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믿음이 탄생한 도시

Nov 29. 2023 l Şanlıurfa

우르파는 ‘예언자들의 도시’라고 불린다. 아브라함, 욥, 요나, 도마, 엘리야 등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두루두루 거쳐 간 도시라 그렇단다. 그중에 갑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유일신을 섬기는 3대 종교가 그로부터 시작되었으니, 그가 태어난 이 도시는 (괴베클리 테페의 만이 천 년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 종교사의 중요한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 도시가 자리하고 있는 하란 평원은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정착한 그 땅이라고도) 어떻게 이런 도시가 이렇게 안 유명한지. 나만, 우리만 몰랐나? 그런갑다. 무슬림들에게 이 도시는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과 함께 4대 성지로 불린단다.

죄악이 가득한 인류를 신께서 홍수로 멸하시고 다시 시작된 인류사는 노아로부터 아브라함까지 10대가 내려왔다. 그런데 이 믿음의 조상이 탄생 설화가 있었더랬다. 경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옛날, 이 도시를 다스리던 한 왕이 있었는데 꿈에 천사가 나타나 올해 태어나는 남자아이 중에 나라를 망하게 할 아이가 있다고 했단다. 그래서 왕은 그해에 태어나는 남자아이를 모두 죽이라고 명했는데. 명령이 공표된 후 한 여인이 동굴로 피신해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가 아브라함이라고. (예수의 탄생 신화랑 비스므리하다) 아이는 동굴에서 일곱 살까지 숨겨져 자랐고, 그 동굴은 성지聖地가 되었다.  

_ 무슬림들은 아브라함 탄생 동굴 옆에 메블리드 할릴 자미(Mevlidi Halil Camii)를 지어 이곳을 성지로 만들었다. 매년 수많은 이슬람교도들이 이 동굴을 찾아 순례를 온다.

그때 왕이 이 아이를 끝까지 찾아내 처단했더라면 인류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왕과 아브라함의 운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성한 청년 아브라함은 자신이 믿는 신앙에 투철했다. 그래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우상숭배를 그치고 유일신인 여호와를 믿으라고 전도를 마구 해댔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달의 신(月神)인 ‘신Sin’을 믿고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 데라는 심지어 우상 판매상이었다. 버릇없는(?) 청년 아브라함은 아버지의 우상들을 부숴버리고 아버지에게도 우상을 섬기지 말고 유일신인 여호와를 섬기라고 일갈을 날렸다고. (이때부터 그의 별명이 ‘우상파괴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 패륜의 소식을 들은 왕은 그를 불러 지금까지 지역 사람들이 믿어온 다신교로 개종할 것을 명하였으나 아브라함이 말을 듣지 않자, 결국 그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왕은 아브라함을 형틀에 묶은 다음, 그 밑에 장작을 높이 쌓고 불을 붙이게 했다. 불길이 아브라함에게 가까이 이르렀을 때, 아브라함의 신, 여호와는 아브라함의 몸을 튕겨 오르게 하고, 천둥번개와 함께 비를 내려 장작불을 꺼버렸다. 아브라함이 떨어진 곳에는 연못이 생겼고, 타던 장작은 물고기가 되었다고. 그 후로 사람들은 이 연못을 ‘성스러운 연못’이라 부르며 물고기를 성스럽게 여겨 잡지 않는다고 한다.

_ 성스러운 물고기 연못(Halilür Rahman Gölü). 성서에는 이런 전설이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코란에는 왕이 아브라함을 화형에 처하려고 할 때에 하나님이 그를 불 가운데에서 건져냈다는 기록이 있단다.

그때 아브라함이 불에 타 죽었더라면 인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은 비단 종교인들만의 문제는 이미 아닌것이다. 인류를 아마겟돈 전쟁의 위협으로 몰아가고 있는 중동 갈등의 원인이 바로 이 아브라함의 자손들의 갈등 때문이니까. 믿음의 조상이자 성전聖戰의 조상 ‘아브라함’ 그리고 그 대척점에 이 도시, 우르파의 왕 ‘니므롯’이 있다.

