며, 또 그때마다 나 몰라라 하고 떠나버리는 동업자, 믿었던 직원들에게 크게 상처받으며 결국 세상에 믿을 놈은 나 하나 밖에 없다는 인식에 휩싸이게 된 오너들의 상흔이지요.
선택 시 주의 사항
이런 시스템 조직을 선택하실 때에는 주의하셔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거나한 회식 따위는 꿈도 꾸지 마십시오. 당신은 오너와 함께하는 회식자리에서도 더치페이를 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드문 일입니다만, 혹 연봉협상을 하게 된다면, 어색한 눈빛을 오너와 주고받다가 한번 ‘씨익’ 웃어드리고 말없이 사인 하고 나오셔야 합니다. 가슴은 답답하겠지만 당신에 대한 신뢰도는 대폭 증가하고 근무 수명도 그만큼 늘어날 테니까요. 휴가 중에도 5분 대기는 잊지 말아야 하며 오너가 ‘며칠 더 쉬다 와’ 했다고 더 놀았다간 짐 싸야 합니다. 그 말은 휴가 다 챙겨 먹으면서 언제 일하느냐는 말의 점잖은 표현이니까요. 특근수당, 야근수당, 생리휴가 따위는 선진국의 사례이지,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가슴을 끊임없이 세뇌시키시고, 혹 명절 때 참치 캔이라도 선물로 나온다면 성은을 입은 듯 감사하셔야 합니다. 오너의 특명을 받아 다른 직원들 몰래, 거래처에서 들어온 선물세트를 오너의 차 트렁크에 차곡차곡 실은 뒤, 수고했다고 애들 가져다주라며 트렁크 속에서 돌아다니던 먼지 풀풀 나는 비닐 봉지에 사과 몇 알을 담아주는 수모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당신이 단순 반복작업에 익숙하고 물가 상승률을 절대 반영하지 않는, 단지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게다가 큰 사고 치지 않고, 오너의 눈 밖에 나지 않으면 평생 잘릴 일이 없는 고용안정성에 만족한다면, 이런 시스템 조직을 적극 추천합니다. (고용안정성은 정말 최곱니다!!!) 당신이 오너의 어떤 폭정에도 군말 없이 성실하다면, 어느 날 사원에서 갑자기 과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존심을 가둬둔 대가로 초고속 승진의 특혜를 누리는 것이지요. 물론 그것도 그냥 받는 것은 아닙니다. 오너는 승진 축하 인사와 함께 ‘과장대리’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도 잊지 않으니까요. 승진에 따른 임금은 소폭 상승하기도 하지만, ‘대리’ 꼬리표를 떼기까지는 임금 상승폭에 몇 배에 달하는 업무량과 책임이 부과됩니다. 처신만 잘하신다면 그리고 업무 숙련도만 높여 놓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은 사무실을 휴게실, 오락실화 할 수 있습니다. 메신저, 웹서핑, 온라인 고스톱,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요령과 시간을 더욱 많이 확보하게 될 테니까요. 몰래 보던 웹 페이지 빨리 감추기의 달인이 될 테고, 발자국 소리, 헛기침 소리만으로도 오너나 상관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초능력도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자족하고 산다면 세상은 어디나 천국입니다.
오너나 상관이 전날 부부싸움을 했다거나 주식이 폭락했거나 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거래처에 연락하셔서 미팅 약속을 잡으셔야 합니다. 혹 동작이 느려 피하지 못했다면 회의실에 갇혀서 점심도 못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일단 마음을 편하게 먹고 귀만 열어 놓은 채, 머릿 속으론 퇴근 후에, 주말에 뭐 할지 계획을 세우세요. 폭풍같이 쏟아지는 잔소리와 모욕적 추궁에 집중했다가는 당장 사표에 손이 갈테니까요. ‘욱’하고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기 전에 정신을 다른 곳에 팔아 버려야 합니다. 그럼에도 한쪽 귀를 열어 놓는 것은 잊지 마십시오. ‘시정하겠습니다’, ‘작업 중입니다’, ‘알아보고 있습니다’ 정도의 답은 해야 하니까요. 분위기가 험악하다고 너무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주기적으로 내리는 소나기에 불과하니까요. 근무기강이 갑자기 빡세져도 몇 주만 기다려 보세요. 모두 제자리로 돌아올 테니까요.
칼퇴근은 일찌감치 포기하시고 입사가 결정되면 사무실 근처에 찜질방 위치부터 확인하십시오. 새벽까지 오너 뒷담화 하다가 출근하려면 집에 들어가는 일은 포기해야 합니다. 대신 평생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가족보다 친밀한 직장 전우들을 얻게 되실 겁니다. 그들은 퇴사 후에도 끊임없이 오너의 동정을 물어 올 것이며, 혹 당신만 남고 모두가 물갈이 된 상황에서는 든든한 뒷담화 후원자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이런 회사를 판별하는 방법은 아주 쉽습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채용 공고가 한 달이 멀다 하고 올라오는 회사라면 백발백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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