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드라마, 우리는 新만주국의 출현을 보게 될 것인가?
2018.01.05

한참 극렬한 대립 양상을 보이던 북한의 핵위협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반전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는 도대체 이해하기 어려운 김정은 정권의 폭주에 난색을 표하지만, 세상만사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도대체 김정은 정권은 아무리 생존을 위해 그런다고 하지만, 어떻게 세계의 G2라는 미국의 트럼프와 중국 시진핑을 상대로 철없는 도박을 감행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북핵 문제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복잡한 흐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한반도의 문제가 아니라 옆 나라 중국의 내부 문제로부터 비롯됩니다.
북한은 어디서 난 돈으로, 어떤 기술력으로, 심지어 무슨 배짱으로, 핵 개발을 가속할 수 있었을까요? 뒷배가 있는 겁니다. 동네 양아치가 어느 날 양복 쫙 빼입고 벤츠 타고 나타나면, ‘저 자식이 조폭 하나 물었구나’ 생각하면 될 일입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배짱으로 전 세계가 경고하고 미국이 항공모함과 폭격기로 시위를 해대는 데도 똥배짱을 부리며 핵 개발을 해댈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중국은 왜 북한을 확 찍어 누르지 못하는 걸까요? 석유 송유관 한 번 끊으면 그만 일 일을.. 게다가 북한은 이상하게도 형님 국가라는 중국의 세계적인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은 속 시원한 대북 제재책을 내재도 못하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북한 김정은 정권에도 뒷배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는 중국의 신흥황제 시진핑도, 러시아의 전통황제 푸틴도 아닙니다. 모두들 이름은 한 번 들어봤을, 그러나 관심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곤 누군지 잘 모를 문제적 인물 ‘장쩌민’ 입니다.

문제적 인물 ‘장쩌민’
장쩌민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우리는 중국의 권력구도를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크게 3개의 파벌이 서로 경쟁하며 권력을 돌아가면서 잡는데, 중국 고위 공산당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과 젊은 해외 유학파 엘리트 공산당원들로 구성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그리고 장쩌민의 상하이 인맥들로 형성된 ‘상하이방’이 그것입니다.
‘상하이방’의 시작은 1989년 천안문 사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던 덩샤오핑은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위기에 봉착합니다. 이때 덩샤오핑은 이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중앙 정계에 별다른 인맥이 없던 장쩌민을 등용합니다. 당시 주목받던 인물은 칭화대 역사상 최고의 수재라던 후진타오였는데, 덩샤오핑은 중앙 정계에 인맥이 없고 보수적인 장쩌민을 선택합니다. 덩샤오핑은 훗날 이에 대해 “내가 장쩌민을 앉힌 이유는 내 말 이외에 달리 생각할 리가 없기 때문이고, 후진타오를 미리 점찍은 것은 내가 죽으면 그 말고는 내 생각대로 할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장쩌민은 덩샤오핑의 기대대로 ‘천안문 사태’를 안정적으로 해결하고 언론과 당 조직을 확실하게 통제함으로써 중앙권력의 무대에 등장하게 됩니다. 이후 덩샤오핑의 92년, 남순강화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개혁개방 노선을 펼쳐 1990년대~2000년대 초까지 중국을 G2의 반열에 올려놓게 됩니다. 날로 미래도시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상하이의 현재 모습에는 장쩌민과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결과가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신흥세력인 ‘상하이방’은 당연히 기존의 공산당 주류세력으로부터 견제를 받게 됩니다. 신흥세력이 사는 길은 자체 역량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세력과 세력 사이를 이간질하고 때로는 숙청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어영부영하다가는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은 태자들과 엘리트들에게 역습을 당하고 말 테니까요. 당연히 장쩌민은 이에 소홀함이 없었습니다.