아브라함의 별명은 ‘우상파괴자’이지만, 니므롯 왕의 별명은 ‘세상의 첫 용사’이자, ‘신의 용감한 사냥꾼’이다.

“구스가 또 니므롯을 낳았으니, 그는 세상에 첫 용사라. 그가 여호와 앞에서 용감한 사냥꾼이 되었으므로 속담에 이르기를 아무는 여호와 앞에 니므롯같이 용감한 사냥꾼이로다 하더라.” (창세기 10장 8-9절)

그는 노아에게 저주를 받은 함의 핏줄로 노아의 4대손이다. 그러니까 노아의 10대손인 아브라함의 먼 할아버지뻘 되는 집안 어른인 것이다. 물론 버릇없는(?) 청년 아브라함이니까, 몇 대조 할아버지뻘 되는 왕과도 대척할 만하다. 그러나 이 왕 니므롯 역시 아브라함만큼 문제적 인물이니, 바벨탑을 지으라 명한 이가 바로 그이다. 그의 용맹함은 점점 인본주의적으로 변해갔는데, 인간이 누리는 복은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용기에서 나온다고 주장하며 신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용맹함을 갈고 닦으라 사람들을 계몽했다. 그는 주변 도시들을 차례차례 정복하여 큰 영토를 이루고서는, 신이 홍수를 쏟아부어도 다시는 물에 잠기지 않도록 높은 탑을 쌓았는데 그게 바벨탑인 것이다.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가 그 땅에서 앗수르로 나아가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와 및 니느웨와 갈라 사이의 레센을 건설하였으니, 이는 큰 성읍이라.” (창세기 10장 10~12절)

코란에서는 주석을 통해 니므롯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나안의 자손 니모르데(니므롯)는 하나님의 존재에 관하여 아브라함에게 논쟁하였다. 그 당시 국가가 번성하고 과학이 발달하면서부터 창조주의 존재와 모든 만물의 창조성을 부인하려 함으로써 수 세기를 지난 오늘날까지도 하나님을 부정하려는 불신자들이 있음을 예시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 인간의 이성 즉 신성을 부정하는 인물로 니므롯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아브라함과 니므롯은 대척점에 있는 대결적 관계이다. 설화 역시 이 둘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음과 양으로 이루어진 이분법적 세상에 자연스러운 역할 배분일 것이다. 그러니까 신이 세상에 악이 가득하다 하여 홍수로 쓸어버린다 한들 세상이 선으로만 가득하겠냔 말이다. 플러스뿐인 세상은 없는 거니까. 마이너스가 없는 플러스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다. 신은 악도 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또라이 계속의 법칙’처럼 악은 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등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 반대도 역시. 그리고 이 유일신 3대장 종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대척점에는 인본주의자 ‘니므롯’이 있는 것이다. 물론 첫 번째 악은 술 취해 벌거벗고 자는 아버지를 험담한 노아의 아들 ‘함’으로부터이고, 그로부터 3대 만에 악이 신에 대항할 정도로 찬란하게 피어난 것이다. 바벨탑을 지어 신에게 대항할 만큼.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천국에 갔을 테니 악의 조상 니므롯은 어디로 갔을까? 단테는 그가 지옥에 있다고 말해주었다. 단테의 <신곡:지옥편>에는 그가 8번째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적혀있다.

“놈은 고백하는 것이다. 저 자는 니므롯인데 저놈의 멍청한 생각 때문에 세상의 언어가 더 이상 하나가 아니게 되었지. 저자는 내버려 두고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자. 그의 말을 아무도 못 알아듣듯이 어떤 말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알 수가 없다. 밤하늘의 별처럼 셀 수 없이 번성할 거라는 아브라함의 후손들은 갈라져, 서로를 악이라고, 자신들이 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니므롯의 후손들은 그들의 갈등과 반목에 노심초사하며, 인류의 마지막 아마겟돈 전쟁이 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그 와중에 죄 없는 어린아이들은 그때 니므롯 왕의 명령처럼 죽어 나가고 있다. 동굴로 피신해 목숨을 구한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피 터지게 싸워대는 덕에 말이다. 지옥에서 니므롯이 자신을 지옥에 처넣은 아브라함의 신에게 따져 물을 테다. ‘이게 당신이 말한 공의고 선이냐’고. 게다가 그의 증조할아버지 함은 더 억울하겠다. ‘나는 술 취한 아버지를 흉봤다고 대대손손 노예로 살아갈 거라는 저주를 받았는데, 저 패륜아 아브라함 자식은 어째서 믿음의 조상으로 추앙을 받으며, 여호와의 약속을 믿지 못하고 인간적 방법으로 아이를 낳아놓고는, 결국 그 형제간의 반목이 대대손손 영원하게 만들지 않았냐’고.

