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왔다 아이야

이제야 돌아왔구나.
먼 길을 돌아오느라
힘든 몸,
지친 마음,
이제 한숨,
돌이킬 수 있겠구나.
잘못 들어선 길을 돌아
원래 너의 길에
이제야 올라섰는데,
돌아돌아 오는 길에
앞도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막막함을 잘도 견디었다.
문득 길을 잃은 네게,
쏟아지던 공포와 절망감에
괜찮아 나를 따라오렴
손짓하던 운명을,
낯설어 하면서도,
불안해 하면서도,
뿌리치지 않고 따라와 주어
고맙구나.
감사하구나.
아이야 이제
너는 너의 길을 걸어가라.
크게 한숨 쉬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너의 욕망을 쫓아가라.
돌아온 길은
뒤도 돌아보지 말고
원래 네가 갔어야 할 그 길.
오래전 문득 잘 못 들어섰던 그 길일랑
이제 잊고,
죽을 때까지 걸어갈 너의 길에만
죽도록 매진하여라.
지난날 힘들었던 기억들일랑
추억 속에 묻어 두고,
헤매던 막막함 들일랑
아스라한 기억 속에 잠궈두고,
너의 길을 걷고 또 걸어.
언젠가 아장아장 너의 뒤를 쫓을
너의 더 작은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들로
묵혀두고 묵혀두어라.
이제는 앞이 뚜렷이 보이는
너의 길을,
이정표도 확실하고
정거장도 분명한
탁 트인 대로들을,
열심히 걸어가는 일만 남은 게다.
그러므로 이제는
모른다,
이럴 줄 몰랐다,
까먹었다 잊었다,
실수였다를 말할 수 없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너무도 잘 아는 너의 길,
너의 욕망이 용솟음치고
발걸음이 안전하고 편안한 너의 길,
누가 오든 누구를 만나든
이 길이 무슨 길이며
어디로 통하고
무슨 무슨 굽이가 있는지
줄줄줄 꿰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이 넘치는 그 길,
그 길에 너는 서 있다.
그러니
주저함도 막막함도
이제는 안녕인 것이다.
예기치 못한 흥분도,
예측할 수 없는 설레임도,
급작스런 환희도,
함께 떠나가겠지만,
익숙한 일상과
안정된 삶의 리듬
평안한 대기가 주는
행복감은 오직
너의 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레시피이니,
너는 가는 것을 아쉬워 말고
오는 것에 흡족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새 친절해진 운명은
돌아 나온 너의 여정의 마침표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고,
곤핍했던 너의 창고에
여유로운 양식들을 채워주고는,
잘했다,
수고했다,
편히 쉬어라,
하는 것이니,
너는 처음
길을 잘못 들어선
그때처럼,
또 불안해하고 주저하며
여기가 어디지,
여기가 아니면 어쩌지 하며,
세월을 낭비하고,
마음을 불편히 하고,
몸을 힘들게 하지 말지니
여기가 너의 길인 것이다.
이제야 너의 길인 것이다.
[2009.09_ austria _ 빈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