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

 

가보지 않은 길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가보기로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볼 수 있는 건,
간 길을
끝까지 가보았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미련이 남는다면
그건 간 길을 끝까지
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길조차
끝까지 가보지 않고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만 품어서 무엇하겠는가.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의 끝까지
가본 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주저 없이
가보지 않은 길을
다시 선택해서
걷고 있다.

그러나 이 길에도
역시 객은 많지 않다.
모두가 줄 서서 걷고 있는 길은
애초부터 바라보지도 않았으니,
나는 또다시 정적 없는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운명에 감사하는 것은
미련없이 모든 길을
걸을 수 있어서,
그러한 기회를 허락해 주어서,
내게 주어진 축복이라 여기고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망설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과 저 길,
그리고 그 너머 수많은 길들에서
서성이고 있다.
아직 한 길도
끝까지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눈치만 살피며
멈춰서 있다.
거꾸로 선 시계조차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데,
망설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고장 난 시계처럼
초와 초 사이를 갈까 말까 하고 있다.

아무리 복잡한 미로여도
끝까지 가 본 사람만이
돌아 나올 수 있다.
그러니 어떤 길을 선택했든
우리는 끝까지 걸어가 보아야 한다.

가보지 않은 길,
끝까지 가보지 않은 길,
끝까지 가보지 못할 길,
주저하는 사람의 길은
그것뿐이다.

 

[2009.03_ 一山_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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