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순간에 머물려면

[36日] Nov 08, 2021 

관리도 귀찮고,

그게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그걸 이유로 삼는다. 귀찮음. 그게 어떻게 이유가 되겠는가 핑계지.

관리도 귀찮다면 그건 내게 어떻게 흘러들어왔을까? 관리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몰랐다면 모르지만, 대부분은 그것쯤 감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무엇일거다. 그러나 처음 생각만큼 보상이나 기쁨이 크지 않으면 점점 관리가 힘들고 귀찮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유는 보상이고 기쁨이다. 그건 예측이 불가하다. 보장받고 시작하는 일조차 예측을 빗나가는 일이 많다. 그러므로 관리가 귀찮아지는 일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일이다. 결과가 나왔다면 관리를 더 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 청산하든지 새로 시작하든지.

그러므로 귀찮음을 느끼고 있다면 그건 갈등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걸 계속해? 말어?’ 그런 순간에 귀찮음이 밀려온다. 안 해도 그만인 일은 안 하면 되니까. 그러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어떤 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일이 귀찮음을 양산한다. 결과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관리를 계속해 나가는 것은 힘들다는 얘기.

그런데 이런 순간은 보통 별이 뜨기 직전인 경우가 많다. 별의 순간을 맞이하는 이들은 바로 이 귀찮은 관리를 지속적으로 잘해나간 이들이다. 완전히 해가 지기 전까지야 별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완전히 해가 질 때까지. 그 순간까지는 밤이 아니다. 그 순간까지는 낮이 끝난 게 아니다. 땅거미가 지고 주위가 어둑해지더라도 아직 해가 남아 있으면 여전히 낮인 것이다. 그리고 낮에는 관리를 해야지. 귀찮아도. 아직 과업을 종료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귀찮은 관리를 지속적으로 잘해나가는 이들이 별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런데 그건 매우 단순해서, 매일 반복해 왔던 루틴을 잃지 않는다던가, 관공서의 서식에 충실한다던가, 또는 한발 더 나아가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일상과 업무를 궤도에서 이탈시키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댄다거나, 초시계를 동원해서라도 일정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념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게 뭐 대단한 게 아니다. 대부분은 귀찮음, 번거로움 그 자체가 가장 거대한 적이다. 한 발을 더 움직이는 것. 그건 무지 귀찮다.

왜냐햐면 흥분한 너는 초반에 에너지를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미숙한 너는 에너지 관리에 매번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게 성향이라면 귀찮을 것도 없다. 아예 하지 않을 테니. 그러나 번번이 실패하는 너라면 마음을 조절하지 못해서 인 거다. 이만하고 내일을 준비하자는 마음을 한 번만, 한 번만 하면서 늦추며 지가 무한동력기관인 줄 착각하며 달리는 거다. 그리곤 번아웃.

성실.

이란 덕목은 요즘에는 매우 하대받는 덕목이지만, 실제로 일가를 이룬 이들에게서 그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건이다. 게으른 성취자를 찾아보라. 그들은 말은 순전히 운이었다 하면서도 뒤로는 무언가를 계속, 지속하고 있다. 매일 빼놓지 않고. (가왕 조용필은 노래방에서도 자기 노래만 부른다더라) 그게 하기 싫으면 그것이 주는 보상과 기쁨도 허상인 거다. 그건 맛보지도 않고 그냥 누군가의 떡이 커 보여 따라 하고 있는 거다. 맛본 이들 그리고 그게 탐나는 이들은 성실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가지고 싶으니. 그러니 탐나지 않는 것. 욕망하지 않는 것에 시간 낭비하지 마라. 그건 안 하면 그만이다.

마법사로서, 마법의 근간 역시 성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건 말이지, 언제 어디서 직관이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언제 어디서 표지가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지 모르니까. 매사에 성.실. 하지 않을 수 없는 거다. 그건 매우 찰나를 스치고 지나가고. 오락게임의 힌트처럼 아주 작은 목소리 속삭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귀 기울이고 관찰하지 않으면 쉽게 놓치고 지나친다. 그러면 나는 내가 원하는 우주에 머무를 수 없다. 내가 원하는 우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우주에 이미 살고 있기에, 그러나 수많은 우주가 교차하며 스치고 지나가기에, 내가 원하는 우주에 계속 머무는 일은 성실하지 않으면 붙들 수 없는 징검다리 같은 것이니.

勤勉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誠實, 정성스럽고 참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동방박사를 만났다면 그대의 하늘에 별이 뜬 것이다. 그러니 별의 순간을 맞으려면, 별의 순간들을 경험하려거든, 동방박사와 동행하는 일에 성실해야 한다. 그러다 왕을 만나겠지. 예물을 드리겠지. 그건 기록될 거야.

20세기의 가을, 우리는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가? 그건 겨울, 그리고 봄과 여름의 성실이 말해주겠지. 사과나무를 심었다면 성실하게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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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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