장쩌민과 ‘상하이방’의 90년대가 끝나고 (중국은 10년마다 정권을 교체합니다.) 다음 권력을 이어받을 파벌은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이었습니다. ‘공청단’은 이미 후진타오라는 걸출한 인물을 가지고 있었고 당연히 후진타오가 2000년대 중국 권력의 수장으로 올랐습니다. 칭화대 역사상 최고의 수재라던 후진타오는 공청단 가입 4년 만에 초고속 승진해, 제1서기가 된 인물입니다. 그에 대한 견제도 대단했는데, 태자당의 견제로 파미르고원 아래 산간오지인 구이저우성 당 서기로 배치되자 개간사업을 성공시켜 주민들부터 칭송을 얻게 됩니다. 그러자 견제세력들은 그를 분쟁지역인 티베트 당서기로 쫓아내지만, 여기서도 1년 만에 반란군을 소멸시켜 버립니다. 이런 대단한 인물이 장쩌민의 경쟁자였으니 후진타오의 권력교체는 ‘상하이방’의 위기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심지어 덩샤오핑은 장쩌민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차기 권력을 ‘후진타오’에게 승계한다는 조건을 비밀리에 내걸기도 했습니다. 장쩌민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조직인 ‘상하이방’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갑니다. 그것은 뭐 단순합니다. 돈과 군사력 말입니다. 장쩌민은 자신의 임기 내에 군사조직을 최대한 장악해 들어갑니다. 매관매직으로 말이죠. 주요한 요직에 자신들의 조직 출신들을 승진 배치하고, 심지어 2002년 후진타오 체재가 출범했음에도 군사위 주석은 2년 유임하면서 자신의 군사력을 강화해갔습니다. 소위 ‘610사무실’이라 불리는 직속기관을 신설해, 100만에 이르는 무장경찰 조직을 관리하였습니다. (최근에 와서야 시진핑 주석은 이를 40만으로 감축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장쩌민의 진짜 히든키는 따로 있었습니다. 북핵 말입니다.
북핵, 중국의 권력투쟁의 나비효과
‘상하이방’의 시작은 ‘지린방(길림방)’에서 부터였습니다. 장쩌민은 1950년대(한국전쟁시) 랴오닝성의 창준제일기차제조창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에게는 오른팔과 같은 인물이 있었는데 연변대 조선어학과 출신으로 김일성대 경제학부에서 유학을 한 장더장입니다. (장더장은 현재 중국서열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입니다) 장쩌민은 장더장과 함께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출신들을 중심으로 ‘지린방’을 조직하고 ‘상하이방’으로까지 확대해 갔습니다. 특히 이들의 군사력 중심에는 선양군구가 자리하고 있는데 선양군구는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해방군 소속 제4야전군이 주축이 된 부대로, 중국 부대 중 재래식 군사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선양군구를 중심으로 대적할 만한 부대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청두군구 뿐입니다. 뭔가 감이 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기의식까지 느끼고 있는 북한. 그리고 돈과 군사력, 모든 것을 갖추었으나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못한 장쩌민과 ‘상하이방’의 니즈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생전에 선양군구를 여덟 차례나 방문하고 선양군구의 고위층에게 광산 개발권을 제공하는 등 장쩌민파와의 교분을 강화하며, 신의주 특구 개발 등을 내세워 뒤로 핵 개발 협력을 지속해 갔습니다. 장쩌민은 자신과 ‘상하이방’의 생존과 권력 유지를 위해 비밀리에 북핵 개발을 위한 지원, 유사시 자신들의 히든키로 사용할 야심을 키워왔던 것입니다.
*관련기사 : 중국의 권력투쟁에 미사일로 베팅한 북한
2012년 집권 내내 장쩌민의 위세에 눌려 식물 주석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후진타오에게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비밀 제안을 합니다. 김정은과 핵 개발 세력을 숙청하고 그의 형 김정남을 후계자로 세우겠다는 계책 말입니다. 장쩌민 세력을 위축시키기 좋은 카드였던 이 계책은 안타깝게도 새어나가 김정은에게 알려지고, 결국 장성택은 이 사건을 계기로 처형되고 맙니다. 김정은과 핵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군부세력들에게 이 사건은 장쩌민 의존도를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후진타오 퇴진 이후 장쩌민과 손 잡고 권력의 자리에 오른 시진핑은, 돌연 장쩌민과의 연대를 끊고 ‘상하이방’과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장기독재체제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 시진핑은 장쩌민 일파를 제거하기 위해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그의 측근들을 제거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냥 당하고만 있을 장쩌민이 아닙니다. 장쩌민은 북한을 동원해 시진핑의 주요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북핵실험을 감행합니다. 新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사업 등 세계 패권국가의 황제의 지위를 노리고 있는 시진핑은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장쩌민 일파와 그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눈에 가시가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여차하면 북한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고 김정남의 친중정권을 세우고 싶었을 것입니다. 김정은은 질세라 결국 시진핑의 보호 아래 있던 김정남을 피살하고 맙니다. 죽은 건 김정남이지만 엿을 먹은 건 시진핑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정은에게 장쩌민과 ‘상하이방’은 어쩌면 자신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절대적 ‘따거(형님)’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죽자 사자고 핵 개발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김정은 정권이나 장쩌민, ‘상하이방’ 모두 자신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것입니다.