그 후로 아브라함은 결국 아버지 데라와 불화하며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버렸다. 그는 아내의 아름다움 때문에 시기한 이들에 의해 목숨을 잃을까 겁을 먹고는 아내를 여동생이라고 두 번이나 사기를 쳤다. 그는 별처럼 헤아릴 수 없는 자손을 주겠다는 여호와의 약속을 의심하고 여종과 동침하여 아이를 낳아버렸다. 그리고는 100세가 되던 해에 신의 약속대로 아들이 태어나자 덜컥 여종의 아이를 사막에 버려버렸다. 그 두 형제의 후손들은 아직도 철천지원수가 되어 싸우고 있다. 같은 신을 섬기면서 말이다.

그리고 왕, 니므롯은 비록 바벨탑은 무너졌지만 대제국을 이루었고, 그가 죽은 후 그의 아내 세미라미스는 니므롯을 ‘마르둑(Marduk) 신’으로 추앙했다. 인간이 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의 아내 세미라미스(Semiramis)는 어머니 신으로, 그리고 그의 아들 담무스(Tammuz)까지 신이 되어 성부, 성자, 성모의 삼위일체를 이루었는데, 훗날 바벨론 제국을 통해서 바벨론의 종교가 퍼져나갔으며, 성서에 등장하는 바알과 아세라와 아스다롯, 에베소의 아르테미스가 바로 그것이다. 풍요와 다산의 신 말이다. 모든 우상 신들의 아버지. 대부분의 인류가 섬겨온 바로 그 부富의 신神. 진짜 신.

_ ‘니므롯’은 ‘님(높은 사람)’과 ‘마랏(반역하다)’의 합성어로 높은 사람 곧 하나님을 반역하는 자라는 뜻이다. 니므롯은 길가메쉬 서사시의 그 길가메쉬라는 주장도 있다. 길가메쉬 서사시에 따르면 그는 5대 우루크(우르) 왕으로 소개된다.

그러니 누가 천국에 가고 누가 지옥에 갔을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누가 지금 지옥에 사는지, 누가 이제까지 지옥에 살았는지는 적어도 알 수가 있다. 아브라함의 후손들 말이다. 그들의 한쪽은 인류 역사 내내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지옥을 경험했고, 또 다른 한쪽은 그들의 조상이 스스로 떠난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돌려 내놓으란 협박에 대항하며 아직까지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 전쟁은 해법이 없이, 인류를 아마겟돈으로 서서히 몰아넣고 있다.

물론 인본주의자 ‘니므롯’의 후손들은 제2의 바벨탑을 가상공간에 만들어 신이 흩어놓은 언어를 다시 통합해 가고 있으며, 이제는 피조물까지 창조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여호와천당 불신지옥’, ‘알라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이들조차, 자신들의 조상 아브라함이 목숨 걸고 싸우던 니므롯의 유혹을 어쩌지 못하고, 손안의 ‘바벨탑’을 사지 못해 안달이다. 그들의 신이 소돔과 고모라를 불로 심판하게 만들었던 동성애자가 베어 문 사과를 떡하니 로고로 박은 ‘하얀 바벨탑’을 탐하며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에는 지진이 끊이지 않는다.

마법사는 씁쓸한 마음으로 청년 아브라함이 목숨을 걸었던 그 현장,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물고기가 노니는 그 현장에 앉아 차이티 한 잔을 시켜놓고는,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 사이 광장에서 ‘Free Palestine’ 푯말을 들고서는 마법사를 빤히 바라보던 아이가 생각나 한숨을 쉬며 한마디를 내뱉는 것이다.

‘믿음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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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적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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