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02. 2022
한국을 떠나자마자 영국 여왕이 서거 하더니 새로 부임한 영국 총리는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낙마했다. 이탈리아는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추종 총리가 뽑혔다 하고 스웨덴은 네오나치 세력이 약진했다는데 지난주 영국과 일본은 외환위기 직전까지 갔다고. 시진핑은 조급한 지배체제를 공식 선포하고, 푸틴은 한 장 남은 카드를 들고 초조한 듯한데 한국에서는 슬픈 일이 일어났다.
What’s going on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주변에 가득하고 모두 선택은 이미 이루어져 버렸다. 새로운 선택은 없고 지난 선택에 대한 결과를 맞이하고 있을 뿐. 담담히 바라볼 수밖에.
별일 없이 평온하던 때는 지나고 오랜 압력이 쌓여 균형을 깨기 시작할 때 오히려 기회는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위치를 점유하지 못했던 이들이 답답한 국면에서 탈출구를 발견하게 되는 반면, 확실하다며 포지션을 잡고 굳히기를 시도하던 이들은 이탈하는 궤도를 발견하며 파도 타는 법을 잊었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에 두려움이 심겨진 것이다. 경주에 지친 이들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잡으려 들자 팽팽하던 긴장이 무너져 버린 것. 그러나 우주는 이제 겨우 빅뱅을 시작했을 뿐이다. 인류는 이제야 전체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했다.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닌데 중세로 돌아가겠다는 건가? 결국 제 발등을 찍을 뿐이니 그렇다면 이것은 그저 반동.
남 탓, 시스템 탓을 하기도 전에 목전에 외면했던 현실이 밀려오고, 이때에는 전가할 대상을 모색할 게 아니라 일단 변화에 올라타야 하는 것이다. 밀려오는 새 물결이 어디로 우리를 밀어붙일지 모르니 흐름을 따르거나, 흐름으로부터 비켜나 방향성이 어디서 생겨나는지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기다리던 파도가 오고 있는 거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올라타고, 역방향의 흐름이 전개되거든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예측하지 말고 준비해야 한다. 더 거대한 파도가 몰려올 테니.
하지만 로마에서 마법사는 불타던 욕망이 사그러들고 우려하던 일들을 현실로 변화시키는 이들의 마음에 드리운 어두움을 보았다. 깊은 밤이 곧 찾아들 텐데 등불을 준비하지 않은 신부들의 탄식과 슬픔이 광장 가득 차오르고 사라진 선율은 떠오르지 않은 채로 석양빛 속에 감추어졌으니,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수금과 비파를 나무에 걸고서 피에트라 강가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수밖에.
부를 수 없는 노래를 삼키며.
우는 자로 울게 하고 올라탄 이는 대양으로 나아오라.
밀려오는 파도 위에서 그대를 맞으리니.
[글쓰기 유랑단] 두 번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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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Ita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