장쩌민은 가고, 김정은은 누구와?
이런 극한 대립 속에서 시진핑은 오히려 남한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안으로는 장쩌민 일파를 속속들이 제거해 가기 시작합니다. 주요인물 대부분이 1930~40년대 출생 노령 정치인들이 대부분인 ‘상하이방’은 중국 내에서도 노땅 취급을 받으며, 세대교체에 실패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믿을 만한 젊은 후계자를 키우지 못했고 결국 다시 권력을 잡더라도 이후를 뒷받침해 줄 후계세력이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믿을 건 뒷마당에서 숨겨 놓은 북핵뿐입니다.
2017년 10월,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에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음으로써 장기집권체제를 대내외에 선포하였습니다. (중국은 두 번째 임기에 들어서는 임기 5년 차에 차기 후계자를 지명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제 장쩌민과 ‘상하이방’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심지어 시진핑은 상하이市의 시장조차 자신의 인물로 바꿔버렸습니다.) 이에 대응하듯 북한은 여지없이 핵실험을 감행하며 시진핑에게 대들고 있습니다.
자, 이제 북한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들의 영원한 ‘따거’ 장쩌민은 이대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될까요. ‘따거’를 잃은 김정은 정권은 누구에게 손을 내밀까요? 시진핑은 이 골칫거리 김정은 정권을 계속 내버려 둘까요? 이를 둘러싼 남한, 미국, 일본, 러시아는 어떤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까요? 다른 나라들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은 요? 미국은 이 난장판에서 어떤 헤게모니를 쥐게 될까요?
일각에서는 19차 당대회 당시 미국이 비밀리에 장쩌민파를 지원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미국을 넘어 세계최대의 패권국가를 꿈꾸는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에 미국이 경계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북핵을 빌미로 한 남한의 사드 배치, 항공모함 주둔 등 다양한 대중국 압박책을 사용하고 있는 미국에게 북핵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을 상대로 한 위협이 아니라 시진핑의 세력 확산을 막는 방어기제가 되어주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정은은 핵실험을 감행하며 미사일 방향을 중국 본토로 돌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카드는 다양하게 많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따거’를 잃은 북한이 자신들에게 ‘따거’를 제 발로 요청해 오는 상황을 만들 수만 있다면 더더욱 좋은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진핑도 북한을 괘씸하다며 내버려 두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냥 치고 내려가 친중 정권을 세우던지 (그러려고 김정남을 꼬불쳐 놓고 있었건만) 아니면 아쉬운 대로 달래고 달래서 자신의 동생 삼을 수 있으면 좋을 터입니다. 그러나 장쩌민, 그는 어떤 인물입니까? 중국의 저 동북 변방에서 자수성가하여 주석의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아닙니까? 과연 그는 이대로 역사의 황혼 너머로 사라지고 말까요?
新만주국의 출현을 보게 될 것인가?

우리는 이 시점에서 어쩌면 선양군구, ‘지린방’을 중심으로 한 新만주국의 출현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북핵을 중심으로 한 동북삼성과 북한의 연립정부 말이죠. 그것은 후금을 이어 건국된 청을 이은 후청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후발해일까요?) 중국의 역사가 늘 한족과 오랑캐, 변방의 이족들 간의 권력투쟁이었으니.. 아직 100년도 안된 한족들의 중화인민공화국은 벌써 막을 내리는 걸까요?
