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해서 먹고살겠니?
[멀린’s 100] Aug 04. 2022 l M.멀린

재능이란,
너의 소설이 출판되고 호평을 받은 후에야
네가 가지고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다.
그전에 네가 가진 것은
그들이 보기에
따분한 망상, 혹은 뜨개질과 다름없는 취미 생활.작품이란,
연극이 무대에 올려지고
관객의 갈채가 쏟아진 후에야
네가 이룬 일이다.
그전에 친구들은 계속해서 묻는다,
언제 나가서
일자리를 구할 계획이냐고.천재성이란,
네가 주목받을 만한
세 번째 시집을 낸 후에야
너에게 타고났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틀어박혀 지낸다고 너를 비난하며
왜 아기를 갖지 않느냐고 묻거나
게으름뱅이라고 부른다.진정한 작가는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재능이란 네가 불을 피운 다음에야
불을 지피는 데 필요하다고 사람들이 믿는
마술적인 능력 같은
환상에 불과할 뿐.
글쓰기는 그 자체로 치료제이다.
너는 사랑받기보다
그것을 더 좋아해야 한다._ 마지 피어시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젊은이에게> 중에서(류시화 옮김)
“너 그거해서 먹고살겠니?”
마법사는 살면서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모르겠다, 속으로는 그렇게들 얘기하고 있었는지. 언제부턴가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마법사라고 답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면 생계는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는 경우는 있더라.
마법사의 생계라, 그걸 일반인들이 왜 궁금해하는 걸까? 너는 이웃의 생계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니?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모르는 생계의 비법을 남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당황에서 나오는 말일까? 아니 굶어 죽지 않고 여태 살아있다고? 난 이렇게 먹고사느라 힘든데 저러고 놀면서? 마법사라는 직업은 놀고먹는 직업일 거라고, 작가, 예술가라는 직업은 놀고먹는 직업이거나 벌지 못해 굶어 죽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일까?
굶어 죽은 사람이 있을까? 굶어 죽은 마법사가 있을까? 굶어 죽은 작가가 있을까? 있겠지. 몇 년 전 21세기의 마른 하늘 아래 그렇게 생을 마감한 작가의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게 매일 계속되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만큼 흔한 일은 아니다. 뉴스에 날만큼 희귀한 일일지언정.
사람들은 위협을 느낀다. 개미들은 베짱이가 노래를 부르면 위협을 느낀다. 자신의 선택이 어리석은 선택이 아닐까 당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먹고살 수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을 누구는 먹고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하고 있다는 건, 내가 모르는 비법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투자의 공식, 부자의 공식을 쫓듯 일단 당황하고 경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게 있을까? 살아보면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죽는다. 남 부러울 게 없는 갑부도 재산에서 0 하나가 날라갔다고 자살하기도 하고 (그 0 하나가 빠진 재산이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재산에 0 두세 개를 더해야 근접하는 재산임에도) 막 성공에 도달하자마자 건강을 잃고 비명횡사하기도 한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내 맘대로 죽을 수도 더 살 수도 없는데, 사람들은 불가능한 것을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재단한다. 남의 삶을 평가한다.
마법사도 그렇지만 작가, 예술가 역시 생계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미 그는 글렀다. 진짜들은 이미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계와 상관없이, 인정과 상관없이, 이미 쓰고 있고 그리고 있고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세간의 평가는 그리 중요치 않다. 아니 세간의 평가가 중요한 이는 생계 노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생계 노동을 넘어선 어떤 것. 어떤 이가 생계를 전폐하고 무언가에 몰두하여 살아가도 그 명만큼 살아진다. 죽어지지도 않고, 대운이 몰려오고 행운이 시작되면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던 돈들이 창고를 습격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왜 그리 자꾸 전제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라고 두고,
우리는 그리고 쓰고 춤을 추고 있다.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한다면. 그러라고 두고, 우리는 또 그리고 또 쓰고 또 춤을 추면 된다. 그것이 강박처럼 밀려오지 않으면, 오늘 쓰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오늘 놓친 스포츠 게임이나 미니시리즈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글렀다. 새가 일어나면 먹이를 찾고 아이들이 일어나면 놀거리를 찾는 것처럼, 눈 뜨자마자 생각나는 그것, 오늘은 어떻게 할지 궁리 되는 그것이 너의 천직이겠지.
그럼에도 마법사의 주변에 그거해서 먹고살겠니? 묻는 이는 없다. 잘 먹고 잘 살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잘 먹고 잘 산다. 맨날 뒷짐 지고 산책하다 글 쓰고 누워 잔다. 자주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 그리고 노동하지 않는다. 굶지 않는다. 찌는 살이 두려울 뿐 굶은 적은 없다. 팔자가 좋아 그런 거라면 내 팔자를 부러워해라. 용케 운이 좋았다 싶으면 운 없는 네 인생을 탓해라. 그러나 먹고 사느라 하고 싶은 것들을 못 하고 있다면 쯔쯧,
너 그거해서 하고 싶은 건 해보고 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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