오히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선택지는 더더욱 다양합니다. 시진핑 견제를 고심하고 있는 미국은물론 김정은의 도피로와 새로운 원유수송라인을 제공하려고 한다는 러시아의 러브콜, (관련기사:푸틴, 김정은을 부추겼나?) 이에 긴장하고 있는 시진핑의 회유책, 그리고 ‘나 아직 죽지 않았다’며 만주국을 선포하고 나설지도 모를 북핵의 ‘따거’ 장쩌민까지..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개발을 완성해 놓은 이 시점에 어쩌면 행복한 고민에 빠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파트너가 누가 되었건 방심하면 한 방에 날아갑니다. 어쩌면 지금의 양상은 구한말 열강에 둘러싸였던 조선 제국의 말로와 같을지도 모릅니다. 핵을 가지고 있다 한들 말입니다.
일단 2018년 1월, 현시점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를 빌미로 남한을 첫 번째 대화상대로 놓고 있는 듯 합니다. 최종 선택지는 아니겠지요. 남한을 옆에 끼고 여러 파트너들과 다양한 딜을 모색해보겠다는 속셈일 겁니다. 그리고 올림픽, 명분이 좋지 않습니까. 어쨌든 ‘우리 핵무기 봤잖아, 너네이런 거 없지’ 은근 자랑도 하고 말이죠.
어쨌든 전쟁은 없다. 그러니 쫄지 말자.
지난 1년 내내 북핵 위기에 전 국민이 하루하루를 마음 졸였습니다. 핵 전쟁이야 나겠습니까 만은 동네 양아치들이 아닌 전국급 ‘따거’들의 위력시위는 비록 우려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지라도 주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스트레스임은 분명합니다. ‘따거’들이야 장기적으로다가 자신들의 스탠스를 유리하게 하려고 들었다 놨다 한다지만, 생존이 걸린 쥐는 뒤돌아 물 수도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머리 위로 각목과 사시미칼 같은 전투기와 미사일이 날아다니면 그게 비록 훈련과 실험이라 한들 동네 주민들이 편안하게 잠을 이룰 수는 없는 법입니다.
복잡해 보여도 사람 사는 게 매한가지이고, 어마어마해 보여도 ‘따거’들 하는 짓도 우리 서민들 살자고 하는 짓이랑 별다를 게 없습니다. 어느 회사나 조직에서나 정치싸움, 권력투쟁, 헤게모니 쟁탈전은 있기 마련이고, 하다못해 부부지간, 형제지간에도 계략이 난무합니다. 권력과 돈이 걸린 갈등이라면 한 푼이라도 더 빼앗기 위해 권모술수가 피어나고,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그 긴장의 강도는 더더욱 심각해 지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복잡한 세계 정세라 해도 막장드라마와 황당 스토리에 단단히 무장된 대한민국 시민들에게는 결론이 빤히 보이는 뻔한 소설이며 남은 스토리를 줄줄 읊을 수도 있는 빤한 전개일 터입니다. 그러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인공 죽는 드라마 본 적이 있습니까? 회장은 바뀔지언정, 회사는 망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다사다난한 온갖 막장을 목격해야 할 뿐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재벌가들의 쟁탈전에 이리저리 떼밀려야 하는 극중조연들이라면 그냥 피곤할 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이면서 한반도 문제의 조연일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역할이란 것이 드라마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 세트장 같은 신세이니까요.
그러니 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북핵 시나리오 작가들 들으라고 항의 전화도 하고 댓글도 열라 달아 시청률에 민감한 프로덕션들을 움직여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예상 시나리오들을 줄줄이 읊어 대어서 작가들 김새게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전 세계의 한류 팬들이 대동단결하여 드라마 세트를 부셨다간 가만두지 않겠다고 사생결단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히려 대담한 마음으로 이 막장 시나리오에 참여해 봅시다. 시끄러우니 나가서 싸우라고 말이죠.
아니면 어쨌든 일단 지켜봅시다. 이 막장드라마가 어떤 국면으로 반환점을 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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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알레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